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준비생의 진로 선택을 돕기 위한 ‘직업인별 술문화 행태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이런 이색 보고서를 낸 주인공은 연세대학교 취업담당관 김농주씨(48). 그는 지난 93년부터 8년간 자신이 만난 720여명의 각기 다른 직업인들과의 술자리를 분석해 10월 말 이 같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교수 건축사 교사 의사 등 25개 직업군이 가진 음주문화의 특징, 세태, 문제점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벌써부터 예비 취업생의 ‘필독서’가 되고 있다. 연세대에서는 이를 입사원서 작성과 면접 준비에까지 이용하고 있는 실정. 그의 보고서에 나타난 직업인별 술 마시는 행태 중 눈에 띄는 사례는 우선 교사들. 보고서에 따르면 교사는 ‘분필가루 해소에는 소주 한잔과 돼지비계가 최고’라는 가설을 ‘신앙’처럼 믿는 직업군으로 김치찌개를 선호하고 적은 돈으로 오래 술을 마시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또 군인(장교)들은 누가 술이 더 센지에 따라 직업적 자신감, 체력, 충성심을 평가받을 정도로 술문화가 엄격하다.
특히 검사의 경우 받은 잔을 그 자리에서 마셔야 하는 소위 ‘노털카’를 통해 집단적 연대의식을 강화하는 스타일. ‘검사 동일체’ 원칙이 술자리에까지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김씨의 ‘주석’이다. 따라서 장교나 검사를 직업으로 택하고 싶은 사람은 숙취 해소 방법이나 술 마시는 요령을 과학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다고 김씨는 충고한다.
이 밖에도 폭주를 즐기며 가장 시끄럽게 술 마시는 직업군은 의사이고, 기업전문 변호사는 호텔에서, 민사사건 전문변호사는 한정식집에서 주로 술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92년쯤 저의 추천으로 항공사에 들어간 학생이 그 조직의 술문화를 견디지 못해 그만두는 것을 보고 ‘술자리 문화’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김씨는 이제 자신의 주량과 술버릇도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