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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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 목사

“4대 강국에 꽉 막힌 대한민국 종교 외교로 활로 뚫어야”

종교개혁 500주년, 나부터 돌아보는 의식개혁운동 필요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7-03-28 11: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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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청의 타락과 면죄부 판매를 비판한 마르틴 루터의 ‘95개조의 반박문’은 종이 한 장의 고발장이었다.

    하지만 이 고발장은 종교개혁의 시발점이 됐고, 당시 종교개혁은 종교의 자유를 얻으려는 사람들과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 간 싸움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종교개혁은 협의체적 개혁, 즉 평평한 민주주의고 정치적으로는 주권재민 사상이다.”

    3월 20일 만난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 목사(사진)는 “1517년 시작된 종교개혁이 세계 역사를 완전히 뒤집어놓았듯 지금 한국 사회 역시 역사적 전환기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정부와 국회, 교회가 하나 돼 종교개혁사업위원회를 조직하고 종교개혁 500주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면서 “나부터 돌아보는 의식개혁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종교개혁 500주년이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가.
    “루터는 교황청의 잘못을 고치자고 했다. 그러나 당시 가톨릭이 정권을 잡고 있었기 때문에 종교개혁이라는 말은 정치개혁과 통하게 됐다. 기득권 세력은 반대했지만 시민은 찬성했다.

    종교개혁은 산업혁명과 함께 근대 시작의 초석을 놓은 사건이다. 우리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계기로 나부터 돌아보는 의식개혁운동을 해야 한다.”

    ▼ 남북이 꽉 막혔다. 종교계의 활동은?
    “우회적으로 북한에 의약품을 보내고 있다. 정부는 민간교류까지 틀어막지 말고 ‘투트랙’ 정책을 펼쳐야 한다. 김정은 체제는 정부가 상대하고, 북한 주민은 민간인이 상대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에게 의약품과 식량을 지원하는 일은 간접적인 의미로 북한체제에 대한 저항이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의 의식을 바꿀 수 있다.

    독일이 통일될 때 동독 주민은 ‘우리가 어려울 때 도와준 것은 서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동독의 민심을 얻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것이다. 북한 주민을 돕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인도적 차원, 북한 정권에 대한 간접적 저항, 북한 민심을 얻는 미래 투자다. 정부가 이런 일을 못 하면 민간에 맡기면 된다.”



    ▼ 종교가 민간외교에서 어떤 구실을 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 한반도 주변 상황을 한번 봐라. 미·중·일·러 4대 강국의 신제국주의 시대다. 어떻게 보면 구한말 때보다 더 어렵다. 중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우리를 발로 차고 있다. 외교가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민간외교를 활성화해야 한다. 민간외교의 한 축이 종교 외교다. 이해관계가 없는 종교 교류는 가치관과 정의를 공유할 수 있기에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는 안 통해도 민간끼리는 통하는 것이 많다. 정부 혼자 하는 외교는 한계가 있다. 개신교 신자가 약 1000만 명, 가톨릭 신자가 약 500만 명이다. 이들을 활용하는 외교를 해야 한다. 지금 정부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 예산과 맞먹는 돈이 교회를 통해, 선교사를 통해 해외로 나가고 있다. 정부가 민간외교를 하찮게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종교가 민간외교의 첨병으로 비정부기구(NGO) 구실을 얼마든 할 수 있다.”

    ▼ 종교의 정치 참여를 어떻게 생각하나.
    “종교의 정치 참여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정치가 도덕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정치를 정치답게 하는 채찍 구실을 하는 것이 종교의 정치 참여다. 그렇지만 종교인이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안 된다. 성직의 이름을 걸고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 한국 교회의 세습 문제는 어떻게 보나.
    “교회는 개인의 것이 아닌 공익단체다. 기본적으로 세습은 안 된다. 하지만 교회 구성원 모두가 원하고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정한 일이라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 신자 수가 계속 줄고 있다.
    “한국이 점점 세속화하면서 종교에 의지할 필요성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정신적 공허함은 종교가 메워야 한다. 종교인 통계는 증가했지만 실제 교회에 나오는 사람은 감소했다. 신앙을 갖고 싶어도 현재 교회가 이런 욕구를 충족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이를 ‘교회를 개혁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제 교회개혁은 생존의 문제다.”

    ▼ 한국 교회는 어떻게 변해야 하나.
    “한국 교회는 대기업과 비슷하다. 지금까지는 큰 교회가 갖는 소임이 있었지만 이제는 건강한 중소 교회가 활성화돼야 한다. 대형교회의 독점을 바꿔야 한다. 교회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 평소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투리와 지역문화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는 다양성을 가져야 더 아름답고 매력 있다. 선진국이란 다원화가 잘 조화된 나라를 말한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을 한번 봐라. 그들은 차별화된 그 무엇을 원한다. 뭔가 다른 매력이 있어야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다. 다른 것이 모여야 화음이 생긴다. 민주주의는 화음이다.”

    ▼ 학교 제도의 개혁 필요성도 말씀하시는데.
    “교육제도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 왜 모두가 대학에 가려 하는지 모르겠다. 똑같은 길은 행복이 아니다. 스스로 명품을 만드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독일처럼 마이스터가 돼 확고한 신념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스터 제빵사는 스스로 빵을 굽는 사람이 아니라 생명을 먹여살리는 철학자라고 생각하며 일한다. 나도 다시 태어나면 마이스터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

    ▼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힘들지만 좌절하지 말았으면 한다. 대기업도 이번 기회를 통해 조금 바뀐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소유하려고만 하지 말고 어떻게 공생해야 할지 고민하기를 바란다. 특히 기회의 공정성을 선언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정의 아니겠는가.”

    ▼ 요즘 기도 제목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땅은 작지만 강(强)소국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중국은 대국이지만 강대국은 아니다. 미국도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그저 대국일 뿐이다. 강(强)은 완력이 아닌, 문화로서 강이다. 국민도 각자 위치에서 자강(自强)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나.
    “통일 이후 북한 사회 재건을 위한 문화, 심리, 종교 분야의 대안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준비 없이 갑자기 통일되면 정말 큰일이다. 북한 체제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미력하나마 필생의 과제라 생각하고 있다.” 



    박종화 원로 목사는
    1945년 충남 보령에서 출생했다. 한신대 신학과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ThM)을 졸업하고 독일 튀빙겐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교회협의회 중앙위원(1991〜2006)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1994〜99), 경동교회 담임(1999〜2015),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대한기독교서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국민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국민훈장 모란장과 독일십자공로훈장 등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평화신학과 에큐메니칼 운동’ ‘칼 바르트’, 번역서로는 ‘인간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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