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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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자전거 백패킹 차박)와 연결된 곳, 핫플 선호도 치솟아

언택트 여행 늘자 자전거 매출 69% 늘고 캠핑용품도 46% 증가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0-06-06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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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 캠핑이 인기다. [뉴스1]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 캠핑이 인기다. [뉴스1]

    코로나 확산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여행 트렌드다. 단체여행은 비주류로 빠지고 ‘나홀로’ 여행이나 가족 여행이 주류가 됐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 수요가 압도적으로 늘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글로벌 여행 기업 부킹닷컴에 따르면 세계 유저들의 위시리스트 숙소 중 절반 이상(51%)을 자국 숙소가 차지했다. 위시리스트에 저장된 숙소 중 약 33%만이 자국 숙소였던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는 증가세다.

    동남아, 남미 대신 제주, 강릉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3~4월 부킹닷컴 한국 유저들의 국내 여행지 위시리스트에는 서울, 서귀포, 제주, 부산, 강릉이 상위 5위권에 들었으며 속초, 인천, 여수, 전주, 경주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 상위 10개 도시 중 70%는 바다와 맞닿아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의 여행 위시리스트에 오른 톱5 도시. 서울(왼쪽), 서귀포. [부킹닷컴 제공]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의 여행 위시리스트에 오른 톱5 도시. 서울(왼쪽), 서귀포. [부킹닷컴 제공]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의 여행 위시리스트에 오른 톱5 도시. 제주, 부산, 강릉 순(왼쪽부터). [부킹닷컴 제공]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의 여행 위시리스트에 오른 톱5 도시. 제주, 부산, 강릉 순(왼쪽부터). [부킹닷컴 제공]

    부킹닷컴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사방이 탁 트인 바닷가 지역이 인기 여행지로 떠올랐다”며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야외활동을 자제해왔던 유저들의 훌쩍 떠나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바다와 인접하지 않은 서울과 전주는 산해진미로 여행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는 어떤 여행 패턴이 주류를 이뤘을까. 여행 작가인 양영훈 (사)한국여행작가협회 대외협력이사는 “개인이나 소규모의 자유여행자들도 많았지만, 대세는 저가형 패키지 단체여행이었다.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법칙이 여행에도 적용됐다”고 말했다. 또 “자유여행자들은 여행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남미, 우리나라와 가깝고 치안이 비교적 안정된 일본, 대만, 홍콩 등지를 선호했다”고 덧붙였다. 

    동남아시아 같은 경우는 왕복항공료보다 더 저렴한 패키지 여행상품도 많았고, 렌트카 여행이 거의 불가능한 중국은 개인이 자유여행을 하기가 쉽지 않아 패키지 상품이 더 인기를 끌었다. 특히 체류비용이 저렴한 남미의 페루, 칠레, 볼레비아 등의 국가에서 3개월 이상 장기 여행하는 한국인 배낭여행자가 열에 한두 명이 될 정도로 많았다. 숙식, 교통비를 다 포함해도 하루 채류비가 적게는 2만~3만 원에 불과한 지역이었다.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경남 의령 백패킹(왼쪽).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둘레길. [동아일보DB, 서울관광재단 제공]

    경남 의령 백패킹(왼쪽).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둘레길. [동아일보DB, 서울관광재단 제공]

    코로나 감염 공포가 여전한 요즘 밀폐된 실내보다 확 트인 야외공간에 대한 선호도가 치솟고 있다. 당연히 ‘호캉스’의 인기가 수그러들고 자연 속에서 즐기는 트레킹과 캠핑, 백패킹(야영에 필요한 장비를 등에 지고 떠나는 여행)이 각광을 받았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가 확산된 2월 10일부터 5월 24일까지 호텔업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쇼핑채널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텐트, 캠핑의자, 코펠 등 캠핑용품은 최근 석달간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인터파크의 4월 2주간 매출 변화 자료에서는 캠핑용품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46% 급증했다. 

    빌딩과 아파트가 즐비한 서울에도 트레킹 명소가 있다. 서울둘레길이 대표적이다. 일단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큰 장점이다. 서울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서울이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인지, 서울을 둘러싼 자연과 산자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실감하는 코스다. 서울둘레길에는 전체적으로 숲길이 많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걷기 좋은 길이 널려 있다. 트레킹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남에게 추천받기보다 꾸준한 경험을 통해 자기 스타일에 맞는 ‘나만의 핫플’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달라진 생활 패턴에 자전거, 수입차 매출 껑충

    캠핑이나 백패킹이 인기를 끌자 코로나19로 일시 폐쇄됐던 국공립 야영장들이 얼마 전 다시 문을 열었다. 야영장 중간 중간을 비워두고 캠핑 이용객을 받는 곳도 있다. 캠핑장은 크게 둘로 나뉜다. 고기 구워 먹고 놀기 좋은 곳이 있는가 하면, 조용히 솔캠(혼자 캠핑)이나 백패킹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 있다. 국립휴양림 캠핑장들은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이에게 안성맞춤이다. 

    요즘에는 사람들과 뚝 떨어진 외딴 자연에서 ‘차박(차 안에서 자는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확연히 늘었다. 주말마다 ‘차박’을 한다는 30대 회사원은 “차만 세울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숙박이 해결되니 다른 여행자와 사회적 거리를 두기가 용이하다”며 “전망 좋은 바닷가 주차장이나 화장실과 급수대가 있는 산중, 공원 주차장이 차박 장소로 인기가 많다”라고 전했다.

    라이딩 인증한 농구스타 양동근(왼쪽). 차박 캠핑을 즐기는 가족. [양동근 인스타그램 캡쳐, 쌍용자동차 제공]

    라이딩 인증한 농구스타 양동근(왼쪽). 차박 캠핑을 즐기는 가족. [양동근 인스타그램 캡쳐, 쌍용자동차 제공]

    코로나 영향으로 여행자들의 주된 교통수단도 비행기에서 자동차, 자전거로 바뀌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하나카드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 행태 변화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사는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했다. 반면 수입 신차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자전거 매출액은 무려 69%가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비대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승용차와 자전거 선호도가 높아져서다. 자전거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 6월에는 여행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조금만 방심해도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으니 타인과 넉넉하게 거리를 두고, 손을 자주 씻고, 야외라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될 수 있으면 혼자나 가족과만 여행하기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여행 전문가들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지금처럼 국내여행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양영훈 작가는 “코로나19로 일부 선진국들의 허점이 드러나 더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더라도 예전처럼 심리적 안정감을 누리며 해외를 여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코로나19 환자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한 예전처럼 사람들 북적거리는 여행지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 인공적인 도시나 시설보다는 건강하고 쾌적한 자연 여행지가 계속 사랑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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