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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30조 大魚, 누가 낚을까

서울시 1·2금고 운영 주체 분리…103년 독점 우리은행 위기?

  • | 김유림 기자 mupup@donga.com

    입력2018-03-27 11: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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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이 서울시 제1금고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동아DB]

    우리은행이 서울시 제1금고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동아DB]

    서울시가 103년 만에 처음으로 복수금고를 도입한다. 3월 19일 서울시는 현 시금고 은행인 우리은행과 약정기간이 12월 31일로 만료됨에 따라 공개경쟁 방식으로 차기 시금고를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단수금고로 운영해온 시금고를 이번에는 두 군데로 나눠 일반·특별회계 관리는 제1금고, 기금 관리는 제2금고에 맡긴다는 것. 

    특히 이번에는 복수금고 도입에 따라 제2금고의 경우 은행법에 의한 은행뿐 아니라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금융기관도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시중은행들은 서울시금고 입찰 공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2011년 시금고 선정 방식이 기존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 입찰로 바뀌었음에도 서울시가 계속적으로 우리은행을 시금고로 낙점하자, 시금고를 복수체제로 전환해 다른 은행들도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신한·KB국민 적극, 우리은행 초비상

    신한·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서울시금고 선정에서 우리은행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동아DB]

    신한·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이 서울시금고 선정에서 우리은행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동아DB]

    서울시는 이번 복수금고 선정 발표에 앞서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을 통해 주요 국가의 복수금고 도입 장단점을 분석하는 용역을 진행했다. 또한 시의원, 금융기관 관계자,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두 차례 열어 우리은행이 단독으로 운영하는 현행 시금고 운영 방식에 대한 검토와 평가를 거쳤다. 

    그 결과 103년 동안 이어져온 우리은행 독점체제가 깨지게 됐다. 서울시는 경성부였던 1915년부터 조선경성은행(현 우리은행)에 금고를 맡겨왔다. 운용 금액도 30조 원이 넘는다. 올해 서울시 예산은 31조8000억 원(기금 2조 원 포함)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시금고로 지정되면 서울시가 보유한 현금과 유가증권의 출납·보관, 세입금의 수납·이체, 세출금 지급 업무를 처리한다. 서울시 예산을 관리하면서 수수료 등 수익을 낼 수 있고, 서울시 공무원과 가족을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영업 증진에 도움이 된다. 

    이번에 시금고로 선정되는 은행은 2019년부터 4년간 서울시 자금을 관리한다. 시금고 선정은 ‘서울특별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금융 및 전산 분야 전문가 등 민간 전문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서울특별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에서 평가하며 제1, 2금고별 1순위 금융기관을 지정한다. 은행들은 제1, 2금고에 중복지원이 가능하다. 

    현재 서울시금고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은행은 우리은행을 포함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등 4곳이다. NH농협은행은 3월 말로 예정된 서울시 설명회를 보고 입찰 여부를 공식화할 방침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기관영업을 담당하는 부서 및 본부에 힘을 실어주며 서울시금고 쟁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해 초 조직 개편을 통해 기관그룹을 신설했다. 지난해까지 기관고객본부는 개인그룹에 속해 있었지만 이번 개편을 통해 전담 그룹을 만든 것. 또한 기관영업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를 본부장급에서 부행장급으로 승격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경찰공무원의 대출과 복지카드를 제공하는 사업자 자격을 KB국민은행에 내준 데 이어, 10월에는 수백조 원 규모의 국민연금 주거래 은행 선정에서도 자리를 내줬다. 현재 주철수 부행장을 주축으로 기관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한은행은 서울시보다 작지만 지방자치단체(지자체) 가운데 규모가 큰 편인 인천시금고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하나금융그룹이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그룹통합데이터센터를 개관하는 등 인천시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자 2019년 인천시금고 재선정 때도 긴장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이번 서울시금고 유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역시 올해부터 기관영업 부서를 기관영업부로 확대해 서울시금고 유치에 적극 임하고 있다. 특히 기관영업 전문가 출신인 허인 국민은행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행장은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국군 병사 대상의 나라사랑카드와 경찰공무원 대출 사업권 등을 유치한 바 있다. 올해 초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도 “서울시금고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라며 “복수입찰이 가능해지면 적극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밑지는 장사’ 우려도

    한편 기존 금고지기인 우리은행은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서울시금고를 맡아온 우리은행은 전산시스템 운영과 예산 관리에 강점이 있다. 공금운용 인력과 서울 시내 영업점 수도 가장 많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태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최근에는 이텍스(eTAX·서울시 지방세 인터넷 납부시스템)와 연결된 전자고지시스템 오류로 하나의 세금고지서가 시민 76만 명에게 오발송되는 사고도 있었다. 이텍스는 우리은행이 직접 개발해 30년째 운영 중인 전자납부시스템이다. 물론 이번 사고는 은행 잘못이 아닌, 외주 업체의 응용프로그램 오류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서울시의 복수금고 운영 방침 발표를 며칠 앞두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우리은행에겐 뼈아픈 일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자납부시스템이 해킹되거나 고객정보가 유출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서울시금고는 회계 간 자금이체가 빈번해 이에 특화된 전산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시는 물론, 25개 구 내부 전산망을 우리은행 기술로 깔았고, 이와 관련된 전문가도 1600여 명에 달한다. 이번에도 제1금고 사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시중은행들의 과당경쟁을 우려하기도 한다. 과도한 출연금과 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낮은 대출금리, 기관장과 이면계약 등이 늘 문제로 지적돼온 탓이다. 이번 서울시금고 입찰에서도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 항목, 즉 출연금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 지난 4년간 우리은행이 시금고를 맡으면서 서울시에 낸 출연금은 1400억 원 이상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기관영업은 막대한 자금이 기관으로 흘러가고 은행 자체에는 별 수익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들이 시금고 선정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시금고 주거래 은행이라는 상징성이 주는 효과 때문이다. 우리은행도 서울시금고란 타이틀 덕에 서울시 25개 구 가운데 용산구 등을 제외하고 구금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너무 과열되면 자칫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은행들의 제안서를 접수, 심의한 뒤 5월 중 시금고 업무 취급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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