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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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사람 세상 이끌고 미래 만든다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입력2012-01-02 11: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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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하는 사람 세상 이끌고 미래 만든다

    김영수 지음/ 역사의아침/ 376쪽/ 1만5000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너그러운 편이다.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공통적으로 책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들은 책벌레, 서생, 서치 등의 희롱조 별칭마저 영광스럽게 받아들인다.

    인류가 남긴 최고의 유산이 책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사마천과 ‘사기(史記)’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저자가 이번에는 ‘사기’ 속 인물 9명과 중국 역대 현자 10명의 책읽기 및 공부법에 눈을 돌렸다. 그들은 어떻게 책을 읽고 또 공부했을까.

    “‘사기’ 속 소진은 책을 치열하게 읽었다. 공부를 하다 졸음이 오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잠을 쫓았는데 피가 발꿈치까지 흘러내릴 정도였다고 한다. 또한 졸음을 쫓기 위해 머리카락을 대들보에 매달았다. 여기서 ‘추자고(錐刺股) 두현량(頭懸樑)’이라는 고사성어를 남겼다.”

    장량(張良·장자방)과 이사는 공부하는 방법 및 인생역정이 철저히 비교된다. 신비한 노인에게서 우연히 얻은 ‘태공병법’을 익혀 유방을 도왔던 장량은 그 책을 늘 품에 지니고 다니면서 수시로 공부하고 텍스트에 함유된 오묘한 의미를 깨달았다. 한나라 개국에 결정적 구실을 한 그는 명예롭게 은퇴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명문장 ‘간축객서’로 유명한 이사의 인생유전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다. 진시황을 도와 개국공신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 자리에 올랐지만 그는 공부를 오로지 출세의 수단으로만 여겼다. 그러니 진시황이 죽자 환관 조고에게 결국 허리가 잘리고 말았고, 비열한 지식인의 전형이 됐다.

    49세에 치욕스러운 형벌인 궁형을 자청해 ‘사기’를 완성한 사마천은 책상머리 공부를 했을 뿐 아니라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역사의 현장에서 몸소 체험했다. 그는 스무 살부터 약 3년간 당시 한나라 제국의 전역을 돌아다니며 역사에서 유무형의 흔적을 남긴 수많은 사람의 족적을 일일이 확인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써낸 ‘사기’는 일류 역사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역사서가 됐다.



    명말청초의 위대한 사상가 고염무(顧炎武)도 다양한 책을 읽고 천하를 주유하면서 스스로 ‘공부의 감독’이 됐다. 그는 매일 읽어야 할 책의 권수를 스스로 정했고 다 읽은 책을 한 번씩 베꼈다. ‘자치통감’을 다 읽은 후 그것을 전부 베껴서 별도의 ‘자치통감’을 한 부 만들었을 정도다. 고염부의 공부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책을 읽고 나면 오늘날 독서일기 같은 찰기(札記)를 남겼는데 30년 이상 꾸준히 썼다.

    앞서 얘기한 현자들의 독서 습관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언제 어디서든 책을 놓지 않는다. 둘째, 어릴 때부터 죽는 날까지 독서 습관을 유지한다. 셋째, 책을 아끼며 좋은 책은 몇 번이고 읽고 평생 소장한다. 넷째, 보고 싶은 책은 빌려서, 찾아서, 구해서, 베껴서, 구입해서 반드시 본다. 다섯째,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고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의 삼위일체를 실천한다. 여섯째, 읽는 데 머무르지 않고 깊은 사색, 여행이나 현장 학습을 중시한다. 한마디로, 공부하는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이다.

    소설 ‘아Q정전’으로 현대 중국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노신(魯迅)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꿀벌 같아야 한다. 많은 꽃에서 채집해야 달콤한 꿀을 만들 수 있는 것과 같다. 한곳에서 빨면 얻는 것에 한계가 있고 시들어버린다.”

    가을보다는 기나긴 겨울밤에 책을 펼쳐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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