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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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선 유진투자증권 매각설… 유진그룹, ‘YTN 인수자금’ 어디서 끌어오나?

현금 및 현금성자산 1500억뿐… 부동산담보대출 가능성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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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11-0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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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과 사업으로 시작해 건자재, 금융 등 5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78위 유진그룹이 보도전문채널 YTN을 성공적으로 인수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진그룹은 10월 23일 YTN 지분(30.95%) 경쟁 입찰에서 최고가 3199억 원을 써내 낙찰자가 됐다. 한세실업, 글로벌피스재단(GPF)과 3파전에서 승자가 된 것이다. 인수 주체는 유진그룹 지주사인 유진기업과 핵심 계열사 동양이 각각 51%, 49%를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유진이엔티다. 향후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이사회 의결 후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를 통과하면 유진그룹의 YTN 인수가 최종 마무리된다.

    건빵 회사에서 자산 5조 원대 중견그룹으로

    유진그룹 로고. [유진그룹 제공]

    유진그룹 로고. [유진그룹 제공]

    유진그룹 모체는 1954년 유재필 창업주 겸 명예회장이 설립한 제과업체 대흥제과(현 영양제과)다. 건빵 군납을 바탕으로 사업이 안착하자 유 창업주는 1970~1980년대 유진종합개발·유진기업을 세워 레미콘 사업으로 사세를 크게 키웠다. 유진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 계열사 52개, 자산 규모 5조3400억 원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그룹 총수는 유재필 창업주의 장남인 유경선 회장이다. 1980년대 레미콘 사업을 업계 1위에 올린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2004년 그룹 회장직을 이어받았다. 올해 3월 유 회장의 장남인 유석훈 유진기업 부사장이 그룹경영혁신부문 사장으로, 장녀 유정민 동양 부장이 재무기획담당 겸 성장전략실장으로 승진하는 등 3대 승계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여 년간 지역 유선방송사업을 한 유진그룹은 YTN 인수를 통해 미디어 산업에 본격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유경선 회장이 언론사를 인수한 다른 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유 회장과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승명호 동화그룹 회장이 한국일보를 인수한 것을 유심히 지켜봤다는 것이다. 지난해 동화그룹은 YTN 인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유진그룹이 YTN를 품에 안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찮다. 인수자금의 경우 고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대출을 받아 마련할 수 있겠으나, 노조를 중심으로 한 YTN 구성원의 반발과 공정성 논란은 현금 동원 능력과는 또 다른 문제다. 금융권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기존에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부동산담보대출, 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기업과 동양의 재무제표 등 공시자료를 살펴본 김경율 회계사는 “인수를 위한 자금조달 관점에서는 별문제가 없어 보인다”면서 “유진기업과 동양의 부채 비율은 각각 116%, 25%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편이라 대출받기도 어렵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당초 SPC에 공동출자한 유진기업과 동양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합쳐도 1500억 원가량으로, YTN 입찰금액 3199억 원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들어 ‘실탄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룹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모두 YTN 인수에 쓸 수도 없는데, 고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자금 융통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YTN이 보유한 사옥이나 남산서울타워를 통한 차입매수(LBO)도 거론됐으나 YTN 구성원 반발과 사회적 시선을 감안하면 이 역시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유진그룹 “유진투자증권 매각설 사실무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뉴스1]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뉴스1]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 안팎에서 유진그룹이 유진투자증권을 팔아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유진그룹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든 유진투자증권을 팔고, 비(非)은행 사업 확대에 나선 금융그룹이나 가상자산거래소가 이를 인수한다는 게 매각설의 얼개였다. 이에 유진투자증권 측은 9월 1일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을 통해 “회사 매각과 관련해 어떤 내용도 검토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11월 1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유진투자증권 매각설에 대해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명백히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향후 YTN 인수를 위한 구체적인 자금조달 등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유진기업과 동양의 현금성자산을 합치면 1500억 원가량이며 두 회사 모두 부채 비율도 양호하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꼈다.

    YTN 노조 “사옥, 서울타워 노린 것 아닌가”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 조합원들이 10월 23일 YTN 공기업 지분 매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 조합원들이 10월 23일 YTN 공기업 지분 매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YTN 인수 과정에서 유진그룹이 직면한 최대 난제는 구성원의 반발을 비롯한 비(非)재무적 요인이다. YTN 현 사측은 유진그룹이 낙찰자로 선정된 10월 23일 입장문을 통해 “보도전문채널은 일반 기업처럼 비용 절감과 수익 극대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거나, 적당한 가격에 인수한 뒤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기는 성격의 회사가 아니다”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같은 날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도 성명을 내고 유진그룹의 YTN 인수를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를 중심으로 YTN 구성원들이 유진그룹 측에 제기하는 의혹을 정리하면 △상암동 사옥과 남산서울타워, 유보금 1400억 원 등 YTN 알짜 자산을 노린 것 아닌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내사 무마를 대가로 검사에게 수억 원 뇌물을 건네 2014년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 판결을 받은 데다 △지주사 유진기업이 레미콘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수차례 과징금 처분을 받고, 유진투자증권은 회사채 편법 인수 등으로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점에서 언론사를 인수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진그룹 측은 “아직 노조 등 YTN 구성원들과 만날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대화 채널을 통해 의견 차이를 조율해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앞으로 유진그룹은 방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앞두고 있다.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 △사회적 신용 및 재정적 능력 △시청자 권익 보호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승인 절차에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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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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