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돈 얘기를 해서 죄송스럽지만, 비치보이스의 새로운 앨범 박스세트 ‘스마일 세션(Smile Session)’을 사기로 마음먹고 인터넷으로 가격을 알아보다 쾌재를 불렀다. 미국 현지 가격과 별반 차이 없는 금액으로 우리나라 온라인 숍에서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는 아마존에서 140달러에 팔리는 정품을 15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국내 쇼핑몰에서 샀다.
보통 수입음반 가격이 ‘원가+운송비+관세+유통마진’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일본 아마존에서는 똑같은 제품이 2만4500엔에 팔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템이 날개 돋친 듯 팔릴 일은 없으니 좀 씁쓸하긴 하지만 말이다.
비치보이스를 좋아하는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눠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먼저 1960년대 초중반 ‘서핑 뮤직(surfing music)’ 시절의 비치보이스만 아는 부류다. 이들에게 비치보이스는 여전히 ‘빽바지’에 촌스러운 스트라이프 셔츠를 받쳐 입은 해맑은 캘리포니아 젊은이들이다. 그들의 이름을 듣는 순간 ‘서핀 유에스에이(Surfin’ USA)’와 ‘코코모(Kokomo)’가 떠오른다는 사람, 비치보이스 음반은 딱 한 장 갖고 있는데 그게 베스트앨범인 사람이라면 아마 이 부류에 속한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10대 시절의 필자가 딱 이랬다.
다음으로는 비틀스와 창작력 전쟁을 벌이던 1960년대 중반의 야심만만한 비치보이스를 경외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류다. 본격적으로 비치보이스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하던 20대 무렵의 필자 모습이다. 알고 보니 비치보이스는 단순한 서핑 밴드가 아니라, 브라이언 윌슨이라는 불세출의 송 라이터가 만들어낸 장대한 우주였다. 베토벤처럼 한쪽 귀가 불편했고 실제로는 서핑을 해본 적도 없다는 내성적인 청년의 자아가 미국 대중문화와 빅뱅을 일으켜 탄생한 아름다운 하모니의 우주 말이다.
마지막 유형은 한 줌 남짓한 골수팬이다. 사실 얼핏 보면 비치보이스를 좋아하긴 하는 걸까 싶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윌슨의 인터뷰는 필 스펙터(비틀스의 ‘렛잇비’ 앨범을 제작한 미국의 레코드 프로듀서)를 언급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는 독설을 주고받으며 킥킥거리고, 새로운 베스트앨범이 나올 때마다(비치보이스는 아마도 세상에서 베스트앨범 종류가 가장 많은 밴드일 것이다) 이제 그만 좀 우려먹으라며 야유를 보낸다. 하지만 “보너스 트랙이 죄다 예전에 어디 있던 거랑 겹치네”라고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거금을 주고 박스세트를 사들이는 것이 이 부류의 특징이다. 바로 지금의 필자다.
물론 ‘스마일 세션’을 ‘오타쿠 아이템’이라고 부르는 건 지나친 자조인지도 모른다. 이번 박스세트의 모태가 된 미완의 걸작 ‘스마일(Smile)’은 녹음실을 악기처럼 사용하는 경지에 이르렀던 윌슨이 절정에 오른 창조적 에너지를 쏟아부은 작품으로 알려졌다. 뚜껑을 열어본 ‘스마일 세션’은 ‘스마일’에 대한 꼼꼼하고도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었다. 각각 2장씩의 LP와 7인치 바이닐, CD 5장과 미공개 사진까지 빼곡히 담은 이 박스세트를 미국의 권위 있는 대중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스’는 ‘2011년 최고의 리이슈’로 선정했다. 물론 필자를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롤링스톤스의 편집장과 필자가 거의 동일한 가격에 이 박스세트를 샀으리라는 사실이지만.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
보통 수입음반 가격이 ‘원가+운송비+관세+유통마진’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가격이 아닐 수 없다(일본 아마존에서는 똑같은 제품이 2만4500엔에 팔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템이 날개 돋친 듯 팔릴 일은 없으니 좀 씁쓸하긴 하지만 말이다.
비치보이스를 좋아하는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눠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먼저 1960년대 초중반 ‘서핑 뮤직(surfing music)’ 시절의 비치보이스만 아는 부류다. 이들에게 비치보이스는 여전히 ‘빽바지’에 촌스러운 스트라이프 셔츠를 받쳐 입은 해맑은 캘리포니아 젊은이들이다. 그들의 이름을 듣는 순간 ‘서핀 유에스에이(Surfin’ USA)’와 ‘코코모(Kokomo)’가 떠오른다는 사람, 비치보이스 음반은 딱 한 장 갖고 있는데 그게 베스트앨범인 사람이라면 아마 이 부류에 속한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10대 시절의 필자가 딱 이랬다.
다음으로는 비틀스와 창작력 전쟁을 벌이던 1960년대 중반의 야심만만한 비치보이스를 경외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류다. 본격적으로 비치보이스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하던 20대 무렵의 필자 모습이다. 알고 보니 비치보이스는 단순한 서핑 밴드가 아니라, 브라이언 윌슨이라는 불세출의 송 라이터가 만들어낸 장대한 우주였다. 베토벤처럼 한쪽 귀가 불편했고 실제로는 서핑을 해본 적도 없다는 내성적인 청년의 자아가 미국 대중문화와 빅뱅을 일으켜 탄생한 아름다운 하모니의 우주 말이다.
마지막 유형은 한 줌 남짓한 골수팬이다. 사실 얼핏 보면 비치보이스를 좋아하긴 하는 걸까 싶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윌슨의 인터뷰는 필 스펙터(비틀스의 ‘렛잇비’ 앨범을 제작한 미국의 레코드 프로듀서)를 언급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다”는 독설을 주고받으며 킥킥거리고, 새로운 베스트앨범이 나올 때마다(비치보이스는 아마도 세상에서 베스트앨범 종류가 가장 많은 밴드일 것이다) 이제 그만 좀 우려먹으라며 야유를 보낸다. 하지만 “보너스 트랙이 죄다 예전에 어디 있던 거랑 겹치네”라고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정작 거금을 주고 박스세트를 사들이는 것이 이 부류의 특징이다. 바로 지금의 필자다.
물론 ‘스마일 세션’을 ‘오타쿠 아이템’이라고 부르는 건 지나친 자조인지도 모른다. 이번 박스세트의 모태가 된 미완의 걸작 ‘스마일(Smile)’은 녹음실을 악기처럼 사용하는 경지에 이르렀던 윌슨이 절정에 오른 창조적 에너지를 쏟아부은 작품으로 알려졌다. 뚜껑을 열어본 ‘스마일 세션’은 ‘스마일’에 대한 꼼꼼하고도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었다. 각각 2장씩의 LP와 7인치 바이닐, CD 5장과 미공개 사진까지 빼곡히 담은 이 박스세트를 미국의 권위 있는 대중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스’는 ‘2011년 최고의 리이슈’로 선정했다. 물론 필자를 가장 기쁘게 하는 건 롤링스톤스의 편집장과 필자가 거의 동일한 가격에 이 박스세트를 샀으리라는 사실이지만.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