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욱의 술기로운 생활

단풍 명승지마다 유명 양조장 있다

  • 주류 문화 칼럼니스트 blog.naver.com/vegan_life

    입력2019-10-04 17: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단풍의 계절, 10월이 왔다. 9월 27일 강원 설악산의 첫 단풍을 시작으로 역시 강원의 오대산과 치악산은 10월 초, 충북 월악산과 속리산은 10월 중순부터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고 한다. 10월 말 제주 한라산을 끝으로 붉고 노란 단풍은 낙엽으로 변해간다. 가을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단풍 여행은 오직 10월에만 가능한 셈인데, 가을 단풍이 유명한 곳마다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유명 양조장이 있다는 사실을 독자 여러분은 아는지.

    전남 해남
    정원이 아름다운 ‘해창주조장’

    전남 해남의 대흥사 단풍(위)과 해창주조장 정원(아래 왼쪽), 해창주조장에서 막걸리를 시음하는 방문객들. [사진 제공 · 명욱, 사진 제공 · 해남군청]

    전남 해남의 대흥사 단풍(위)과 해창주조장 정원(아래 왼쪽), 해창주조장에서 막걸리를 시음하는 방문객들. [사진 제공 · 명욱, 사진 제공 · 해남군청]

    전남 해남의 두륜산은 한국에서 가장 늦게까지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0월 말부터 단풍이 들기 시작해 11월 10일 무렵 절정을 맞는다고 한다. 한라산보다 열흘 늦게 단풍이 물드는 셈. 두륜산은 해발 700m로 그리 높진 않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가면 서해안과 남해안의 다도해 절경을 볼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천년 사찰 대흥사(大興寺)도 이곳에 있다. 대흥사는 임진왜란 때 왜군에 맞선 서산대사의 의발(衣鉢)과 추사체를 완성하기 이전 김정희의 필체를 보유하고 있다. 매표소에서 절까지 이어지는 나무숲 사이로 쏟아지는 가을 햇살이 아름답다. 두륜산 정상까지는 케이블카가 운행된다. 1.6km 선로를 8분 만에 올라간다. 

    ‘해창주조장’은 대흥사에서 10km 남짓 떨어져 있다. 1927년 일본인 시바타 히코헤이가 세웠고, 이후 서울에서 내려온 오병인-박리아 부부가 인수해 막걸리를 빚고 있다.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양조장’으로 불린다. 600년 넘은 배롱나무, 우물가 체리나무, 석류나무 등 40여 종의 수목을 갖추고 있어서다. 정원 한가운데는 연못이 있다. 예약 후 방문하면 양조장 견학을 할 수 있다. 

    이 양조장의 해창 막걸리는 6 · 9 · 12도의 세 종류로 제조된다. 드라이한 맛을 자랑해 막걸리 마니아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인공감미료는 전혀 넣지 않는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등장한 읍내의 천일식당까지는 차로 10여 분 걸린다. 떡갈비와 불고기가 유명한 식당으로, 남도 특유의 장맛 나는 맛깔난 음식을 내놓는다. 

    • 주소 | 전남 해남군 화산면 해창길 1




    전남 장성
    폐교 살린 양조장 ‘청산녹수’

    전남 장성의 백양사 단풍, ‘청산녹수’전경과 산소막걸리(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내장산국립공원, 사진 제공 · 명욱, 사진 제공 · 창산녹수]

    전남 장성의 백양사 단풍, ‘청산녹수’전경과 산소막걸리(왼쪽부터). [사진 제공 · 내장산국립공원, 사진 제공 · 명욱, 사진 제공 · 창산녹수]

    한국에서 단풍길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전북 남원의 내장산이다. 특히 산 입구에서 내장사(內藏寺)까지 올라가는 3km 길이 유명해 단풍철마다 관광객이 어마어마하게 몰린다. 단풍철마다 촬영 장소로 각광받는 백양사(白羊寺)도 내장산, 아니 백암산에 있다. 같은 산이지만 전북 정읍에서 출발해 내장사로 오르면 내장산, 전남 장성에서 출발해 백양사로 오르면 백암산으로 불린다. 백양사는 연못에 비친 가을 하늘과 웅장한 쌍계루(雙溪樓), 멀리 보이는 산 정상의 하얀 암석이 특히 유명하다. 매표소에서 백양사까지 오르는 도보로 30분 거리의 백양사 숲길은 2007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포함됐다. 

    백양사에서 차로 20여 분 달리면 15km 떨어진 ‘청산녹수’라는 양조장에 도착한다. 장성호가 내다보이고 황룡강이 흐르는 이곳에 10년간 폐교로 방치된 장성군 농촌학교를 2009년 개조해 만든 양조장이다. ‘청산녹수’에서 막걸리를 빚는 사람은 장인이나 기술자가 아닌 김진만 전남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다. 그래서인지 양조장의 복도는 견학로, 사무실은 교무실 같은 느낌이 든다. 

    ‘청산녹수’의 대표 술은 ‘사미인주 막걸리’와 ‘산소막걸리’. 사미인주는 정철의 사미인곡(思美人曲)을 모티프로 장성의 유기농 쌀과 아카시아 꿀을 배합해 만든다. 산소막걸리는 장성의 편백나무숲을 이미지화한 무감미료 막걸리다. 

    ‘청산녹수’에서는 양조장 견학은 물론 술 거르기, 술 빚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다양한 전통 누룩 만들기, 최고급 청주 빚기, 증류식 소주 만들기 같은 심도 깊은 교육도 마련돼 있다. 

    • 주소 | 전남 장성군 장성읍 남양촌길 19

    충북 단양
    4대째 이어지는 ‘대강양조장’

    충북 소백산 비로봉 운해(위)와 ‘대강양조장’ 전경 및 양조장 체험  ·  전시 모습. [뉴시스, 사진 제공 · 명욱, 사진 제공 · 대강양조장]

    충북 소백산 비로봉 운해(위)와 ‘대강양조장’ 전경 및 양조장 체험  ·  전시 모습. [뉴시스, 사진 제공 · 명욱, 사진 제공 · 대강양조장]

    조선 중기 천문지리학자 남사고(南師古)는 충북 소백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웅장하고 살기 없다. 사람을 살릴 산이다.’ 요즘 말로 힐링이 된다는 뜻 아닐까. 해발 1439m의 상당히 높은 산임에도 능선이 부드러워 트레킹 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능선을 따라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초원,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을 볼 수 있어 사시사철 방문객으로 붐빈다. 

    소백산 죽령코스 입구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대강양조장’이 있다.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 100년 역사의 양조장은 오직 항아리만 사용해 막걸리를 빚는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단양을 방문했을 때 이곳 막걸리를 연속 6잔 마셨다는 일화가 요즘도 회자된다. 2004년에는 국내 최초로 검은콩 막걸리를 개발, 트렌디한 막걸리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대강양조장’에서는 막걸리 역사를 체험해볼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1970년대 막걸리 밀주 금지 영상. 1930년대 사용했던 책상과 현미경, 1980년대 초반에 나온 막걸리 전용 유리병과 플라스틱 말통, 막걸리 홀더 등도 볼 수 있다. 양조장 견학과 누룩 밟기, 막걸리 짜기 같은 체험도 가능하다. 단양이 자랑하는 마늘 정식과 쏘가리매운탕을 ‘대강양조장’의 생막걸리와 함께 맛볼 것을 추천한다. 단양팔경 중 하나인 사인암이 양조장에서 차로 5분 거리라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다. 

    •주소 | 충북 단양군 대강면 대강로 60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