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미도\'의 촬영지인 실제 실미도. 언덕을 계단식으로 깎아 군인 막사 등을 세웠던 흔적을 볼 수 있다.
“이곳이 실미도지만 ‘실미도’는 보실 수 없어요. 촬영 후 철거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크게 늘어난 실미도 답사팀 안내자들이 섬에 도착하자마자 관광객들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영화 ‘실미도’ 촬영은 실제 실미도에서 이뤄졌고, 영화가 울트라 메가 히트를 하는 덕분에 실미도도 평일 300~400명이 찾을 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실미도를 관할하는 인천 중구청은 실미도 촬영 세트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철거명령을 내렸고,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뒤늦게 인천시가 담당 관리를 문책 인사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썰물 때 무의도에서 실미도까지 걸어가 해변 중간에 난 숲길(아직 아무런 안내 표지가 없다)을 따라 언덕을 넘으면 영화에서 임원희가 벌을 받던 바로 그 바닷가와 영화 세트를 지었던 흔적 등을 볼 수 있다. 684부대의 악몽 때문에 오랫동안 ‘죽음의 섬’으로 불리긴 했지만 바다는 서해답지 않게 맑은 회청색이고, 흰 조개 모래해변을 검고 둥근 바위들이 감싼 형상이어서 복잡한 세상에서 격리된 자유와 안정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가는 길 불편 ‘역사의 흔적’ 에 만족해야
그러나 실미도를 관광지로 찾기에는 아직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많다. 서울에서 가려면 영종도-무의도-실미도 길을 선택해야 하는데, 배를 타야 하는 영종도-무의도 사이는 밀물 때만, 개펄을 걸어가야 하는 무의도-실미도 사이는 썰물 때만 갈 수 있다. 인천공항 건설공사 후 수심이 얕아져 생긴 일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2~3시간씩 무료하게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기므로 반드시 여객선 운항회사에 문의한 후 여행 계획을 세워야 한다(무의해운 032-751-3354, 원광해운 032-884-3391). 실제로 관광객들로 붐비는 일요일 무작정 섬을 찾았다 줄을 선 채 하염없이 배를 기다리거나 되돌아가는 차들이 많았다. 또한 관광객들은 실미도 세트가 철거된 것보다 쓰레기에 대해 더 큰 불만을 표시했다. 이곳을 세 번째 찾았다는 한 관광객은 “입장료를 받으면서 판자와 스티로폼 등 쓰레기를 아직도 치우지 않아 화가 난다. 인천시는 실미도에 다리 놓는 일보다 청소가 더 급하다는 걸 모르는가”라고 말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평양전투신을 촬영한 합천 세트.
합천 세트장은 17억원의 예산을 들여 1950년대 평양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합천군은 현재 수자원공사 소유인 이 땅을 매입해 촬영장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합천호와 해인사 등을 묶는 테마관광 상품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합천군측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100명 이상의 스태프들이 상주해 여관, 식당, 목공, 자재업 등이 간접이익을 많이 봐 꼭 영화가 성공하길 빈다”면서 “전국에서 매일 100명 정도 관광객들이 세트장을 다녀간다”고 말했다.
TV드라마 ‘태조 왕건’의 세트장이 있는 경북 문경시의 경우 세트 유치 전과 후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입장료 수입이 8억원에서 45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실미도’와 ‘태극기~’가 영화산업뿐 아니라 관광산업의 지형도도 바꿔놓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촬영지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www. visitkorea.or.kr)에서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