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2팀의 최 과장이 방 과장을 졸졸 따라오며 귀찮게 한다. 광고 문제로 마케팅팀 사이에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는데, 최 과장이 문제해결의 책임을 맡은 것. 방 과장이 “생각 좀 해보고 내일 다시 얘기하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그럼 이번 광고는 우리 팀이 양보할 테니까, 다음 번 광고는 우리한테 넘겨라.”
고민에 빠져 여전히 말없이 걷기만 하는 방 과장. 그 뒤에 대고 최 과장이 소리친다.
“야! 보자보자 하니까, 너 지금 나 무시해?”
폭발한 최 과장을 그제야 바라보는 방 과장. 시간을 좀 달라고 그렇게 말해도 계속 귀찮게 굴던 사람이 이제는 무시하느냐고 따지니, 어처구니없다. 방 과장과 최 과장은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많은 직장인은 꿈꾼다. ‘갈등 해결하느라 에너지 낭비하는 일 없이 업무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미안한 얘기지만, 이건 정말 꿈이다. 게다가 ‘악몽’이다. 조직에 갈등이 없다는 건 생각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는 조직에서 갈등은 당연하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갈등 해결 궁합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궁합이라니 무슨 말일까. 갈등 관리 모델로 유명한 토마스와 킬만은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사람이 대처하는 방식을 크게 5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회피형, 호의형, 경쟁형, 타협형, 협력형이 그것이다.
회피형은 갈등 상황 자체를 피하려는 유형이다. 갈등 이슈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거나, 중요한 일이 아닐 때는 이런 유형의 접근 방식이 의미 있다. 호의형은 쉽게 말해 예스맨이다. 치열한 논쟁을 통해 대안을 만들어내기보다 상대와 자신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둔다. 경쟁형은 자기 생각을 강하게 주장하는 유형이다. 리더가 경쟁형인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사소통이 위축되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 타협형은 서로 적당히 양보해 해결하자는 주의로, 제한시간 내에 결정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힘이 커지지만 아무도 결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협력형은 갈등 당사자 모두가 참여해 의견을 조율하길 원하는 유형이다. 모두 만족하는 대안을 만들어낼 확률은 높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최 과장, 지금 당장 답을 낼 수 있으면 좋겠지. 하지만 나는 좀 더 자료를 찾고 난 다음에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자네를 무시하는 건 아냐.”
사람들은 대부분 결혼 전 궁합을 본다. 갈등도 마찬가지다. 당신과 자꾸 부딪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갈등 해결 궁합에 신경 써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양보가 상대방을 오히려 더 힘들게 하는지도 모르니 말이다. 애초부터 타고난 갈등 대처 궁합은 없다. 서로 맞춰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