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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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2만개 떠맡은 협회들 “너무 많이 배당해 당황”

청년 위한 디지털·비대면 일자리 상당수가 데이터 입력, 방역, 쓰레기 재활용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입력2020-06-12 10: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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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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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 구하기도 힘든데, 일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지원하겠다.” 

    취업준비생인 연세대 4학년 이모(24) 씨의 말이다. ‘N포 세대’를 넘어 ‘코로나 세대’로 불리게 된 청년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발(發) 경제난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주요 기업 공채는 연기·취소됐고,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은 서비스업 고용 감소가 심화하면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학생과 아르바이트생을 사실상 실업 상태로 간주하는 청년층 확장실업률이 5월 기준 26.3%에 달한다. 

    5월 20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본부장 홍남기 경제부총리·이하 경제중대본)는 ‘공공 및 청년일자리 창출계획’을 내놨다. 주요 골자는 청년, 여성, 노인 등 이른바 고용취약계층에게 55만 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사회 변화를 정책에 반영해 디지털·비대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한다고 설명하지만, 이 계획은 주로 최대 6개월 단기 일자리에 초점이 맞춰 있다. 이에 대해 ‘단기 일자리라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과 ‘고용지표 완화를 위한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청년’에 초점을 맞춰 정부 일자리 대책을 뜯어봤다.

    최대 6개월 단기 일자리

    이번 계획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공공부문 디지털·비대면 일자리’ 10만 개. 부처별 수요를 파악해 인원 배정이 이미 마무리됐다. 그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수요가 가장 많다.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에 동원되는 2만 명을 포함해 2만6610개 일자리가 과기부 소관이다.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이란 AI가 데이터를 인식할 수 있도록 텍스트와 이미지 등을 데이터로 만드는 일. 과기부 관계자는 “일례로 자율주행차 기술의 경우 사람이 직접 거리 영상을 촬영하고 카메라에 등장하는 물체를 분류 작업해야 한다. 초·중·고급으로 나눠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라, 이후 관련 업종에서 이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기부 외에 보건복지부(1만3253개), 환경부(1만843개) 등에 일자리가 배분됐다. 



    청년(만 15~34세 미취업자)만 대상으로 한 일자리 대책도 나왔다.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우선지원대상기업(고용 안정 사업 및 직업 능력 개발 사업을 실시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기업)이 청년을 신규 채용하면 최대 6개월간 지원금을 제공한다. 고용부 청년고용기획과 관계자는 “최소 고용 기간을 3~4개월로 제한해 청년을 너무 짧게 고용하는 사례를 막고자 한다. 한편 기업 부담을 줄이고자 주당 근무시간을 15~40시간으로 다양화할 예정이며, 신규 정규직을 고용하는 경우에도 지원금은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청년 일자리 정책은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5만 명)과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5만 명)으로 나뉜다. 관련 공고는 3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구체화될 예정.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에서는 신규 채용한 청년을 IT(정보기술) 활용 직무에 배치하는 중소·중견기업에 월 최대 180만 원의 인건비와 간접노무비 10만 원을 지원한다. 단순·반복 업무에 청년을 채용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기업은 콘텐츠 기획, 빅데이터 활용, 기록물 정보화 등 채용 분야를 유형별로 나눠 고용부에 신청해야 한다. 청년 일경험 지원 사업은 IT 직무가 아니더라도 청년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이들을 고용한 중견·중소기업에 최대 80만 원의 인건비와 관리비를 지원하는 것이다. 고용부 청년고용기획과 관계자는 “기존 인력을 해고하고 다시 고용하는 등의 악용 사례를 막기 위해 임의적으로 감원한 기업은 신청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일방적 일자리 배분

    하지만 이러한 청년 일자리가 ‘정부 발표용’에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잠깐 쓰고 버리는 ‘티슈형’ 일자리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경제중대본은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5만 명 가운데 2만 명을 각종 협회와 단체에 할당하면서 28개 사례를 보도자료에 적시했다. 하지만 이 중 일부 협회와 단체는 자신들이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주간동아’ 취재 결과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산하 A협회 관계자는 “문체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구두로 협의를 요청해왔을 뿐 공문을 보내진 않았다. 정부 발표 자료에 우리 협회가 예시로 거론된 것도 몰랐고, 수백 명의 인원 배정도 너무 많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산하 B단체 관계자도 “우리 단체가 예시 목록에 오른 사실을 몰랐다”면서 “우리 단체에 수백 명 인원이 할당된 이유에 대해 농식품부 측에 문의했더니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들 협회와 단체에 할당된 일자리가 아직 구체적이지 않고, 청년 경력에 도움이 될지도 불확실하다. 이들 일자리는 ‘4차 산업혁명 및 신산업 분야’(벤처기업협회·2000명), ‘신한류 연계 중소기업 온라인 경쟁력 강화’(한국콘텐츠진흥원·1000명), ‘미술 작품 디지털화’(예술경영지원센터·750명) 등이다. 이를 접한 부산 해운대의 취업준비생 김모(27) 씨는 “내가 취업을 희망하는 분야와 연관성 있는 것이 딱히 없다”며 “정부가 만들어준 일자리가 단순 아르바이트에 불과하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취업준비를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시행된 ‘공공기관 체험형 인턴’도 단순 서류 작업 업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10만 개의 공공부문 디지털·비대면 일자리 가운데 2만 개가 코로나19 방역이나 재활용품 처리 지원 등 ‘단기 알바성’ 성격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 일자리’라 할 데이터베이스 구축 역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기만 하면 되는 단순 작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용부 일자리정책평가과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해 만든 정책인 만큼 (일자리 질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만든 일자리가 청년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건너가게 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정부 지원금을 받아가는 기업도 실제 수요가 있어서 신규 채용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신산업 규제를 완화해 유의미한 고용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 노동시장에 다시 돌아올 확률이 줄어드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단기 일자리라도 만드는 것은 의미 있다”며 “다만 실업 기간 직업훈련 기회를 확대하고, 청년이 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훈련수당을 넉넉하게 주는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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