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월 15일은 정월대보름이다. 우리 조상은 이날 둥근달을 보며 무사태평을 빌고, 잣에 불을 붙여 한 해 운수를 점쳤다. 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여러 먹거리를 즐겼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고사리, 취나물, 호박고지 등 아홉 가지 마른 나물이다. 조상들은 정월대보름에 마른 나물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었다.
마른 나물에는 우리 선조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상하기 쉬운 생나물을 볕이 좋은 날 바싹 말려 보존성을 높인 것이다. 나물을 말리면 일부 수용성 비타민이 손실되지만, 원재료가 가진 미네랄은 그대로 보존된다. 칼슘과 철분, 식이섬유 함량은 오히려 높아져 뼈 건강 유지와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된다. 쫄깃한 식감으로 먹는 즐거움까지 더한다. 건강에 유익하고 맛도 좋은 마른 나물을 특별하게 먹는 방법을 소개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고사리,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주는 취나물, 골다공증 예방에 탁월한 호박고지(왼쪽부터). [GettyImages]
고사리 들기름 파스타
한국 전통 식재료인 고사리로 이탈리아 대표 음식 파스타를 만들 수 있다. 마른 고사리를 부드러워질 때까지 물에 불린 뒤 끓는 물에 삶는다. 삶은 고사리는 물기를 짜고 먹기 좋게 잘라 액젓으로 밑간을 한다. 파스타 면은 끓는 물에 70%까지만 익힌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과 페페론치노 2~3개를 넣어 볶다가 느타리버섯을 찢어 넣는다. 버섯이 부드러워지면 파스타 면과 면수, 고사리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국물이 자작해지면 들기름을 넣어 고루 섞는다. 불을 끈 뒤 레몬즙을 약간 뿌린다.
취나물 리소토
고사리 들기름 파스타만큼이나 동서양 조화가 돋보이는 음식이 취나물 리소토다. 취나물을 물에 불린 뒤 끓는 물에 데치고, 쌀은 씻어 불린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른 뒤 다진 마늘, 양파를 넣어 버터와 함께 볶는다. 마늘과 양파가 투명해지면 불린 쌀을 넣는다. 쌀이 투명해지면 채수를 더한 뒤 계속 젓는다. 쌀이 거의 다 익을 때쯤 취나물을 잘게 썰어 넣고 함께 볶는다. 쌀이 다 익으면 마지막으로 파르메산 치즈 가루를 넣어 섞는다.
호박고지 궁중떡볶이
애호박을 얇게 썰어 말린 것을 호박고지라고 한다. 호박고지로는 맛있는 궁중떡볶이를 만들 수 있다. 호박고지, 마른 표고버섯, 마른 목이버섯을 물에 충분히 불린 뒤 물기를 짠다. 떡볶이 떡은 끓는 물에 데쳐 간장으로 밑간하고, 쇠고기는 불고기 양념에 재운다. 냄비에 쇠고기를 볶다가 버섯과 당근, 양파를 채 썰어 넣는다. 이어서 호박고지와 불고기 양념을 추가한다. 호박고지에 양념이 배면 떡볶이 떡을 넣고 윤기가 날 때까지 볶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