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작곡가 움베르토 조르다노(Umberto Giordano)는 일반 클래식 애호가에게 친숙한 이름은 아니다. 1867년 이탈리아 남부 포자(Foggia)에서 태어난 그는 이른바 ‘베리스모(이탈리아어로 ‘사실주의’라는 뜻) 오페라’의 대가로 꼽힌다. 그런 그에게 최초로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 바로 1896년작 ‘안드레아 셰니에’다.
조르다노의 대표작 ‘안드레아 셰니에’는 푸치니의 ‘토스카’와 나란히 거론되는 베리스모 오페라 계열의 걸작이다. 이 오페라 주인공은 프랑스 대혁명기 실존인물인 시인 ‘앙드레(안드레아) 셰니에’, 그와 사랑에 빠지는 몰락한 귀족 여인 마그달레나, 마그달레나 집안의 하인에서 혁명지도자로 거듭난 제라르 등 세 사람이다. 오페라는 대혁명을 전후한 프랑스 사회의 혼란상과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암투, 그리고 주인공들의 삼각관계 등을 다루다 마지막에 셰니에와 마그달레나가 함께 단두대로 향하면서 막을 내린다.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조르다노의 음악은 베리스모 오페라답게 예리하고 강렬하면서 간결하다.
3월 12~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된 국립오페라단의 ‘안드레아 셰니에’는 한국 오페라계에선 일대 사건이었다. 필자가 막간에 만난 음악칼럼니스트와 오페라 마니아들은 국내 오페라 공연사상 ‘역대급’ 무대라고 입을 모았다.
당초 주목을 끌었던 건 역시 주역 가수들이었다. 그중 단연 돋보였던 이는 최근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전속 솔리스트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소프라노 고현아. 그는 마리아 칼라스를 연상케 하는 강렬한 음색과 표현력,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마그달레나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또 그와 호흡을 맞춘 셰니에 역의 박성규도 스핀토(예리하고 강인한 직선성을 가진 목소리)적인 음색을 바탕으로 뛰어난 가창을 들려줬고, 제라르 역의 루초 갈로는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각광받아온 중견가수다운 관록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건 바로 무대와 연출이었다. 최근 유럽에서 무섭게 부상한 이탈리아 연출가 스테파노 포다는 무대를 육중한 대리석 느낌의 거대한 벽면으로 가득 채웠다(그로 인해 막간 휴식시간이 매번 20분에 달했다). 그 벽면에 여기저기 금이 가 있어 혁명의 업적보다 상처를 떠올리게 했다. 또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장례식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 의상을 걸치고 있었고, 특히 구시대 세력인 귀족들의 의상에는 허연 먼지가 덧씌워져 있었다.
무엇보다 1막과 3막, 2막과 4막 무대가 서로 대칭을 이룬 가운데 특히 중앙에 놓인 구조물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1막의 거대한 샹들리에와 3막의 ‘마망’(프랑스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유명한 설치미술 작품)이, 2막의 잘린 주먹(분노와 폭력)과 4막의 잘린 머리(단두대 희생자)가 극명한 대비를 이뤄 자못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울러 주인공들을 둘러싸고 유령처럼 어슬렁거리던 군중의 모습도 의미심장했다.
혁명이 지향했던 밝은 미래보다 그 이면의 참혹한 그늘을 조명한 포다의 연출은 범세계적인 경제난과 정치 · 사회 · 문화적 혼돈을 겪으며 고난의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 인류의 현재상을 투영한 듯했다.
조르다노의 대표작 ‘안드레아 셰니에’는 푸치니의 ‘토스카’와 나란히 거론되는 베리스모 오페라 계열의 걸작이다. 이 오페라 주인공은 프랑스 대혁명기 실존인물인 시인 ‘앙드레(안드레아) 셰니에’, 그와 사랑에 빠지는 몰락한 귀족 여인 마그달레나, 마그달레나 집안의 하인에서 혁명지도자로 거듭난 제라르 등 세 사람이다. 오페라는 대혁명을 전후한 프랑스 사회의 혼란상과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암투, 그리고 주인공들의 삼각관계 등을 다루다 마지막에 셰니에와 마그달레나가 함께 단두대로 향하면서 막을 내린다.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는 조르다노의 음악은 베리스모 오페라답게 예리하고 강렬하면서 간결하다.
3월 12~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상연된 국립오페라단의 ‘안드레아 셰니에’는 한국 오페라계에선 일대 사건이었다. 필자가 막간에 만난 음악칼럼니스트와 오페라 마니아들은 국내 오페라 공연사상 ‘역대급’ 무대라고 입을 모았다.
당초 주목을 끌었던 건 역시 주역 가수들이었다. 그중 단연 돋보였던 이는 최근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전속 솔리스트로 발탁돼 화제를 모았던 소프라노 고현아. 그는 마리아 칼라스를 연상케 하는 강렬한 음색과 표현력,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로 마그달레나 역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또 그와 호흡을 맞춘 셰니에 역의 박성규도 스핀토(예리하고 강인한 직선성을 가진 목소리)적인 음색을 바탕으로 뛰어난 가창을 들려줬고, 제라르 역의 루초 갈로는 오랫동안 국제무대에서 각광받아온 중견가수다운 관록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건 바로 무대와 연출이었다. 최근 유럽에서 무섭게 부상한 이탈리아 연출가 스테파노 포다는 무대를 육중한 대리석 느낌의 거대한 벽면으로 가득 채웠다(그로 인해 막간 휴식시간이 매번 20분에 달했다). 그 벽면에 여기저기 금이 가 있어 혁명의 업적보다 상처를 떠올리게 했다. 또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장례식을 연상케 하는 어두운 의상을 걸치고 있었고, 특히 구시대 세력인 귀족들의 의상에는 허연 먼지가 덧씌워져 있었다.
무엇보다 1막과 3막, 2막과 4막 무대가 서로 대칭을 이룬 가운데 특히 중앙에 놓인 구조물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1막의 거대한 샹들리에와 3막의 ‘마망’(프랑스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유명한 설치미술 작품)이, 2막의 잘린 주먹(분노와 폭력)과 4막의 잘린 머리(단두대 희생자)가 극명한 대비를 이뤄 자못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울러 주인공들을 둘러싸고 유령처럼 어슬렁거리던 군중의 모습도 의미심장했다.
혁명이 지향했던 밝은 미래보다 그 이면의 참혹한 그늘을 조명한 포다의 연출은 범세계적인 경제난과 정치 · 사회 · 문화적 혼돈을 겪으며 고난의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 인류의 현재상을 투영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