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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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연말 회식 장소 추천, AI에게 부탁했더니…

[진짜임? 해볼게요] 그룹 채팅 AI 비교… 카나나는 세심함, 챗GPT는 속도에 강점

  •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입력2025-12-10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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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진짜임? 해볼게요’는 기자가 요즘 화제인 현상, 공간, 먹거리부터 트렌드까지 직접 경험하고 진짜인지 확인하는 리얼 체험기다.


    연말 점심 회식 장소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카나나(왼쪽)와 챗GPT가 각각 내놓은 답변. 카나나 앱 캡처·챗GPT 앱 캡처

    연말 점심 회식 장소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카나나(왼쪽)와 챗GPT가 각각 내놓은 답변. 카나나 앱 캡처·챗GPT 앱 캡처

    약속을 잡을 때마다 늘 한 명이 ‘총대’를 멘다. 연말이 다가오자 송년회 단톡방이 줄줄이 열리고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보통은 성격이 급하거나 계획형인 사람이 시간을 정하고 식당을 고른다. 그 순간 인공지능(AI)이 갑자기 끼어들어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근처 1인 5만 원 이하로 저녁에 갈 만한 곳을 추천하겠다”고 한다면 어떨까.

    문 닫거나 가격대 안 맞는 식당 추천하기도

    최근 AI가 단체 대화방 안으로 들어왔다. 5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의 AI 에이전트 ‘카나나’는 ‘그룹 방’ 기능을 도입했고, 11월 오픈AI의 챗GPT도 한국에 ‘그룹 채팅’을 시범 적용했다. 기자는 두 서비스에 각각 그룹 대화방을 만들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들이 실제로 사람의 부담을 얼마나 덜어줬을까. 차이를 직접 확인해봤다.

    기자는 두 서비스에 “서울 종로구, 중구에서 10만 원 이내 연말 점심 회식 장소를 추천해줘”라고 요청했다. 대화방에는 기자, 기자의 친구, AI가 함께 있었다. 먼저 카나나는 식당 5곳을 제시하며 메뉴·영업시간·평점·카카오맵 링크 등을 기준으로 정리해줬다. 추천 목록은 대체로 포털 검색 상위권에 있을 법한 한정식집이었다. 기자가 “공덕의 ◯◯ 같은 예쁘고 맛있는 곳을 찾아줘”라고 다시 요청하자 분위기가 비슷한 장소를 제시했지만, 그중 한 곳은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검색이 어려웠다. “식당이 지도에 없어”라고 하자 카나나는 “부족한 정보를 드려 사과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기자의 친구가 한 말에 기자의 이름을 부르며 잘못 답하기도 했다.

    챗GPT 그룹 채팅에서도 참여자 구분이 매끄럽지 않았다. 기자가 한 질문에 친구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시작하는 식이었다. 게다가 챗GPT가 제시한 첫 번째 식당은 ‘폐업’ 상태였다. 식당 사진을 보여주는 기능은 유용했지만, 처음 물어본 금액대와 차이가 큰 인당 6000~7000원대 국밥집 위주로 목록을 구성했다. 기자가 조건을 다시 제시하자 이번에는 모던 한식·중식집을 추천했는데 5곳 중 4곳이 검색되지 않았다. 이를 지적하니 챗GPT는 “제 추천 리스트가 ‘소문 또는 기억 기반+확인되지 않은 이름’ 위주여서 실제 존재 여부를 바로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카나나는 베타 서비스 기간이며, 기능 개선과 AI 고도화를 병행하고 있다. 연내 추가 업데이트가 한 차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오픈AI 관계자는 “아직 파일럿 단계로, 오류 사례를 반영해 지속적으로 보완할 예정”이라며 “한국을 포함한 시범 지역들은 챗GPT 사용이 활발한 시장이라 먼저 도입했고, 실제 사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면서 더 많은 지역으로 확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나나 그룹 방과 챗GPT 그룹 채팅 첫 화면. 카나나 앱 캡처·챗GPT 앱 캡처

    카나나 그룹 방과 챗GPT 그룹 채팅 첫 화면. 카나나 앱 캡처·챗GPT 앱 캡처

    “AI 기업 새로운 수익원 될 것”

    직접 사용해본 결과 카나나는 참여자가 필요로 할 때 알아서 등장하는 것이 강점이었다. AI가 대화에 끼어드는 빈도, 분위기나 말투 등을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었다. 대화 스타일로는 ‘코치 같은’ 또는 ‘친구 같은’ 등 13가지가 제시됐다. 대화 지침을 직접 입력할 수도 있었다. 카카오 측은 “여행 준비나 다이어트처럼 목적 기반 그룹 방이 많다”고 밝혔다. 

    챗GPT는 빠른 답변 속도와 외부 정보 탐색력이 확실한 장점이었다. 답변 내용에 따라 출처 링크를 일일이 걸어주고, GPT-5.1 오토 모델을 기반으로 응답했다. 그룹 이름 변경, 참여자 추가, AI 자동 응답 여부 설정 등이 가능했다. 목표, 선호 사항, 농담 같은 지침을 서술형으로 지정할 수도 있었다. 두 서비스 모두 참여자가 대화방을 만들고 링크를 공유해 초대하는 방식인데 카나나는 모바일에서만 지원되고,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불러 바로 초대할 수 있었다. 

    두 서비스 모두 아직 초기 단계라 AI가 그룹 대화방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참여자들이 꾸준히 대화를 쌓는 과정이 필요해 보였다. 결혼 준비나 여행 계획처럼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는 특히 편리할 것 같았다. 

    최병호 고려대 HIAI연구원 교수는 최근 등장한 AI 그룹 대화 기능에 대해 “나올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오픈AI 관점에서 보면 수익모델용 서비스 상품이 필요하고, 메신저 포털은 오픈되지 않은 데이터를 수집 가능해 투자와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영역 확장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갖고 있는 리소스를 통합해 대화 중 택시 호출이나 금융 서비스 제공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 교수는 “단톡방에 AI가 들어왔을 뿐”이라며 이런 변화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초기라 세련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사람 간 대화 시간이 줄고 기계와의 대화 시간은 계속 늘고 있다. AI 의존성이 높아질수록 AI가 사람처럼 대화에 끼어들고 의견을 내는 ‘주체’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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