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스턴펠드, ‘홍수 후 캘리포니아 랜초미라지 풍경’(1979), printed 2003, Chromogenic print,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Purchase, Steven Ames, Harriet Ames Charitable Trust, and Joseph Cohen Gifts, 2004.
조엘 스턴펠드(Joel Sternfeld, 1944~ )의 작품 ‘센트럴파크,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뒤 오벨리스크 북쪽’(Central Park, north of the Obelisk, behind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May 1993)은 1986년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살인사건 현장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스턴펠드는 잔인하게 살해된 한 10대 소녀의 시신이 발견된 곳을 찾아가 범행 시각과 비슷한 새벽녘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평화로운 풍경이 실은 비극의 현장이었던 거죠. ‘사진에 찍힌 장소가 아무런 ‘진실’을 얘기해주지 않는다면 과연 사진이 기록할 수 있는 ‘진실’은 어디까지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은 스턴펠드의 작품을 통해 사진의 ‘진실성’에 대해 얘기하려 합니다. 그의 작품 ‘홍수 후 캘리포니아 랜초미라지 풍경’(After the Flash Flood, Rancho Mirage, California, July 1979)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미국의 대자연을 찬미한 루미니즘(luminism) 회화를 떠올렸어요. 하지만 스턴펠드의 작품이니 뭔가 다른 게 있겠죠?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봅니다. 비슷한 디자인의 집들, 붕괴된 채 방치된 맨 오른쪽 끝 집과 한 대만 달랑 주차된 자동차. 인간이 만든 구조물은 사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절벽, 산맥과 대조를 이뤄 한없이 왜소해 보입니다. 마침내 절벽 한가운데 노출된 화석이 ‘자동차’라는 것을 발견하면 입을 다물 수 없습니다.
대홍수 직후 찍은 이 사진은 토사 속에 처박힌 자동차와 붕괴된 도로에 아슬아슬하게 주차된 자동차의 운명이 사실은 ‘우연’에 기초한 것이며, 이 우연의 칼자루는 자연이 쥐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증언합니다. 사진 속에 사람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얼마나 많은 인간의 죽음이 뒤집힌 자동차처럼 산재하는지 가늠케 합니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풍경 사진이라는 첫인상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절박한 기록 사진으로 남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역사를 한 호흡에 포착한 스턴펠드의 작품은 ‘예술사진=흑백사진’ ‘사진=진실’이라는 오랜 명제에 동시에 도전장을 내밀며 사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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