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첫 기사는 청년 암 환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673호 ‘2030들이 癌으로 쓰러진다’). 기자의 눈으로 처음 부닥친 현장은 며칠 전까지 제가 실습을 돌던 바로 그 병원이었죠. ‘새로운 세상’을 접할 기회가 유보됐다는 생각에 조금은 맥이 빠졌습니다. 그날 이후 내내 새롭고 낯선 일들에 푹 빠져 보냈지만, 인턴기자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신기하게도 그 기사를 취재하던 시간입니다.

교수님 어깨너머로 보던 환자와,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간 환자들은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증상과 각종 검사 수치, 수많은 처방약 등을 공부하느라 급급하던 실습생활 때는 접할 수 없던 환자들의 갖가지 사연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열심히 공부해서 이분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다’는, 뻔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진심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일, 그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일이 늘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노크하고 들어섰을 때 숨죽여 울고 있던 환자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소통과 공감이라는, 이제는 너무나 진부해진 듯한 두 단어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몇 주간 잠깐 짊어진 것만으로도 어깨가 이렇게 얼얼한데,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감을 향해 열심히 달리는 선배 기자들은 어떨까요. 얼얼하다 못해 감각이 무뎌져 이젠 별 느낌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잠깐 어깨를 주물러드리겠다고 하면 징그럽다 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