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르네상스.’ 최근 미국을 비롯한 독일, 일본, 중국 등 글로벌 경제 강국들이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펼치고 있는 정책이다. 한마디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제조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2008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독일이나 일본 같은 제조업 강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일찍 벗어날 수 있었던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 수개월간 이들 제조업 강국은 기존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정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2년부터 제조업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제조 혁신을 가속화하는 ‘신행정 행동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각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은 본격 시행된 지 2~3년 시간이 지났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미국 제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과는 전혀 다른 실적 양상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2008년 잠깐 둔화했던 제조업 부가가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2010~2014년 5년 동안의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이 금융위기 이전인 2004~2008년 5년의 증가율을 소폭이나마 넘어서기도 했다. 제조업 매출액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위기에도 급증한 R&D 투자
미국의 이러한 분위기를 제조업 부흥으로 봐도 좋을까. 일각에서는 미국 제조업 회복을 두고 금융위기로 급락했다 재반등하는 경기 순환적 요인 때문으로 봐야 한다는 소극적인 평가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제조업 르네상스의 진원지로 손꼽히는 미국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등 투입지표와 고용, 생산성 같은 성과지표가 금융위기 전과 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함으로써 지금 제조업 르네상스 바람이 과연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투입지표 동향이다. 제조업의 고정자산투자는 높은 증가세에 힘입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고정자산투자란 재화와 서비스 창출에 사용된 구조물, 설비, 지식재산권에 대한 투자를 가리킨다. 2010~2013년 이 지표의 미국 내 증감률을 2005~2008년과 비교할 때 민간부문 총투자액은 -9.1%로 금융위기 이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제조업은 9.0%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제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R·D 투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제조업체의 2010~2013년 R·D 투자 누적액은 2005~2008년 대비 18.8%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유독 제약업, 정보통신기술(ICT), 화학업종에서 R·D 투자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 정부의 경우에도 산업생산기술 부문 R·D 투자가 금융위기 이후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0~2014년 R·D 투자는 2004~2008년과 비교해 누적투자액 기준으로 10.4%나 증가했다(표 참조). 14개 R·D 부문 중에서도 산업 제품 및 제조공정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생산기술 R·D 예산 증가량은 43.3%에 달한다.
성과지표에서 나타나는 동향도 긍정적이다. 먼저 사업체 기준으로 창업 동향을 살펴보면 제조업 사업체가 2013년 3분기부터 증가세로 전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4분기 미국 전체의 제조업 사업체 수는 총 34만 개. 다만 금융위기 이전 36만 개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로 나갔던 공장을 다시 국내로 이전하는 리쇼링(reshoring·외국인 직접투자 포함) 덕분에 미국에서는 2014년 한 해에만 약 6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오프쇼링(offshoring)으로 줄어든 일자리는 3만~5만 개. 결국 1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순증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데이터를 2003년과 비교해보면 리쇼링으로 일자리가 400% 가까이 늘고 오프쇼링으로 70%가량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제조업의 고용 자체는 금융위기 이후 증가세로 전환됐음에도 아직까지 위기 이전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조업 고용이 2010년 10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2015년 5월 1231만 명으로 확대됐지만, 월간 약 1350만 명 선이었던 2008년 수준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컴퓨터 및 전자제품, 운송장비 등 내구재 제조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수치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제조업 노동생산성 지수는 2004~2008년 평균 97.1에서 2010~2014년 평균 108.3으로 크게 개선됐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미국 제조업이 느리지만 실적 회복(regaining)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히 ‘제조업 르네상스의 여명기’라 평가해도 좋을 정도다. 문제는 우리다. 제조업 경쟁국의 르네상스 정책이 자국 시장에 기반을 둔 제조업 내재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정책이 진전될수록 첨단기술과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기조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국에서 생산해 자국에서 소비하는 분위기가 확산할수록 주요국을 수출시장 삼아 성장해온 한국 제조업의 경쟁 환경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 제조업계가 대응을 지체하면 세계시장에서 설 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거라는 뜻이다.
길지 않은 ‘골든타임’
우리나라가 제조업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그리 길지 않다. 미국이 제조업 르네상스의 핵심 정책 대상 중 하나로 선정해 R·D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첨단제조기술(Advanced Manufacturing) 분야의 경우 앞으로 2~3년이면 성과 창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독일과 일본 등에서도 제조업 혁신 정책이 고부가·첨단화 기조에 집중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판도에 커다한 변화가 생길 개연성도 있다.
정부가 3월 발표해 추진 중인 ‘제조업 혁신 3.0전략’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그 실행대책으로 △스마트 공장 1만 개 확산 △융합 신산업 조기 창출 △기업의 사업재편 촉진 △창조적 융합규제 시스템 구축 등 4대 추진 방향과 12개 세부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선진국 정책 동향에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제조업 경쟁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이들 정책과 세부 과제를 조정해나가는 꼼꼼한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이다.
