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5

..

Z세대의 신개념 ‘덕질’

[김상하의 이게 뭐Z?] ‘최애’에 초코우유 합성하기, ‘침묵의 책 리뷰’ 콘텐츠 관심↑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09-03 09: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Z세대는 한 가지 수식어로 특정 짓기 힘든 세대다. 같은 세대 안에 다양한 개성이 혼재돼 있어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르고, 덕질하는 방법 또한 각양각색이다. 아이돌은 말할 것도 없고 유튜브, 스탠드업 코미디, 프로야구 등 다양한 분야와 장르에서 특이한 Z세대의 덕질 콘텐츠가 쏟아지는 요즘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Z세대 사이에서 몇몇 덕질 방법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번 주 좋아하는 것을 남다르게 쫓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덕질 방법을 알아보자.

    이창호 본인 등판케 한 케첩 롤라 밈

    격려와 응원의 의미로 사용되는 ‘초코우유 밈’. [김상하 제공]

    격려와 응원의 의미로 사용되는 ‘초코우유 밈’. [김상하 제공]

    최근 아이돌 팬덤 사이에서는 ‘초코우유 밈’이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X(옛 트위터) 사용자라면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 같은 이 밈은 사진 속 인물이 난데없이 초코우유를 들고 있는 합성 이미지다. 일반 사진에 초코우유를 들고 있는 손을 합성한 것으로, 아이돌뿐 아니라 많은 연예인 사진이 초코우유 밈이 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니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캐릭터, 동물 등에도 적용되고 있으며, Z세대는 “냅다 초코우유를 들이미는 게 귀엽다”며 이 밈을 즐기는 모습이다.

    이 밈의 탄생은 십수 년 전 미국 한 유튜버가 ‘blowing bubbles in mah choccy milk’라는 제목과 함께 초코우유에 빨대 거품을 만드는 영상을 업로드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영상을 본 유명 유튜버 마키플라이어가 영상 이미지를 트위트하면서 “너는 멋진 사람이야”라고 코멘트를 남겨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뒤로 많은 사람이 상대방을 격려할 때 초코우유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최근 한국에서도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췄다며 초코우유 밈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초코우유 밈 유행에 올라타기에 아직 늦지 않았으니 좋아하는 사진에 초코우유를 든 손을 합성해보자.

    감자튀김과 케첩으로 만든 ‘쥐롤라’ 덕질 콘텐츠. [인스타그램 kwakhao 계정 캡처]

    감자튀김과 케첩으로 만든 ‘쥐롤라’ 덕질 콘텐츠. [인스타그램 kwakhao 계정 캡처]

    댄서 가비의 부캐 ‘퀸 가비’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이브 장원영의 ‘럭키비키’를 이길 정도의 마인드라고 평가받는 부캐로, “어떤 무대든 최선을 다하는 게 퀸의 마인드”라는 그의 숏폼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본받겠다”는 사람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퀸 가비를 비롯해 이런 유행 부캐들의 덕질 콘텐츠를 만드는 X 계정이 등장했다. 디지털 크리에이터 ‘곽하오’가 운영하는 X 계정이 그것으로, 퀸 가비 사진을 3등분해 마치 춤추는 것처럼 만든 영상이나, 뮤지컬 배우 부캐 ‘쥐롤라’로 사랑받고 있는 개그맨 이창호를 감자튀김과 케첩으로 형상화한 영상 등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좋을 뿐 아니라, 보는 순간 너무 웃음이 나 참기 힘들 정도다.

    곽하오의 쥐롤라 영상을 본 이창호가 직접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도 되느냐”는 댓글을 남겨 사람들이 “진짜가 나타났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 곽하오는 2024 파리올림픽 기간 치실과 검은 고무줄로 활을 만들어 양궁 응원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를 많이 선보였다. 요즘 유행과 사람들이 호응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 2차 가공 콘텐츠를 생산한, 눈에 띄는 사례다.

    침묵 콘셉트지만 솔직한 책 리뷰

    최근 ‘텍스트 힙’이 Z세대 사이에 번지면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SNS에도 책 관련 마케팅이 많이 보이는데, 특징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올 법한 사연 뒤에 그것과 관련된 책 홍보를 붙인다는 점이다.

    틱톡커 suonnahbooks의 ‘침묵의 책 리뷰’ 콘텐츠. [틱톡 suonnahbooks 계정 캡처]

    틱톡커 suonnahbooks의 ‘침묵의 책 리뷰’ 콘텐츠. [틱톡 suonnahbooks 계정 캡처]

    ‌이런 마케팅 콘텐츠 외에 진짜 독서를 좋아하는 틱톡커가 선보이는 ‘침묵의 책 리뷰’ 콘텐츠도 있다. 팔로어 8만500명을 보유한 틱톡커 ‘suonnahbooks’가 그 주인공으로, 이름에서부터 책 관련 계정임을 알 수 있다. 침묵의 책 리뷰란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표정과 리액션만으로 리뷰를 하는 것이다. 재밌는 점은 말로 하지 않아도 그 책을 봐야 하는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매우 솔직한 리뷰가 킬링 포인트인데, 재미없는 책을 읽으면 하품을 하고 슬쩍 눈치를 보는 등 찰진 리액션을 보여준다. 사실 책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는 분야라서 추천을 하기가 쉽지 않다. 또 요즘에는 책 홍보가 하도 많아서 ‘진짜 추천’을 받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그대로 리뷰를 해줘 “믿고 본다”는 Z세대의 평이 많다.

    세상에는 덕질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누군가는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 삶을 살아갈 의미와 의지가 생긴다”고 말한다. 덕질하면서 그것을 또 다른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Z세대가 최근 SNS에서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