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자 스퀘어에 설치된 팝아티스트 카우스의 ‘Together’.
‘풍성하게 잘 차린 음식’이란 뜻의 성찬과 이 리조트는 썩 잘 어울린다. 제프 쿤스, 데이미언 허스트, 구사마 야요이, 알레산드로 멘디니, 애니시 커푸어, 카우스 같은 세계 미술계의 선두에 선 거장에서부터 김호득, 이용백, 최정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까지 3000여 점의 예술작품이 33만㎡(10만 평) 공간에 골고루 배치돼 있다. 한 거장의 작품을 감상하고 얼마 걷지 않았는데, 다른 거장의 작품이 등장하는 식이다. 예술(Art)과 오락(Entertainment)을 결합한 ‘아트테인먼트’를 추구하는 파라다이스시티는 전문적인 미술 지식과 현장 경험을 갖춘 인력으로 구성된 아트팀도 별도로 두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호텔&리조트 정문 앞에 설치된 최정화의 ‘Golden Crown’.
여기도 거장, 저기도 거장
파라다이스시티 카지노 입구 가까이에 설치된 뮌의 ‘Your Crystal’.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크리스털 모듈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볼거리를 연출한다.
야요이의 노란 호박은 파라다이스시티 예술 산책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 호박을 중심으로 3개의 복도, 골드 윙·레드 윙·퍼플 윙이 뻗어 있다. 호텔 정문에서 페가수스를 거쳐 호박까지 온 길이 골드 윙이다. 다음은 레드 윙으로 발걸음을 옮겨볼 차례다.
미국 시카고의 랜드마크인 밀레니엄파크에 설치된 ‘크라운 분수’를 본 적 있다면, 두 눈을 감은 소녀의 두상 작품(‘Anna B. in Blue’)이 반가울 것이다. 소녀의 두상은 다양한 인종의 얼굴을 영상으로 재현한 ‘크라운 분수’로 명성을 얻은 스페인 출신 아티스트 하우메 플렌사의 작품이다. 소녀의 두상을 지나면 컨벤션 건물로 들어서게 된다. 올해 초 빅뱅 태양과 민효린이 결혼식을 올렸다는 곳이다. 박서보, 김창열, 김호득 등 한국 작가들의 회화 작품이 걸린 복도를 지나 컨벤션 정문 앞 로비에 이르면 높이 4.5m의 거대한 의자를 만난다. 이탈리아 출신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파라다이스 프루스트(Paradise Proust)’다. 이 작품은 멘디니가 파라다이스시티 측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제작한 것으로, 지금까지 선보인 프루스트 의자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한다. 그런데 프루스트 의자의 알록달록한 패턴이 왠지 익숙하다. 한국의 조각보에서 착안한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파라다이스시티의 예술작품 컬렉션은 ‘조각보 정신’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한다. 예술적 역량을 인정받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을 수집한다는 것이다. 파라다이스시티 건물 외벽과 내부 벽면 곳곳에 이러한 조각보 패턴이 간간이 보이는데, 모두 멘디니가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파라다이스시티는 1960년대 이후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팝아트 작품 3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앤디 워홀, 로이 릭턴스타인의 작품은 풀빌라 객실 내부에 있어 접근이 쉽지 않지만, ‘러브’ 조각상으로 유명한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은 이곳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스프링 가든에는 인디애나의 황금·빨간색 조합의 ‘러브(Love)’와 숫자 시리즈 중 ‘나인(Nine)’이 서로 마주하고 서 있다. 하늘이 보이고 햇볕이 들어오는 성큰가든(sunken garden)에 두 작품이 놓여 있어 뉴욕의 ‘러브’처럼 길을 걷다 작품을 만난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작품 근처에 노천카페가 자리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퍼플 윙과 플라자 스퀘어 사이에 위치한 통로이자 전시공간인 ‘파라다이스 워크’(왼쪽). 컨벤션 1층 복도에서 볼 수 있는 폴 알렉시의 작품 두 점은 그물망을 겹쳐 할리우드와 한국의 스타들을 표현했다.
피렌체 닮은 광장에서 즐기는 현대미술
지난 추석 연휴 때 개장한 플라자 스퀘어에 설치된 김명범 작품 ‘원’의 일부. 어린 사슴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높은 기둥 위에 나뭇가지 형태의 뿔을 가진 사슴이 설치돼 있다.
아트스페이스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제프 쿤스와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왼쪽) 9월17일 아트스페이스 개관식에 참석해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제프 쿤스(오른쪽)와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아트스페이스 개관기획전 ‘무절제와 절제’에 초대된 이배(왼쪽), 김호득 작가의 작품.
“누구나 환영한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Golden Legend’.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3층 스카이 파크에는 한국 미디어아트를 대표하는 이용백의 작품이 올가을 새롭게 설치됐다. 여행가방에 걸터앉아 망원경으로 어딘가를 열심히 바라보는 한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이 작품의 제목은 ‘미래는 확실하지 않은 것에서 작은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것이다-괴테’.
파라다이스시티가 보유한 주요 예술작품은 대부분 야외, 로비, 복도 등 누구나 접근 가능한 공개된 장소에 놓여 있다. 이는 곧 투숙객뿐 아니라 예술작품을 둘러보고자 찾아오는 사람도 환영한다는 뜻이다. 미술 애호가 사이에선 이미 이곳이 한 번쯤 둘러볼 만한 명소로 꼽힌다는 후문이다. 현대미술 교과서에 등장하거나 국내외 미술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감상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곳은 즐거운 예술 산책로가 될 것 같다.
2 애니시 커푸어 ‘C-Curve’, 2007
3 이용백, ‘미래는 확실하지 않은 것에서 작은 가능성을 찾아내는 사람들의 것이다-괴테’, 2018
4 하우메 플렌사, ‘Anna B in Blue’, 2015
5 로버트 인디애나, ‘Nine’, 1980-2001
6 로버트 인디애나, ‘Love’, 1996-2002
7 알레산드로 멘디니, ‘Paradise Proust’, 2016
8 김창열, ‘물방울’, 1975
9 피터 핼리& 로렌 클레이, ‘Paradise LostⅠ-Ⅳ, 2017
10 최정화, ‘Golden Crown’
11 데이미언 허스트, ‘Golden Legend’, 2014
12 구사마 야요이, ‘Great Gigantic Pumpkin’, 2014
13 뮌, ‘Your Crystal’, 2016
14 뮌, ‘Moving Gate’, 2017
15 김명범, ‘One’, 2018
16 카우스, ‘Together’, 2016
17 제프 쿤스, ‘Gazing Ball-Farnese Hercules’, 2013
18 데이미언 허스트, ‘Aurous Cyanide’, 2016
19 게오르크 바젤리츠, ‘Evening Bells’, 2014
20 박찬걸, ‘David’, 2017
사진 제공 · 파라다이스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