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동절기에 즐겨 입는 브리오니 트렌치코트. 2017년 2월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회동한 후 호텔을 나서는 모습이다. [뉴시스]
김 위원장은 요즘 이탈리아 명품 브리오니 양복을 즐겨 입고 프라다 구두를 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리오니는 1945년부터 역사를 이어온 이탈리아 최고급 남성 슈트 브랜드로, 글로벌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즐겨 입는 양복으로 유명하다.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이 깃든 브리오니 슈트는 한 벌에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1000만 원 넘는 것도 있다. 프라다 역시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명품 브랜드다.
정갈하고 세련된 품격의 비밀
김 위원장의 측근들은 그의 슈트 취향에 대해 “브리오니 양복이나 트렌치코트를 즐겨 입는다”며 “부인이 생일에 (그 브랜드) 양복을 자주 선물한다”고 전했다. 측근 A씨는 “오래전 독일에서 생활할 때부터 입어 (그 브랜드가) 몸에 익숙해진 것도 한 이유”라며 “요즘은 국산 맞춤 양복도 즐겨 입는다”고 말했다. 또 “신발이 여러 켤레니 프라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명품 구두를 신는 그 나름의 해석을 덧붙였다.김종인 위원장이 ‘신동아’ 2020년 5월호 인터뷰 당시 착용한 프라다 구두. [동아DB]
김 위원장이 패션피플로 통하는 이유는 명품을 입어서만이 아니다. 패션 전문가들은 그의 스타일링에 대해 “평범한 듯 보이지만 패션에서 내공과 관록이 느껴진다”며 “튀지 않는 품위, 평범한 듯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고급스러움, 인위적으로 멋을 낸 것은 아닌데도 정갈하고 세련된 느낌”이라고 평했다. 스타일리스트 B씨는 김 위원장이 브라운 카디건과 블루 셔츠를 매치한 옷차림으로 사석에서 인터뷰하는 사진을 가리키며 “따뜻한 계열의 브라운톤과 차가운 계열의 블루톤을 매치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편안한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린다”며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감성의 조화를 표현한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스타일링이 가능한 건 1940년생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꼿꼿한 척추와 오랜 유세 활동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 덕분이다. 김 위원장은 건강 체질을 타고난 데다,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다져왔다, 측근 C씨는 “그 연배 어르신과 달리 허리와 등을 항상 꼿꼿하게 세운 채 걷고, 식사도 잘한다. 골프를 칠 때도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이동할 정도로 건강하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 60대까지 독한 위스키를 즐겼지만 지금은 가끔 와인 한두 잔을 마시는 정도다.
4월 15일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부인 김미경 명예교수와 거리를 둔 채 21대 총선 투표소로 이동하고 있다(왼쪽). 3월 ‘주간동아’ 인터뷰 당시 착용한 김종인 위원장의 평상복. 따뜻한 브라운톤과 차가운 블루톤이 어울렸다. [뉴스1, 동아DB]
진짜 명품은 당파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
몇 년 전 김 위원장의 손목시계가 4000만 원짜리라고 보도됐는데 그 시계에 얽힌 비화가 있었다. C씨는 “김 위원장의 아주 친한 독일인 친구가 얼마 전 돌아가셨는데 그분이 선물한 시계다. 그분이 동독에서 만든 시계라며 김 위원장에게 줬는데 그게 지금은 한정판 명품 시계가 돼 굉장히 비싸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손목시계는 ‘랑에 운트 죄네’ 제품으로 지금은 단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김종인 위원장이 가장 친한 독일인 친구로부터 선물 받았다는 ‘랑에 운트 죄네’ 시계. [동아DB]
김 위원장은 4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당시 “당에 신세 질 필요가 있는가”라며 직접 고용한 운전기사와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패션이 미래통합당을 송두리째 뒤바꿔가고 있는 그의 행보를 함축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