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 기반 비즈니스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투자가 집중된 시기였다. 정보기술(IT) 기업 사이에서 회사 인터넷 주소나 사명에 닷컴(.COM)을 넣는 것이 유행이었고, S&P500 지수에서 IT 섹터가 34%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이때에 대비해보면 현 시장은 ‘AI 버블’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AI 혹은 관련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높은 기대로 해당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고, 기업들이 이름에 AI나 .AI를 추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S&P500 지수에서 20%를 하회하던 IT 섹터 비중은 2024년 12월 32.6%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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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술주에만 투자하면 된다는 맹목적 모습
또 다른 버블 우려 증거는 주가순자산비율(Price to Book Ratio·PBR)이다. PBR은 기업 주가가 순자산(Book Value) 대비 얼마나 높은 수준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장부가치 대비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사용된다. 현재 S&P500 지수의 PBR은 5.3배로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 5.5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개발한 CAPE(Cyclically Adjusted Price-Earnings ratio: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 지수 역시 현재 미국 주식시장의 심각한 고평가 상태를 경고하고 있다. CAPE 지수는 기업 실적이 경기 순환에 따라 변동되는 점을 고려해 주가를 10년간 평균 수익(이동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되며,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주가수익비율(PER)이다.
CAPE 지수는 10년간 수익을 반영하기에 PER보다 더 정확히 주식시장의 거품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CAPE 지수가 30을 넘어선 주요 시기는 1929년 대공황과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 닷컴 버블 때였다. 최근에는 2021년 11월에 38을 넘어선 후 2022년 한 해 동안 주식이 하락했다. 2025년 1월 현재 CAPE 지수는 37.26으로 S&P500 지수의 고평가를 경고하고 있다.
‘장단기금리 역전 해소’ 현상 역시 경기침체를 경고한다. 일반적으로 만기 6개월짜리 예금금리보다 2년짜리 예금금리가 더 높은 것처럼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다. 그리고 금융시장에서는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아지는 장단기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면 뒤이어 그 현상이 해소되면서 경기가 불황에 접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그래프 참조).
닷컴 버블 붕괴 후 전 고점 회복 79개월 걸려
이런 지표들이 버블을 경고한다고 해서 주가가 바로 하락하거나 항상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강세장 추세가 올해 내내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그 성과를 나누는 투자법에 동의하는 것이다. 다만 주식이 별다른 이슈 없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큰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매우 위험하다. 2000년 3월을 기점으로 닷컴 버블이 꺼졌다. 고점 이후 S&P500(TR) 지수는 2002년 9월까지 44% 하락한 후 2006년 10월 전 고점을 회복하기까지 79개월이 걸렸다. 같은 시기 나스닥100(TR) 지수는 81% 하락한 후 전 고점 회복에 14년 이상 소요됐다. 2025년 1월 현재가 2000년 3월 닷컴 버블 붕괴와 같은 상황이라면 AI 버블 붕괴는 투자자에게 상당한 손실과 고통의 시간을 안겨줄 수 있다.
개인투자자에게 권하고 싶은 위험관리 투자법은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투자다. 자산배분이란 움직임이 다른 다양한 자산에 투자금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닷컴 버블이 붕괴되고 미국 주식이 회복되는 약 10년 동안 신흥국 주식의 성과는 눈부셨다. 또한 각국의 금리인하 조치는 국채 가격을 끌어올렸고, 경기 회복 등 여파로 금 가격 역시 강세를 보였다. 이렇게 움직임이 다양한 자산에 배분 투자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위험이 줄고 적정한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만큼 초보투자자라면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