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호랑이 주춧돌로 꽉!](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0/19/200410190500011_1.jpg)
김해의 산들은 다음 세 가지의 기운을 갖고 있다. 첫째, 거북을 닮아 인자하며 오래 살 뿐만 아니라 성군(聖君)의 출현을 상징한다. 둘째, 용의 기상을 닮아 풍운조화를 주관하는 기운이 있으며 역시 임금을 상징한다. 셋째, 산중 호랑이의 무서운 기질도 부분적으로 있으나 역시 뭇 짐승의 우두머리를 뜻한다. 이렇게 거북, 용, 호랑이의 기운을 제대로 체화(體化)한 인물이 나온다면, 마땅히 그는 훌륭한 제왕이 될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호랑이의 지나친 살기(殺氣)다. 김해의 산 중 호랑이의 험기를 보여주는 산은 안민산(=임호산)이다. 이는 1820년 곽기형(郭基衡)이 쓴 흥부암 중수기(重修記)에도 언급돼 있다. ‘김해의 오른쪽 안민산은 읍의 백호가 된다. 옛날 풍수사가 이 산에 나쁜 바위가 있어 읍에 이롭지 않다고 하였다. 그러한 까닭에 절을 세워 그 험함을 가렸다.’
안민산은 임호산(臨虎山)이라고도 하는데, 이름 그대로 생긴 모양이 호랑이 머리와 같고, 특히 그 벌린 입(虎口)이 너무 험하다. 사나운 호랑이가 김해를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으니 김해 사람들이 불안함을 느낄 만하다. 그러니 호랑이 입을 막아주어야 하고, 바로 그 입막음 장치가 흥부암이라는 사찰이다.
![사나운 호랑이 주춧돌로 꽉!](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4/10/19/200410190500011_2.jpg)
흥미로운 점은 흥부암 대웅전의 주춧돌도 호랑이 석상이라는 사실이다. 사찰 자체가 호랑이 입막음인데, 거기에 더해 호석상의 주춧돌을 대웅전 기둥 아래 놓아 아예 호랑이를 꼼짝 못하게 짓누르고 있으니 매우 강력한 진압풍수다.
다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자. 김해는 가락국의 근거지다. 옛사람들은 이곳에 도읍을 정할 때 이미 임호산의 사나운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는 수로왕의 처남으로 허왕후를 따라 아유타국에서 온 장유화상(長遊和尙)이 절을 지어 가락국(김해)의 나쁜 기운을 눌렀다는 이야기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김해에 터를 잡아 대대로 살아온 이들에게 임호산의 나쁜 기운은 언제나 요주의 대상이었고, 이 나쁜 기운을 눌러줄 수 있는 사찰을 지어 김해의 번영을 기원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김해는 순화된 호랑이와, 거북 그리고 용의 기운을 갖게 되었다고 믿는 것일 터다. 우연인지 최근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선 노무현씨가 김해 진영 출신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가 바로 거북, 용, 호랑이의 기운을 체화한 인물이 아닌지 성급히 추측해 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