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리공원은 밴쿠버의 상징이며, 관광이나 어학연수 등의 명목으로 밴쿠버를 찾는 한국인들이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이 공원은 도심에 있으면서도 면적이 넓을 뿐 아니라 울창한 숲과 바다가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게다가 스탠리공원은 캐나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고, 그 터에 얽힌 애잔한 사연들이 많아 평화와 낭만의 상징이 되었다(상자기사 참조).
한국인 여학생도 습격받아 중태

또 6개월 뒤인 5월27일에는 어학연수중인 한국인 여학생(22)이 공원에서 조깅하던 중 백인남자의 습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다. 이 여학생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목이 졸리는 과정에서 뇌에 상당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도되었다. 경찰은 이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한 것 같지는 않으며 범인과도 면식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정황으로 봐서는 성폭행을 하려다 이 여학생이 저항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범인은 현장에서 다른 공원 이용객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스탠리공원에서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지구는 이 고장의 매춘여성과 마약중독자 그리고 걸인들의 집결지다. 그런데 80년대부터 이곳 거리의 여인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더니 최근 6년 사이에 30여명이 잇따라 실종됐다. 경찰은 이 사태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지난해 가을 일간지 ‘밴쿠버 선’이 이 사건을 끈질기게 보도하자 비로소 전담 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 중간발표와 미디어 보도를 종합하면, 픽턴은 실종 여인들을 자신의 양돈장으로 끌어들여 살해한 뒤 돼지도살 장비를 이용해 증거를 없애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픽턴과 무관한 제2, 제3의 범인이 더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만으로 살기 좋은 도시 밴쿠버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밴쿠버 역시 ‘조용한 캐나다의 도시’이기 이전에 ‘현대의 대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마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갱들의 총질이 골칫거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캐나다인들은 자국이 이웃나라 미국과 다르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지만, 캐나다가 점점 미국을 닮아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