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6구역. 시공사 입찰이 진행 중이다.
북가좌6구역 재건축은 서대문구 북가좌동 일원에 지상 29층, 19개동 규모의 아파트 1911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4년 5월 정비구역 지정 고시, 2020년 2월 조합설립인가를 거쳤으며, 이달 말 시공사가 선정될 예정이다.
8월 5일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 제1구역 조합사무실에서는 유튜브 중계로 제1차 합동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에서 DL이앤씨 권수영 주택본부대표는 입찰 당시 제안했던 ‘드레브372’ 브랜드 대신 DL이앤씨의 상위급 브랜드인 ‘ACRO(아크로)’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대 업체인 롯데건설이 처음부터 최상급 브랜드인 ‘르엘’을 제안하자, 입찰 서류에 명시한 ‘드레브 372’를 버리고 ‘아크로’로 새로 제안한 것. 심지어 DL 측은 “브랜드 변경에 따른 비용증가는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당초 DL이 제출한 제안서에 ‘아크로 선택 시 상품과 공사비가 변경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건설사 측이 구두로 약속한 내용은 실제 법적 효력이 없다”며 “오히려 나중에 건설사가 계약서를 근거로 조합에 제안서를 들이밀면 공사비를 올려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DL 측이 입찰을 따 내려고 말로만 비용 증가가 없다고 한 것이라면, 입찰 규약이나 도시정비 관련법 위반 사항에 해당 할 수도 있다. 입찰 시 설계도서도 함께 제출했어야 하는데, 당초 입찰에서 아크로 관련 설계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필수 서류 미제출’로 입찰이 무효화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대문구청 “불법 행위 철저 방지”
서울 종로구 D타워 돈의문 DL사옥 전경. 사진제공. [DL이앤씨]
DL 측이 브랜드 변경을 전제로 새로 밝힌 제안 내용은 당초 제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레브372로 제안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이 경우 비용 증가는 크지 않다 하더라도 “이름만 아크로”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도시정비사업 분야 한 전문가는 “급하게 브랜드 변경부터 결정해 놓고, 세부적인 도면이나 스펙의 변화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만약 DL이 시공권을 획득해 아크로로 아파트를 짓는다면 공사비가 늘어날 게 자명한데, 제안서에는 조합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조합원들 역시 DL 측의 갑작스런 브랜드 변경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지역의 한 재건축 관계자는 “드레브372라는 단일 브랜드로 최고급 아파트를 짓겠다고 해놓고, 경쟁사인 롯데건설이 ‘르엘’을 내세우자 다급한 마음에 아크로를 제안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조합원 처지에서는 자신들을 속이려고 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자칫 사업 파행으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서대문구청은 북가좌6구역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과열조짐이 일자 이를 막기 위해 ‘허위 과장 불법 홍보행위 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문석진 구청장은 “불법 행위 적발 시 법률(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건설사뿐만 아니라 법인 대표까지 의법 조치하고 서울시에 보고해 시공자 선정 취소 및 과징금 부과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등 강력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조합원 한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갑자기 돌출 악재에 노출된 분위기가 조성되면 재건축 사업 자체가 지연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불안감을 표했다. 또 다른 조합원도 “재건축 사업 자체가 긴 여정인데, 자칫 건설사의 잘못으로 지금까지 진행돼 온 내용이 무산되거나 처음부터 재입찰 과정에 돌입한다면 그 피해는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DL 측은 이번 브랜드 변경과 관련해 “기존에 낸 제안서에 이미 ‘아크로’라는 선택지가 있었다. 이를 재확인한 것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명칭 외에 사업 내용의 변화는 없다. 추가 비용도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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