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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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핵우산 협의체 창설, 새로운 국제질서 출발점 되나

북핵 대응 위한 핵 공유 전략 논의… 호주 포함 中 견제 기구도 추진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23-03-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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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핵계획그룹(NPG) 회의를 하고 있다. [NATO]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핵계획그룹(NPG) 회의를 하고 있다. [NATO]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유럽 회원국들이 러시아의 핵 위협에도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며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것은 핵 공유 전략 때문이다. 나토의 핵 공유 전략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독일·이탈리아·벨기에·네덜란드·튀르키예 등 유럽 5개 회원국이 미국과 핵 공유 협정을 맺고,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자국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무기 사용 권한을 부여받는 것을 말한다.

    나토의 핵 공유 전략은 독일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만들어졌다. 1949년 나토 창설 이후 자체 핵무장을 달성한 영국, 프랑스와 달리 독일(당시 서독)은 유럽의 중심 지역에 위치해 재래식 전쟁이나 전술핵을 사용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자국 영토가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약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기에 독자적으로 핵무장을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는 옛 소련의 핵 공격에 대비해 자국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의 사용권을 실질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1966년 나토 핵계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NPG)이라는 기구를 만들었다.

    北, 기하급수적 핵탄두 증강 위협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B61-12 개량형 전술핵폭탄을 시험투하하고 있다. [미국 공군]

    미 공군 F-35A 스텔스 전투기가 B61-12 개량형 전술핵폭탄을 시험투하하고 있다. [미국 공군]

    NPG는 프랑스를 제외한 나토 29개 회원국 국방장관으로 구성되며, 핵무기 운용에 대한 의사 결정을 하거나 핵무기 정보와 핵전략 등을 논의하고 조율하는 기구다. 이 기구의 결정은 만장일치제가 원칙이지만 핵무기 사용 여부의 최종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그럼에도 나토의 유럽 회원국 전투기들은 정례적으로 전술핵무기 인수, 인계, 장착, 발진 훈련 등을 실시한다.

    미국 정부가 한일 양국 정부에 핵 억지력 강화를 위해 새로운 3국 간 협의체 창설을 타진한 가운데 한미일 3국이 나토의 NPG 같은 기구를 창설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3월 8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이 새로운 협의체를 통해 핵전력 관련 정보 공유를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의 확장 억지에 대한 한일의 신뢰를 확보하고 핵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정부가 나토의 NPG를 참고해 한일 정부와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의 의도는 이른바 ‘핵우산’을 좀 더 강력한 체제로 만들기 위함으로 보인다. 핵우산은 미국의 안보 정책으로, 자국뿐 아니라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에도 보복 공격을 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줌으로써 제3국의 동맹국 공격을 억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일라이 래트너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는 “미국이 한일과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새 메커니즘은 북한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한미일 핵우산 협의체(가칭) 창설을 추진하는 이유는 김정은이 ‘기하급수적인 핵탄두 증강’ 등 핵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에 대응하려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미국 정보기관들의 연례위협평가’ 보고서(3월 8일자)에서 “김정은이 핵무장을 강화하고 핵무기를 국가안보체계의 중심에 두겠다는 강한 의지를 계속 보이고 있다”면서 “김정은은 미국과 동맹을 겨냥한 핵 및 재래식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독재 정권을 보장하는 궁극적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의지가 없고 이에 따라 북한 핵은 미국과 동맹국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브릴 헤인스 DNI 국장은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은 역내 안보 환경을 유리하게 재편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서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과 동맹국을 상대로 주기적으로 공격적이고 안보를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토 NPG 버금가는 협의체 필요하다”

    미국 싱크탱크와 안보 전문가들도 한미일 핵우산 협의체 창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한반도위원회는 ‘미국의 대북 정책 및 확장억제에 대한 제언’이라는 보고서(1월 18일자)에서 “나토의 NPG와 유사한 ‘핵 공동 계획협의체’ 신설, 영국·프랑스 등을 포함한 ‘다자 핵우산’ 확장 등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CSIS 한반도위원회는 존 햄리 CSIS 소장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빅터 차 CSIS 한국석좌,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 웬디 커틀러 전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 등 미국 전직 고위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보고서는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블루 라이트닝(Blue Lightning)’ 훈련과 함께 한미일 3국 간 전략자산 운용을 조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블루 라이트닝 훈련은 괌의 미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B-52H와 B-1B 전략폭격기를 한반도로 출동시켜 유사시 북한의 핵심 시설 폭격 임무를 숙달케 하는 훈련을 말한다. 크리스토퍼 존스턴 CSIS 일본석좌는 “미국 본토가 핵 공격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이 정말 동맹국들을 방어할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면서 “동맹국들이 미국의 핵무기 관련 결정을 더 잘 알 수 있게 핵전력을 공동 운영하는 틀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한미연합사령관과 배리 파블 랜드연구소 국가안보 부문 부회장도 “나토의 NPG에 버금가는 새로운 확장억제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핵과 관련된 협의체는 한미 간에는 ‘확산억제 전력협의(EDSCG)’가, 미·일 간에는 ‘확대억제대화(EDD)’가 있다. 한미 협의는 차관급, 미·일 협의는 일본에선 외무성 북미국 참사관과 방위성 방위정책국 차장, 미국에선 국무차관보 대리와 국방차관보 대리가 참석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미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새로운 협의체 창설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는 것은 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계 유일 피폭국인 일본에선 한미일 3국 협의체 참여를 꺼리는 의견도 있다.

    반면 북한의 핵 위협과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한국 정부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간에는 확장억제와 관련해 체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면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커진 만큼 그 맥락에서 추가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핵우산 협의체 창설 문제는 한일 정상회담(3월 16일 일본 도쿄), 한미 정상회담(4월 26일 미국 워싱턴), 한미일 정상회담(5월 일본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등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핵우산 협의체가 창설된다면 3국이 강력한 결속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안보 협력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다.

    북한이 2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KCNA]

    북한이 2월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KCNA]

    중국 핵탄두 1500개 배치 계획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앞으로 북한은 물론, 중국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 핵계획그룹’(Asian Nuclear Planning Group·ANPG)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신뢰의 위기: 아시아에서 미국 확장억제 강화 필요성’이라는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역내 위협에 집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ANPG 창설에 호주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도 ‘핵 확산 방지와 미국 동맹국 안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2021년 2월)에서 “미국은 ANPG를 창설해 호주, 일본, 한국을 미국의 핵 계획 절차에 참여시키고 동맹국들이 미국 핵전력과 관련된 특정 정책을 논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미국 국방부도 2022년 ‘핵 태세 검토(Nuclear Posture Review)’ 보고서에서 확장억제 제고 조치로 “한미일 또는 한미일·호주 간 정보 공유와 대화의 기회를 찾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목표”라고 언급했다. 호주는 한국·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은 국가다. 호주는 이와 함께 미국, 인도, 일본 등 인도·태평양 4개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의 일원인 동시에 미국, 영국 등 3개국 안보 동맹체인 오커스(AUKUS) 회원국이다. ANPG는 앞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 플러스(+)’로 발전할 수도 있다. 중국은 2035년까지 핵탄두 1500개를 배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한미일 핵우산 협의체가 창설될 경우 동북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국제질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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