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경의 ON THE STAGE

나이 든 사랑이라고 꼭 지혜롭고 성숙해야 할까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

  • 공연칼럼니스트·공연예술학 박사 lunapiena7@naver.com

    입력2019-10-04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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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예술의전당]

    [사진 제공 · 예술의전당]

    사랑에 관한 수많은 참고서가 있다. 가요, 극, 소설 등 청년부터 장년까지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노년의 사랑에 대해서는 참고서가 없다. 그래서 노년의 사랑은 더 어렵다. 나이 든 사랑은 지혜롭고 성숙해야 한다는 경직된 고정관념 때문에 첫사랑보다 어설프게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연극 ‘늙은 부부이야기’(위성신 작·연출)가 5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되는 나라다. 2막을 넘어 인생 3막을 맞는 65세 이상 인구가 760만 명에 이르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년 대신 ‘신(新)중년’이라고 불러달라는 이들이 그려내는 사랑의 여정은 눈여겨볼 문제다. 


    [사진 제공 · 예술의전당]

    [사진 제공 · 예술의전당]

    30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국밥집을 억척스럽게 운영하며 세 딸을 키운 이점순(차유경·이화영 분)은 동네의 유명한 욕쟁이다. 그러던 어느 봄날 분홍색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박동만(김명곤·정한용 분)이 그녀가 세를 놓은 집에 세입자로 들어온다. 동만도 일찍이 아내와 사별하고 어렵사리 양복점을 운영하며 두 아들을 그럴 듯하게 키워놓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집에서도 눈칫밥을 먹는 것 같아 오래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점순을 수소문해 찾아온 것이다. 

    개와 고양이 관계 같던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알콩달콩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불타오르는 사랑으로 탄탄대로일 것 같던 두 사람의 앞길에 장애물이 생긴다. 주변 사람은 물론 자식들까지도 그들의 사랑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 문제도 닥친다. 시간 역시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늙은 부부이야기’는 그동안 터부시되던 노인들의 사랑과 성, 재혼 문제를 거침없이 밖으로 드러낸다. 2003년 초연 당시에는 1939년, 1941년이던 동만과 점순의 출생연도가 이번에는 1951년, 1953년으로 바뀌었다. 배우 정한용은 늙은 부부가 사랑하는 것이 과연 섹시하고 아름답게 비칠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연습을 시작하고는 늙어갈수록 오히려 사랑의 알맹이를 잘 볼 수 있게 되고, 본질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명배우들의 열연 덕분일까,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젊은 관객이 유독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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