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 직장인의 삶을 그려 화제를 모은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JTBC 제공
이 드라마는 임원 승진을 기다릴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김 부장이 예기치 않게 회사를 그만둔 뒤 자신이 가치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이야기다. 현실 직장인의 삶을 상세히 그려내 “우리도 저럴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김 부장은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것일까. 오늘은 김 부장에게 필요했던 것, 그리고 그 교훈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짚어보려 한다.
실제 노후 자금 잃는 참사 속출
일단 김 부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금융문맹’이었다는 것이다.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은 금융 관련 지식이 거의 없는 사람을 글자를 모르는 문맹에 빗댄 말이다. 김 부장은 평소 금융 공부를 해두지 않아 투자 자산의 기대수익과 잠재 위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했다. 결국 사기꾼의 달콤한 말에 속아 눈앞의 수익성만 보고 합리적 판단력을 잃는다. 그 결과 은퇴자금에 더해 대출금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형 부동산에 ‘몰빵’한다. ‘원금 보장, 단기, 고수익, 확정’ 같은 달콤한 말에 속아 고위험 투자에 뛰어든 셈이다. 만약 평소 금융지식을 갖고 있었다면 “높은 수익에는 높은 위험이 따른다”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투자 전 수익뿐 아니라 공실이나 자본 손실 가능성 같은 위험 요인도 따져봤을 것이다.김 부장 이야기는 드라마에 그치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준비 없는 은퇴와 잘못된 투자로 빈곤한 노후를 보내는 사례가 수없이 많다. 원금 손실 위험이 없다는 은행 직원의 말만 믿고 위험이 큰 펀드에 가입한 사례, 비상장주식이나 코인의 가치를 과대 포장한 다단계 판매에 속은 사례, 가짜 협동조합이나 영농법인을 통한 귀농 또는 안정적인 월수입 유혹에 넘어간 사례 등 종류와 가짓수가 셀 수 없을 정도다. 노후 자금에 대한 불안과 금융지식 부족을 파고드는 고수익 미끼형 사기가 그만큼 기승을 부린다는 의미다. 또 그만큼 다수가 노후 대비에 자신 없고 준비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은퇴 후 경제적 불안을 겪거나 잘못된 투자로 평생 모은 자산을 잃는 노후 자금 참사가 우리 주변에서도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해법은 미리 대비하는 것뿐이다. 김 부장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하며 “천천히 준비하면 되겠지”라는 생각 역시 노후를 불행하게 만든다. 이런 소홀한 노후 준비로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4.2%)에 비해 3배나 높은 수준으로 불명예스러운 1위다.
은퇴는 미뤄서 준비할 일이 아니다. 젊을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특히 현직에 있을 때 개인연금 상품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개인연금은 연금저축과 IRP(개인형퇴직연금)를 의미한다. 이들 제도는 세액공제, 과세이연, 저율과세 같은 혜택을 주며, 스스로 노후 자금을 마련하도록 돕는다. 꾸준히 납입하면 퇴직금과 별개로 든든한 ‘제2의 연금’을 얻는 효과가 있다. 김 부장처럼 퇴직 후 한꺼번에 뭔가를 해보려 하기보다 현역 시절에 적은 금액이라도 노후 자금을 쌓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 경험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금융 지식과 투자 실전 경험은 일종의 근육과 같아서 오랜 기간 길러온 사람과 처음 쓰는 사람 간 차이가 크다. 평생 투자 초보자로 지내던 김 부장이 퇴직 직후 목돈을 굴리려다가 낭패를 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반면, 사회초년생 때부터 소액이라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면서 투자 근육을 키워온 사람은 은퇴 시점에 좀 더 노련하게 자산을 굴릴 수 있다. 마치 오랫동안 운동으로 근력을 단련해야 나이 들어서도 무리가 없듯이, 젊을 때부터 쌓아올린 작은 투자 습관이 노후에 큰 차이를 만든다. 월급의 일부를 떼어 펀드에 넣거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하는 등 소액투자라도 꾸준히 해본 사람은 시장 변동에 덜 흔들리고 합리적 판단을 내릴 여유가 있다.
연금저축펀드·IRP 개설하고 금융 공부 시작해야
또 하나 기억할 원칙은 분산투자, 즉 자산배분 투자법이다.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 너무 공격적으로 올인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원금 보존만 고집해서는 자산을 제대로 불릴 수 없다. 그래서 투자 초보일수록 자산배분 전략으로 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흔한 격언이지만 실천이 중요하다.예를 들어 가진 돈을 전부 부동산이나 주식 하나에 베팅하지 말고, 주식·채권·현금·달러·골드 등 다양한 자산에 나눠 투자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동일한 수익을 목표로 하더라도 불필요한 변동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자산배분 투자는 수십 년에 걸쳐 수백조 원 이상을 운용해온 다양한 연기금을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이 증명됐다. 무작정 고수익만 쫓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위험 수준을 설정하고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면 꾸준하고 안정적인 자산 성장이 가능하다.
김 부장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남들처럼 “은퇴 후 생활은 나중에 천천히 준비하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가는 자칫 준비 시간이 부족하고, 종잣돈마저 모두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 은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평생 모은 돈을 한순간에 날리는 비극을 피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연금저축펀드와 IRP 계좌부터 개설하고 단돈 10만 원이라도 넣은 후 차근차근 투자하면서 금융 공부를 하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