미국의 경우 2012년부터 제조업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제조 혁신을 가속화하는 ‘신행정 행동계획’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각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은 본격 시행된 지 2~3년 시간이 지났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미국 제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과는 전혀 다른 실적 양상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2008년 잠깐 둔화했던 제조업 부가가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2010~2014년 5년 동안의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이 금융위기 이전인 2004~2008년 5년의 증가율을 소폭이나마 넘어서기도 했다. 제조업 매출액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위기에도 급증한 R&D 투자
미국의 이러한 분위기를 제조업 부흥으로 봐도 좋을까. 일각에서는 미국 제조업 회복을 두고 금융위기로 급락했다 재반등하는 경기 순환적 요인 때문으로 봐야 한다는 소극적인 평가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제조업 르네상스의 진원지로 손꼽히는 미국을 대상으로 연구개발(R·D) 등 투입지표와 고용, 생산성 같은 성과지표가 금융위기 전과 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함으로써 지금 제조업 르네상스 바람이 과연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투입지표 동향이다. 제조업의 고정자산투자는 높은 증가세에 힘입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고정자산투자란 재화와 서비스 창출에 사용된 구조물, 설비, 지식재산권에 대한 투자를 가리킨다. 2010~2013년 이 지표의 미국 내 증감률을 2005~2008년과 비교할 때 민간부문 총투자액은 -9.1%로 금융위기 이전 실적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제조업은 9.0% 증가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제조업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그 가운데서도 R·D 투자가 급증하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제조업체의 2010~2013년 R·D 투자 누적액은 2005~2008년 대비 18.8%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유독 제약업, 정보통신기술(ICT), 화학업종에서 R·D 투자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 정부의 경우에도 산업생산기술 부문 R·D 투자가 금융위기 이후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0~2014년 R·D 투자는 2004~2008년과 비교해 누적투자액 기준으로 10.4%나 증가했다(표 참조). 14개 R·D 부문 중에서도 산업 제품 및 제조공정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생산기술 R·D 예산 증가량은 43.3%에 달한다.
성과지표에서 나타나는 동향도 긍정적이다. 먼저 사업체 기준으로 창업 동향을 살펴보면 제조업 사업체가 2013년 3분기부터 증가세로 전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4분기 미국 전체의 제조업 사업체 수는 총 34만 개. 다만 금융위기 이전 36만 개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로 나갔던 공장을 다시 국내로 이전하는 리쇼링(reshoring·외국인 직접투자 포함) 덕분에 미국에서는 2014년 한 해에만 약 6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오프쇼링(offshoring)으로 줄어든 일자리는 3만~5만 개. 결국 1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순증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데이터를 2003년과 비교해보면 리쇼링으로 일자리가 400% 가까이 늘고 오프쇼링으로 70%가량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제조업의 고용 자체는 금융위기 이후 증가세로 전환됐음에도 아직까지 위기 이전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조업 고용이 2010년 10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2015년 5월 1231만 명으로 확대됐지만, 월간 약 1350만 명 선이었던 2008년 수준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은 컴퓨터 및 전자제품, 운송장비 등 내구재 제조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 수치를 100으로 놓고 봤을 때, 제조업 노동생산성 지수는 2004~2008년 평균 97.1에서 2010~2014년 평균 108.3으로 크게 개선됐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미국 제조업이 느리지만 실적 회복(regaining) 모습을 보이고 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가히 ‘제조업 르네상스의 여명기’라 평가해도 좋을 정도다. 문제는 우리다. 제조업 경쟁국의 르네상스 정책이 자국 시장에 기반을 둔 제조업 내재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정책이 진전될수록 첨단기술과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기조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국에서 생산해 자국에서 소비하는 분위기가 확산할수록 주요국을 수출시장 삼아 성장해온 한국 제조업의 경쟁 환경은 한층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 제조업계가 대응을 지체하면 세계시장에서 설 자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 거라는 뜻이다.
길지 않은 ‘골든타임’
우리나라가 제조업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그리 길지 않다. 미국이 제조업 르네상스의 핵심 정책 대상 중 하나로 선정해 R·D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첨단제조기술(Advanced Manufacturing) 분야의 경우 앞으로 2~3년이면 성과 창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독일과 일본 등에서도 제조업 혁신 정책이 고부가·첨단화 기조에 집중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판도에 커다한 변화가 생길 개연성도 있다.
정부가 3월 발표해 추진 중인 ‘제조업 혁신 3.0전략’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는 그 실행대책으로 △스마트 공장 1만 개 확산 △융합 신산업 조기 창출 △기업의 사업재편 촉진 △창조적 융합규제 시스템 구축 등 4대 추진 방향과 12개 세부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선진국 정책 동향에 면밀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제조업 경쟁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이들 정책과 세부 과제를 조정해나가는 꼼꼼한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