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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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 1조 합의금, LG엔솔 · SK이노 회계는 제멋대로?

모호한 ‘영업이익’ 기준 탓… “합법이지만 투자 시 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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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8-1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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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리륨이온 배터리셀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리륨이온 배터리셀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에너지솔루션]

    “좀 의아하게 생각했다. 특허소송 결과로 받은 합의금을 매출에 반영한 것은 전례 없는 일 아닌가 싶다.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에서 이뤄진 회계처리지만 좀 묘하긴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받은 합의금 1조 원의 회계처리를 두고 금융계 한 관계자가 전한 ‘감상평’이다. 4월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배터리 기술 관련 분쟁을 종식하기로 합의했다.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배터리사업 부문)은 SK이노베이션 측이 자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연방법원과 ITC에 제소했다. 이후 2년간 소송 · 맞소송이 이어졌다. 합의 한 달 전까지 양사는 각각 합의금 3조 원, 1조 원 지급을 주장했으나 한미 정부의 압박 · 중재로 이견을 좁혔다. ‘배터리 전쟁’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합의금 2조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올해와 내년 5000억 원씩 1조 원을 현금 지급하고, 로열티 1조 원은 2023년부터 매년 1000억 원씩 10년에 걸쳐 지급할 예정이다.


    ‘일회성 비용’ 털고 가자

    여기서 당장 주고받는 현금 1조 원의 회계처리를 두고 두 업체는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SK이노베이션 측은 5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합의금 1조 원을 ‘영업 외 비용’으로 반영했다. 합의금을 일회성 비용으로 보고 일찌감치 ‘털고 가자’는 의도로 읽힌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금 1조 원은 회계 원칙에 따라 1분기 영업 외 비용으로 기재했다. 기술 사용에 대한 로열티는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현금 1조 원은 물론, 10년간 매년 1000억 원을 지급하는 것이 기업 운영에 무리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같은 관계자는 “합의금 2조 원 지급이라는 결론이 났을 때 이미 리스크를 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소송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미국시장 철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불안정성을 해소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조 원을 영업이익에 포함시켰다. 이를 반영해 올해 2분기 매출 5조1310억 원, 영업이익 815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1분기(3410억 원)보다 크게 증가한 ‘대박’ 실적이다. 당초 2017~2018년 중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라인에서 생산한 배터리 리콜(4000억 원)로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소송 합의금을 영업이익으로 봐도 되는지를 두고 일각에선 ‘논란 아닌 논란’도 벌어졌다. 업계 일부 관계자 사이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합의금을 영업이익으로 처리할지 몰랐다”는 뒷말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 회계 전문가는 “영업이익은 기업이 본업을 영위하며 반복·계속적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규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자사 기술 관련 소송에서 이겨 얻은 현금 수익이라도 영업 외 이익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두 기업 사이에 오간 합의금을 두고 회계처리가 제각각인 이유는 무엇일까. 2013년 한국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제정한 국제회계기준(IFRS)을 모든 상장사에 적용했다. 글로벌 투자가 활발한 가운데 유럽연합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쓰는 회계 기준을 도입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IFRS 체제에서 회계처리의 구체적 기준은 ‘각 기업 판단 및 재량’에 맡긴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주된 영업 활동에서 발생한 반복·계속적 수익’ 정도의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이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단순 손해배상금이라면 영업 외 이익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합의금은 SK이노베이션 측이 당사 지식재산권(지재권)을 사용해 지불한 대가로 봐야 한다. 지재권 관련 수익은 영업이익으로 처리하는 것이 보통이다. 중국 ATL(암페렉스테크놀로지)과 소송에서 받은 합의금도 영업이익으로 처리한 바 있다”고 밝혔다. 2019년 3월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중국 배터리업체 ATL과 미국 내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 특허소송에서 승소했다. 이후 ATL이 미국에서 번 매출 3%를 매년 합의금으로 받아 영업이익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금을 영업이익으로 기재해 상장에 대비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상장을 고려한 것은 전혀 아니다. 상장 시 일회성 비용은 제외해 평가한다”고 답했다.


    충남 서산시에 자리한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전경. [사진 제공 · SK이노베이션]

    충남 서산시에 자리한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 전경. [사진 제공 · SK이노베이션]

    “법적 문제없어”

    기업의 ‘제각각’ 회계처리가 허용되는 가운데 투자자가 주의할 점은 없을까.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법적으로 허용하는 범위에서 회계처리를 해 문제는 없어 보인다. 소송이라는 불확실성을 해소한 두 기업 모두 최근 글로벌시장에서 두드러진 점유율과 성장세를 보여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대칭적 회계처리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두 기업이 외부 회계법인은 물론, 법무법인 등의 자문을 통해 합법적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투자자는 기업이 주된 영업 분야에서 반복적 수익을 내는지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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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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