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미로운 팝 감동이여, 영원하라](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08/16/201108160500030_1.jpg)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기간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음반이 8월 초 드디어 공개됐다. 밴드 ‘라이너스의 담요’의 ‘Show Me Love’. 2003년 데뷔 이래 8년 동안 홍대 카페 라이브와 한국형 치유계 팝 사운드의 원조로 군림해오면서도, 고작 이피반레코드(EP) 2장이 디스코그래피의 전부였던 이들의 첫 번째 정규 앨범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총 작업 기간 4년, 후반 작업에만 1년 반이 걸린 이 앨범은 멤버 연진(보컬, 건반)과 이상준(기타) 외에 세션으로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이 이채롭다. 단 2장의 정규 앨범으로 한국 인디록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자리매김한 ‘검정치마’의 조휴일을 비롯해 ‘로로스’의 도재명,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 ‘할로우 잰’의 임환택 등 인디 신(scene)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탄성을 지를 이름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전공 분야가 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장르만 따져도 이모코어에서 포크록, 스케이트펑크, 슈게이징 등 웬만해선 서로 ‘겸상’하지 않을 다양한 스타일의 뮤지션이 한자리에서 연주와 노래를 들려준다. 반쯤은 인맥과 친분 때문이겠지만, 나머지 반쯤은 팬으로서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뮤지션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라이너스의 담요’가 이 앨범에서 궁극적으로 빚어내는 곡들은 치열한 장르 음악이기보다 매우 보편적이면서도 감미로운 팝이니까 말이다.
한국 턴테이블리즘을 대표하는 DJ 소울스케이프가 후반 작업을 담당했다는 사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보도자료에 인용된 그의 코멘트는 굳이 이 앨범에 국한할 필요 없이 말 자체로도 음미할 가치가 있다. “팝음악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즉흥적이고 친근한 몇 소절의 멜로디와 장르의 옷을 입히는 것 정도로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 수는 있지만, 결코 파퓰러 뮤직의 핵심을 담을 수 있다고 볼 순 없다.”
소규모 독립 제작사에서 만든 소위 ‘인디팝’ 음반이 대중음악의 핵심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하면 고개를 갸웃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즉흥적이고 친근한 몇 소절의 멜로디’에 지나지 않는 경박한 노래가 훨씬 큰 인기를 얻는 게 작금의 현실 아니냐고 삐딱하게 반문할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내 대답은 이렇다. 시간과 영감을 충분히 투입한 3분짜리 팝송은 아주 오랜 후에도 남아다양한 연령층의 사람을 감동하게 만들 수 있다. 또 지역적으로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에게든 쉽게 가 닿을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그렇게 팝송이 가진 보편성은 시간과 장소라는 두 가지 축을 타고 무한히 넓어질 수 있는 것이다.
![감미로운 팝 감동이여, 영원하라](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1/08/16/201108160500030_2.jpg)
* 정바비는 1995년 인디밴드 ‘언니네이발관’ 원년 멤버로 데뷔한 인디 뮤지션. ‘줄리아 하트’ ‘바비빌’ 등 밴드를 거쳐 2009년 ‘브로콜리 너마저’ 출신 계피와 함께 ‘가을방학’을 결성, 2010년 1집 ‘가을방학’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