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 다 천부적인 싸움꾼 소리를 듣는 기사들답게 시종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펼쳤다. 3번기 1국에서 무기력하게 물러선 최철한 8단은 2국에서 뚝심을 발휘하며 역전승해 흐름을 단숨에 바꾸었다. 최종 3국 역시 초반부터 화끈한 난타전이 전개되었으나, 맹독이 되살아난 ‘독사’ 최철한의 페이스대로 흘렀다. 다 이긴 바둑이었다. 우상변 싸움에서 백 들을 몽땅 잡은 상황에서 송태곤 7단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기자들이 최철한 8단의 ‘통합 천원’ 등극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좌하변 흑대마가 아직 살아 있지 못한 꺼림칙한 구석은 있었지만, 그거야 10에 가일수해 살아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최철한 8단은 흑9로 백 넉 점마저 챙겨버렸다. 대마불사라는데 설마 죽기야 하겠냐는 생각으로 배짱을 부렸으나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막상 백10의 파호를 당하자 살길이 없었다. 중국산 ‘구리’가 한국산 ‘철’보다 강한가? 190수 끝, 백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