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산국, 감국과 같은 속(Chrysanthemum)이지만 이들 들국화가 노란색 꽃을 피우는 데 반해 구절초는 흰색 또는 연분홍색 꽃을, 그것도 훨씬 큼지막하게 피워낸다. 우리 국토 어느 곳에서든, 멀리는 만주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뿌리를 내려 아름드리 꽃을 매어단 채 고운 자태를 자랑한다. 못 이룬 남북통일의 꿈은 물론, 옛 고구려의 영광까지 생각게 하는 꽃이다.
구절초는 본래 한방 또는 민간에서 약용식물로 이용해왔다. 생약명도 구절초로, 글자 그대로 9개 마디를 가졌다는 뜻이다. 9월 9일에 꺾어 모아 쓴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며 어떤 이들은 선모초라고도 부른다. 구절초는 주로 부인병을 다스리는 식물로 유명하다. 더러는 꽃을 술에 담가 그 향기를 즐기기도 하는데, 피를 만들고 원기를 돋우는 보혈강장제로 쓴다. 이 밖에도 여러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요즘엔 이 구절초 꽃을 말려 베개를 만들어 베고 자면 두통이 사라진다고 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나무 아래 큰 무리를 지어 심어놓으면 그곳이 명소가 된다. 아름답고 풍성하며 향기롭고 이로운 꽃이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각양각색의 빼어난 모습으로 자라는 구절초를 보노라면 새삼 이 땅의 자연과 그 속에서 자라는 식물에 대한 경이로움에 절로 경건한 마음까지 든다. 내 삶도 가을 들녘, 혹은 가을 숲 속의 구절초처럼 맑고 향기로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