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 스마트 타운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집 안으로 들어가 봤다. 현관 앞에는 사흘간 태양에너지를 비축해두는 축전지가 있었다. 거실 스마트TV를 통해서는 마을 공지사항은 물론 주민들의 모임 공지, 의견 나눔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욕실 창문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영화를 보면서 목욕할 수 있게 했다. 침대에 누우면 알아서 전등 빛이 옅어지는 ‘자동 조명’ 장치도 있었다.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TV, 에어컨,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태양광 패널까지 대부분 일본 전기·전자회사 ‘파나소닉’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4년 전 조성된 이 마을은 파나소닉의 주도로 지은, 이른바 ‘서스테이너블(지속가능한) 스마트 타운(SST)’이라 부르는 재생 도시다.
19ha(19만㎡) 규모의 이 마을은 원래 파나소닉 전신인 ‘마쓰시타전기(松下電工)’ 공장 땅이었다. 파나소닉은 1961년부터 2007년까지 이곳에서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만들었다. 2007년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파나소닉은 땅 활용 문제를 두고 후지사와시와 논의하던 중 미래지향적인 도시를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 태양열로 집 난방을 해결하고 전기차를 운행하는 등 ‘친환경 마을’ ‘스마트 타운’이 핵심 키워드였다.
자전거 타고 택배 배달하는 스마트 마을
후지사와시 스마트 타운 사무실은 에너지 소비량과 보안 등을 24시간 관리한다(왼쪽). 후지사와시 스마트 타운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는 주민들의 동선을 따라 자동으로 촬영한다.
마을에 설치된 47개의 폐쇄회로(CC)TV와 거리 조명에서도 스마트 타운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평소 조명이 전체 밝기의 70%로 작동되다 밤늦은 시간 사람이 지나가면 100%로 밝아진다. CCTV는 행인의 움직임에 따라 자동으로 촬영한다. 파나소닉 외에도 NTT동일본(통신), 도쿄가스(가스), 미쓰이부동산, 야마토운수(물류), 알속(ALSOK·보안 및 경비) 등 18곳의 기업이나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가전기업으로 유명한 파나소닉이 스마트 타운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공장 땅의 활용을 고민하던 즈음 파나소닉은 위기에 몰린 상태였다. 2011년 파나소닉은 사상 최대인 7800억 엔(약 7조7908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TV 등 가전제품 제조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결론 내린 파나소닉은 뼈를 깎는 아픔으로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단행했다. 전기차 배터리 같은 자동차 부품과 주택용 전자기기 등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 결과 2년 만에 1200억 엔(약 1조1985억 원) 흑자를 내며 기사회생했다. 그 이듬해 개장한 스마트 타운은 파나소닉의 체질 개선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파나소닉 측은 이를 통해 30년 동안 400억 엔(약 3995억 원)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시이 교코(石井響子) 파나소닉주식회사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본부 주임은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곳곳에서 진행되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파나소닉은 지난달 말 요코하마(横浜)시 쓰나시마(綱島)에 두 번째 스마트 타운을 개장했고, 오사카(大阪)에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침체됐던 건설경기 다시 살아나는 중
수공예 장인들이 뭉쳐 만든 2K540 아키오카 아티산 내부.
아키하바라역 근처 고가 철도 밑에 들어선 패션 쇼핑몰 마치 에큐트.
이 같은 기업의 도시 재생에 대해 전문가들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침체됐던 건설경기가 2020 도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특히 1964 도쿄올림픽 즈음에 지은 도심 건물들이 노후화되면서 도시 중심부를 기점으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