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산맥, 경남 통영 항구, 경기 과천 청계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등을 그려온 윤영경은 12번째 개인전 ‘하늘과 바람과 땅’의 풍경으로 백두산과 압록강을 택했다. 그동안 누구나 쉽게 가볼 수 있는 익숙한 산수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쉽게 가볼 수 없는 민족의 정수(精髓)가 깃든 곳을 택한 것이다. 중국 지린성을 통해 들어가 직접 보고 거닐었던 풍경을 20여 점의 작품에 담았다.
미술평론가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번 전시의 서문에서 윤영경에 대해 “‘와유진경 횡권산수’라는 우리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를 벗어나 자신만의 시각과 기법을 구사해온 동양화가”라고 평했다.
‘와유(臥遊)’란 ‘누워서 노닌다’는 뜻으로, 중국 한 화가가 늙어서 산수를 유람할 수 없게 되자 산수를 그림으로 그려놓고 누워서 즐겼다는 데서 유래한다. ‘진경(眞景)’은 겸재 정선이 중국의 산수화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그린 고유의 산수화를 뜻한다. 윤영경은 겸재의 기행 화첩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횡권(橫卷)은 가로로 긴 두루마리 그림을 가리킨다.

윤영경은 이화여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 과정을 마쳤다. 결혼해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 근무지를 따라 국내외 곳곳을 옮겨다니며 살았지만 금호미술관, 가나아트스페이스(갤러리인사아트), 독일 뮌헨 슈나이더갤러리 등에서 꾸준히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12월 10일까지 서울 중구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