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를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절세다. GETTYIMAGES
그 해답의 시작은 바로 ‘절세 계좌’를 얼마나 현명하게 세팅하느냐에 달렸다. 필자는 이를 ‘절세 계좌 5총사’(연금저축, IRP, ISA, DC, 글로벌)라고 부른다. 이 5가지 도구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연금 설계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세액공제부터 분리과세까지 챙길 수 있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개인연금의 두 축인 연금저축과 IRP(개인형퇴직연금)다. 이 두 계좌의 큰 장점은 강력한 세액공제 혜택이다. 납입 금액에 대해 연간 최대 900만 원(연금저축 600만 원 한도 포함)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소득 수준에 따라 13.2~16.5%에 달하는 ‘확정 수익’을 챙기고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다.개인연금의 또 다른 혜택은 과세이연과 저율과세다. 이자나 배당소득에 부과되는 15.4% 세금을 연금 수령 시점까지 미루는 것이 과세이연, 막상 연금을 받는 시점에 세율이 3.3~5.5%로 낮아지는 것이 저율과세다.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가정주부도 이런 계좌를 활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과세이연과 저율과세 혜택 때문이다. 또한 연금저축은 운용 자유도가 높아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적극 담거나 일부 중도해지할 때도 유리하다. IRP는 퇴직금 수령 시 퇴직소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절세 끝판왕이다.
하지만 개인연금 계좌에는 연간 납입 한도(연간 1800만 원)라는 제약이 있다. 이를 보완하는 최적의 대안이 바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다. ISA는 3년만 유지해도 비과세 및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데, 여기서 주목할 핵심 포인트는 ‘3년 만기 후 연금계좌 전환’ 기능이다. ISA 만기 자금을 개인연금(연금저축, IRP)으로 이체하면 이체 금액의 10%(최대 300만 원)를 추가로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즉 개인연금의 세액공제(기본 한도 900만 원)에 더해 더 많은 절세 혜택을 누리면서 노후 자금을 굴릴 수 있는 통로가 열리는 것이다. 절세 계좌 한도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ISA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회사에서 퇴직연금을 운영하는 경우 DC(확정기여)형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기존 DB(확정급여)형은 퇴직 직전 급여에 근속연수를 곱해 퇴직금이 결정되지만, DC형은 본인이 직접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다. DB형에서 DC형으로의 전환 기준은 명확하다. “나의 예상 급여 인상률보다 투자수익률을 높게 유지할 수 있는가”다. 승진이 마무리 단계에 있거나 임금 피크제를 앞두고 있다면, 혹은 투자에 자신 있는 경우라면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해 퇴직금 파이를 키워야 한다.
일반 계좌에서 단순히 돈을 모으는 행위는 때론 위험할 수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때문이다. 연간 이자와 배당 소득이 2000만 원을 넘어서면 종합소득세 대상자가 되고, 이는 곧 국민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실질 수익률을 갉아먹는다.
절세 계좌에 넣지 못한 나머지 자금은 글로벌 투자로 눈을 돌려야 한다. 여기서 글로벌 투자란 투자금을 달러로 환전해 미국시장에 상장된 ETF나 주식 등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미국 직접투자 ETF의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세(기본 공제 250만 원) 대상이다. 이는 종합소득세나 국민건강보험료 산정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자산 규모가 커질수록 세금 부담을 줄이는 강력한 방패가 된다.
연금 설계는 과학적인 자산관리 영역
5가지 절세 계좌를 갖췄다면 이제 “무엇을 담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자금을 단순히 현금이나 예금으로 두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라는 도둑에게 구매력을 도둑맞는 것과 같다. 예금의 세후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 내 돈의 가치는 사실상 하락하게 된다.그렇다고 초보투자자가 특정 종목이나 유행하는 ETF에 소위 ‘몰빵’하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는 데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가 필수적이다. 자산배분은 자산 분산, 지역 분산, 통화 분산을 통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성도 챙기는 방법이다. 자산 분산은 주식, 국채, 금 등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에 나누어 담는 것을 뜻한다. 지역 분산은 한국시장을 넘어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것이고, 통화 분산은 원화와 더불어 기축통화인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자산배분 리밸런싱을 통해 시점 분산도 구현할 수 있어 더욱 유리하다.
최근 한국 증시처럼 특정 자산이 과도하게 뜨거울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최근 수익률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최근성 편향’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상승이 있으면 하락이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
투자가 무섭다고 무조건 피하는 것은 가장 나쁜 선택이다. 한국 퇴직연금 수익률이 유독 낮은 이유는 원리금 보장형에만 자금을 묶어두는 소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연금 설계는 단순한 저축이 아니라 과학적인 자산관리 영역이다. 오늘 소개한 ‘절세 계좌 5총사’를 본인의 상황에 맞게 배치하고, 공부를 통해 자산배분 원칙을 익힌다면 노후 풍경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지금 바로 본인 계좌를 점검한 뒤 미래의 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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