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 지음/ 미래의창/ 304쪽/ 1만3000원
2008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내놨을 당시, 휴대전화 업계 1위 기업 노키아는 아이폰이 큰 위협이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노키아 휴대전화 매출은 곤두박질쳤고, 애플은 모바일 산업을 단숨에 재편했다.
아이폰에 타격을 입은 기업은 노키아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게임 산업을 주름잡던 닌텐도 역시 ‘멘붕’(‘멘털 붕괴’ 줄임말로 충격이나 혼란에 빠진 정신상태를 뜻하는 인터넷 은어)에 빠졌다. 닌텐도 임원들도 처음에는 닌텐도 게임이 가진 화려한 그래픽과 충실한 게임 시나리오, 그리고 다양한 스테이지 등이 모바일게임과 비교해 월등하다고 여겼다. 여기에 대중이 저사양의 모바일게임 쪽으로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고정관념 혹은 막연한 기대를 버리지 못한 실수가 보태졌다. 그렇게 시련은 닥쳤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두 기업은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해 이렇게 호되게 당한 것이다.
저자는 “지금 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가 알고 있던, 그리고 흔히 그렇게 생각했던 틀이 사정없이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주요 경계가 사라지는 이른바 ‘빅 블러(Big Blur) 혁명’ 시대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착각은 자유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순간에도 경기침체에 따른 저성장, 인구 고령화, 초연결사회, 다극화 및 개인화, 환경과 사회적 가치 변화 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기존에 익숙하게 느끼던 소비자와 기업, 개인과 영향력 있던 조직, 서비스와 제품, 라이프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명확했던 경계선을 지워내는 중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합의 영역을 만들어낸다.”
현재 전망 좋은 자격증 또는 전문 직무를 맡고 있다 해도 오랫동안 그 인기가 보장되리라고 장담할 순 없다는 얘기다.
경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기술이 살아 있는 생명체 노릇을 한다. 기술이 발명돼 특정 제품 카테고리가 탄생하면 초기에는 소수를 위한 기호품에 머무르다가, 시간이 지나면 기술 스스로 대중화를 촉진할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혁신 제품은 ‘짠’ 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진화를 통해 출현한다. 또 이런 진화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산업 시스템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구매자 위치에 있던 대중도 큰 위험 없이 공급자로 변신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개인은 이런 환경 변화에 무척 난감하다. 전문가들은 “경쟁력을 키워 언제든 노동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인재가 돼라”고 주문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최대한 준비해야 한다. 먼저 중간에서 어떤 일이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촉매 기업을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또한 틈틈이 개인 기업가로 살아가는 연습을 하면서, 자신과 이질적인 것을 관대하게 대하며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 쓰고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평소에도 경계선을 열심히 넘나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생존경쟁은 결국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이자 절호의 기회다.
“가장 큰 경쟁자는 경계 밖에 존재한다. 경계 밖에서 넘어온 경쟁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다른 형태로 가치를 전달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들을 상대하기 어려워한다. 무너지는 경계는 아이디어가 있는 자에는 기회다. 작은 것들의 성공 공식은 적은 비용으로 빨리 실패하고 배워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