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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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터치 이후 주시해야 할 경고등

[김성일의 롤링머니] 주식시장은 버블과 폭락 반복한 역사… ‘다걸기’ 투자 경계해야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

    입력2026-02-03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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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2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동아DB

    1월 22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동아DB

    2026년 1월 22일 한국 증시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코스피가 장중 5019.54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1980년 1월 4일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가 46년 만에 새로운 영역에 진입했다. 미디어에선 ‘코스피 5000 시대’를 알리는 헤드라인을 쏟아냈지만 정작 투자자들 마음 한구석에는 기대감과 불안감이 기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앞으로 하락장과 횡보장 기다릴 수도

    이번 상승장을 이끈 동력은 명확하다. 인공지능(AI) 수요 폭발이 반도체산업 슈퍼사이클을 불러왔고, 이는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로봇산업 진출로 기업가치가 재평가된 현대차 등 대형주의 약진이 더해지며 지수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다. 정부의 증시 친화적 정책과 밸류업 프로그램도 시장 분위기를 달구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상승 ‘속도’다. 1980년 1월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가 1000을 돌파하는 데는 9년 3개월이 걸렸다(그래프 참조). 이후 2000 고지를 밟기까지 18년 6개월이라는 긴 인고의 시간이 필요했고, 2000에서 3000까지는 13년 3개월이 소요됐다. 그런데 3000에서 4000까지는 4년 10개월로 줄어들더니, 4000을 넘어 5000을 돌파하는 데는 3개월 남짓 걸렸다. 과거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난 변화가 단 몇 달 만에 압축적으로 폭발한 셈이다.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 앞에서는 누구나 평정심을 잃기 쉽다. 그만큼 냉정하게 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은 영원히 오르기만 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다. 버블과 폭락이 반복되는 롤러코스터에 가깝다. 1989년 코스피가 처음 1000을 돌파했을 때 모두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이후 그 지수를 다시 회복하는 데는 15년 10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2007년 10월 2000을 넘겼을 때도 곧바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파도를 만나면서 주가가 반토막이 났고, 2011년부터는 5년 넘게 지루한 횡보장(박스피)이 이어졌다.

    가장 가까운 예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를 보자. 넘쳐나는 유동성 힘으로 코스피는 단숨에 3000 선을 돌파했지만 이후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하락한 뒤 회복하기까지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5000 돌파가 축제인 것은 맞긴 해도 그 이면에는 언제든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져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또한 숫자의 착시에 빠져서도 안 된다. 코스피가 4000에서 5000으로 오른 것은 포인트로 1000 상승이지만 상승률로 따지면 25% 수준이다. 과거 1000에서 2000으로 갈 때 100% 상승률에 비하면 4분의 1에 불과하다. 현재 유동성 힘과 기업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머지않아 6000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누구도 주가 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전망조차 빗나가기 일쑤다. 2024년 말 국내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2025년 코스피 전망치는 대체로 2100~3200 선이었다. 하지만 2025년 코스피 주가 밴드는 2285~4227로, 전문가들 예상을 비웃듯이 움직였다.

    시장은 앞으로 6000, 7000을 향해 갈 수도 있고, 1989년이나 2007년, 2022년처럼 하락장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그 하락폭은 반토막이 될 수도 있고, 20~30% 수준의 조정이 될 수도 있다. 하락장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급락 후 찾아오는 수년간의 횡보장이다. 남들은 돈을 벌고 있다는데 내 계좌만 제자리걸음일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시장을 떠나게 만든다. 따라서 막연히 “계속 오르겠지”라는 믿음 하나로 ‘몰빵 투자’를 하거나 무리하게 빚을 내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다.

    ‘5000’이라는 숫자에 취해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일부 발 빠른 투자자는 한국 주식에서 거둔 수익을 실현해 미국 주식으로 갈아타기도 한다. 올해 초부터 미국 대형주 지수인 S&P500 ETF(상장지수펀드)의 순매수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이 또한 주의가 필요하다. 2010년 이후 미국 주식이 전 세계 증시를 압도하며 독주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무조건 미국이 답”이라는 생각도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코스피 5000 시대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결론은 명확하다. 한국 주식이든, 미국 주식이든 특정 자산에 ‘올인’하는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 주식에 투자한다면 한국과 미국, 신흥국 등 움직임이 다른 다양한 국가의 지수에 분산투자해 특정 국가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식이라는 자산군 자체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시장이 공포에 질려 하락할 때 전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경우 내 투자금을 지켜줄 것은 주식과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이다. 대표적으로 국가가 보증하는 국채, 기축통화인 달러, 그리고 실물자산인 금 등이 있다. 주식시장이 뜨거울 때일수록 차갑게 식어 있는 채권이나 안전자산 비중을 점검해보는 역발상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 목적은 대박을 터뜨려 단숨에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경제적 자유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데 있다. 초보투자자라면 예측할 수 없는 주가 흐름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투자법’을 이용해 변동성을 관리해야 한다. 지금 여러분의 포트폴리오는 5000이라는 숫자에 취해 있는가, 아니면 혹시 모를 폭풍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설계돼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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