주간동아 411

2003.11.27

지금이 바로 로스쿨 도입할 때

  • 이은영 / 한국외대 교수·사법개혁위원회 위원

    입력2003-11-21 1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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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 바로 로스쿨 도입할  때
    일본의 새 학기는 4월과 10월에 시작한다. 우리나라 보다 한 달씩 늦는 셈이다. 늦은 봄과 늦은 가을에 시작하는 일본식 학기제는 공부하기 좋은 시기가 방학으로 잡혀 있어 잘못된 것 같은데도 일본사람들은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불합리하더라도 한 번 정한 제도는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 습성 때문이다.

    그런 일본이 2004년부터 법학교육제도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현재의 법과대학 외에 법학대학원을 신설하는 절충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사람들이 법학교육제도를 바꾸기로 한 것만 보아도 4년제 법대 시스템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현재의 교육으로는 도저히 법률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제도개혁은 우리나라에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까지 바꾼 마당에 우리만 구태의연한 제도를 고수하다가 낙오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깊어진 것이다. 사실 불합리한 것을 개혁하는 데 한국사람만큼 과감한 추진력을 보이는 국민도 드물다. 그런데도 로스쿨만큼은 아직 한국에 도입되지 못했다. 현재의 법학교육 시스템은 시대에 뒤떨어져 전문성을 갖춘 법률가를 키워내지도 못할 뿐더러 고시 열풍으로 주변 학문만 죽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누구나 그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되지 않는 것에 대해 통탄하지만 기득권층의 반대 때문에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법대에서는 법률전문가 양성 힘들어

    요즘은 우리나라 법률가들도 로스쿨 제도의 도입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전에 반대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로스쿨이 대세이니 도입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체념의 한숨을 내쉰다. 로스쿨 도입 시기상조론을 외치던 반대론자들의 목소리가 모깃소리보다 작아졌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말에 사법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이곳에서 로스쿨 제도 도입문제를 다루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왜 대법원인가. 교육문제라면 교육부가 나서거나, 아니면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를 둘 것이지 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이미 설치된 마당에 이제 와서 어느 기관이 적소인지를 두고 논의할 필요는 없다. 어찌 되었든 대법원이 로스쿨 제도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 확인됐다.

    대법원은 사법연수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법연수원은 사법부에 설치된 법조인 양성기관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들어가는 곳이다. 현재 사법연수원에는 한 학년에 1000명씩 두 학년, 모두 2000명의 연수생이 있다. 이 연수생들은 공무원 신분이며 봉급을 받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연수원을 졸업하고 모두 공무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판사와 검사로 임관되지 못한 70% 정도의 졸업생은 변호사로서 자유직을 갖게 된다. 이런 사정이니 연수생에게 구태여 공무원 신분과 봉급을 보장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을 가르치는 교수 요원의 확보도 문제다. 결국 대법원으로서도 전문적인 법학교육기관이 설치되어 현재 사법연수원이 갖는 문제점을 해소시켜주기를 바라게 된 것이다.

    로스쿨을 설치한다는 것은 곧 법학교육을 전문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법과대학에서는 법률전문가를 키워낼 수 없다. 법과대학은 단지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법학에 대한 기초소양을 쌓는 곳일 뿐이다. 다시 말해 4년제 법과대학은 법학의 일반교육을 담당하는 곳이고, 로스쿨을 설치해야 법학의 전문교육이 이루어지게 된다. 로스쿨을 설치하면 지금의 사법연수원과 같은 별도의 법조인 양성기관은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국민들 사이에 로스쿨 설치에 관한 공감대가 형성된 지금이야말로 법학교육의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때다. 이제는 기득권층의 발목잡기도 염치없는 주장이 돼버렸다. 법률가와 국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떤 형태의 로스쿨을 도입할 것인지를 세부적으로 검토하고 우리나라의 실정에 가장 잘 맞는 제도를 도입하는 수순을 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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