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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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카카오 ‘돈 잔치’ 할 때 소상공인 돌반지 파는 게 뉴노멀”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자기 일 열심히 하는 것은 노후 준비 충분조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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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입력2021-08-1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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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불황이 도래한 후에는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법칙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불황 극복을 위해 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을 풀 수밖에 없는데,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돈의 실질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의미거든요. 그렇게 되면 보통 사람은 생활이 팍팍해지는 반면, 자산가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됩니다. 반드시 싼값에 급매물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겨울이 계속되는 건 아니니 시간이 지나면 제값 혹은 그 이상을 받고 팔 수 있어요. 그러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죠.”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겪으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양극화(兩極化)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대다수 자영업자는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반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쏟아내며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는 대기업도 많다. ‘자산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순자산이 5억122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는데,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여파로 분석됐다.

    중산층 일자리 복원은 전 세계 모두의 고민이라고 말하는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조영철 기자]

    중산층 일자리 복원은 전 세계 모두의 고민이라고 말하는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조영철 기자]

    부동산 가격 폭등, 자산 양극화 우려도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 출신인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속화했을 뿐,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필연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의 변화는 이미 1990년대 초반 시작됐다고 설명하는 그에게 앞으로 펼쳐질 미래 사회의 모습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 경영학 석박사, 홍익대 산업디자인 석사 이력을 지니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이다. 그럼에도 왜 많은 이가 사는 게 힘들다고 느낄까.

    “일정 수준 이상 국민소득을 가진 나라들, 흔히 말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행복지수가 되게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이 와해성 혁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기전자 등 다 마찬가지인데, 이것들은 모두 오랫동안 축적해온 지식이나 노하우가 하루아침에 의미 없어지고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예를 들어 웹 시대에 웹 마스터 역할을 한 사람이라도 스마트폰 시대에 앱(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순 없다.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이 언제 대체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는 것과 무관하게 국민 개개인이 행복할 수 없는 이유다.”

    4차 산업혁명이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 줄 몰랐다.

    “원래라면 조금 더딘 속도로 진행됐을 텐데 코로나19 사태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4가지 양극화로 나타날 것 같다. 그중 개인 간 양극화는 이미 1990년대 우리 사회가 제조업 중심 사회에서 벗어나며 시작됐다. 제조업은 산업 특성상 소득 양극화가 심하게 생길 수 없다. 컨베이어 벨트에 3명이 앉아 일한다고 가정해보자. 한 사람은 시간당 1개, 한 사람은 10개, 한 사람은 100개를 처리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했을 때 회사는 시간당 1개가 생산되는 것으로 계산한다. 1개밖에 처리 못 하는 사람이 있어 실제 생산량은 1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급여도 평균보다 낮은 수준으로 동일하게 받았다. 1980년대 제조업이 산업에서 거의 50% 비중이었으니 소득 양극화가 생길 수 없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서비스산업 시대로 접어들면서 개인 능력에 따라 소득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가 가장 법률 서비스를 잘하는지, 수술을 잘하는지 회자되면서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게 갈리게 됐다. 그게 양극화의 시작이었고 4차 산업혁명 이후 더 심화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시가총액이 말하는 것

    또 다른 양극화는 무엇인가.

    “산업 간 양극화다. 지금 디지털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이는 연봉이 올라가거나 엄청난 성과급을 받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시가총액이 3, 4위에 오르고, 두 회사는 모여드는 돈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반면 소상공인은 델타변이까지 생겨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니 아이들 돌반지까지 팔아 버티고 있다고 말하는 지경이다. 지역 간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본다. 이미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경험했는데, 유사 업종이 모여 있는 산업단지가 불황 직격탄을 맞으면 직장 자체를 구할 수 없어 일자리를 찾아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오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러면 지방 소멸은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국가 간 양극화도 예상된다. 선진국이나 우리나라처럼 대응력이 좋은 국가는 백신을 먼저 맞고 사회적으로 방역체제도 잘돼 있어 어느 정도 코로나19 사태를 컨트롤하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은 이미 빈민층이 점점 늘고 있다. 앞으로 백신이 모든 국가에 보급될 때까지 2~3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선진국과 후진국 차이도 그만큼 커지리라 예상된다.”

    예전에는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중산층은 붕괴 직전 아닌가.

    “그것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 창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하나는 청년 일자리 만들기고, 다른 하나는 중산층 일자리 복원이다. 어느 사회든 하위 소득자가 상위 소득자로 가기 위해서는 소득 징검다리인 중간 계층이 있어야 한다. 만약 이 중간 계층이 무너지면 상위 소득자, 하위 소득자 둘밖에 안 남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도 아직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다. 갑론을박 여지는 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을 보면 우리 국가와 사회가 얼마나 견실한지 증명됐다. 또 경제성장률 감소도 가장 덜한 편이고, 회복 속도도 가장 빨랐다.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는 하지만 또 다른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양극화 시대, 낙오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자기 일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이제 그것이 더는 내 노후와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주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또 우리 사회에 부의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당대에 많은 것을 이룬 사람도 우리나라에 가장 많다는 점이다. 모든 혁신가는 변화를 제일 좋아한다. 안타깝지만, 아직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개인이 적극성을 가지고 변화에 대비하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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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경 기자

    이한경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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