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는 ‘돈 많고 멍청한 금발’이라는 편견에 당당히 맞서 자기 길을 찾는 한 여성의 유쾌한 모험담을 담았다. 대학교 치어리더 출신으로 패션을 사랑하고 쇼핑을 찬양하는 금발미녀 엘 우즈. 완벽한 남자친구 워너가 “내 미래를 위해 멍청한 금발은 필요 없다”며 훌쩍 하버드대 로스쿨로 떠나자, 우즈는 워너가 원하는 똑똑한 여성이 되려고 공부에 매진해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한다. 그러나 공부벌레로 가득한 하버드대에서 분홍빛 현란한 옷으로 무장한 그녀를 반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수업시간에 매번 쫓겨나기 일쑤지만 그녀는 특유의 적응력과 동물적 감각으로 점차 촉망받는 변호사 길로 접어든다.
이 작품은 금발미녀 우즈의 극복기를 담았지만 사실 그녀를 100% 응원하게 되지는 않는다. 부자 부모에 예쁜 얼굴을 타고나 언제나 환영받는 그녀가 공부와 능력, 변호사라는 직업, 심지어 근사한 남자까지 얻는 과정을 보면서 질투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 작품이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뛰어넘은 것은 우즈의 친구이자 미용실 주인인 폴렛 덕분이다. 뚱뚱한 몸에 자존감이 낮아 직업 가진 남자는 단 한 번도 사귀어본 적 없는 그녀지만, 우즈 덕분에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이다. 그녀를 보면서 평범한 사람도 열심히 노력하면 인생에서 하나 정도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
유쾌하고 화려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편견에 대해 얘기한다.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들은 “우리는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당당히 주장하지만 결국 그곳에 모인 사람은 얼굴색만 다를 뿐 모두 공부벌레에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하버드대 별종인 우즈는 하버드대의 이중성에 직격탄을 날리며 거대한 파문을 일으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