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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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A 풍부한 ‘피시 오일’ 낙농제품과 만남 우연 아니다

노르웨이 魚油 세계적 경쟁력…+α 제품으로 특수포장 뒤 세계 각국으로 수출

  • 오슬로·소르틀란=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8-16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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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HA 풍부한 ‘피시 오일’ 낙농제품과 만남 우연 아니다

    매리텍스 공장의 전경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에 배는 심하게 흔들렸다. 기둥이라도 잡지 않으면 시커먼 물속으로 곧장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배가 아래위로 출렁이며 춤을 추자, 빈속마저 부글부글 끓었다.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나. 이국만리에서 무슨 변이라도 당하는 것은 아닐지. 객의 머릿속은 온갖 망상으로 가득 찼건만, 배를 모는 어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자신의 이야기에만 열중했다. 성난 파도는 멈출 줄 모르고 빗줄기는 점차 굵어졌다. 30년 같았던 30분이 흐른 뒤, 배가 멈춰 섰다. 어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기다란 낚싯대를 건넸다.

    “자, 북해(유럽대륙과 노르웨이, 영국에 둘러싸인 대서양 연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3대 청정해역이 준 선물

    7월 25일 노르웨이 북쪽에 있는 소르틀란(Sortland)에 가기 위해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노르웨이 남쪽 끝에서 북쪽 끝으로 가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오슬로 가르데르모엔(Oslo Gardermoen) 공항에서 출발, 트롬쇠(Tromso)에 도착해 비행기를 갈아탔다. 총 3시간의 비행 끝에 스토크마르크네스(Stokmarknes) 공항에 도착했지만, 목적지인 소르틀란까지는 차를 타고 한 시간가량 더 가야 했다.

    노르웨이 부와 소득의 원천은 석유산업이다. 노르웨이는 세계 10대 산유국으로 수출량만 놓고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인 원유강국이다(2006년 기준). 석유산업에 힘입어 노르웨이의 1인당 국민소득은 8만 달러가 넘는다. 이런 노르웨이에 석유 못지않게 유명한 것이 있다. 바로 세계 3대 청정해역으로 손꼽히는 노르웨이 연안에서 잡아 올리는 어류와 거기에서 나오는 물고기 기름인 어유(魚油), 즉 피시 오일(Fish Oil)이다.



    노르웨이 끝자락에 자리한 작은 어촌마을을 찾은 이유도 바로 피시 오일에 있었다. 피시 오일에는 모유에 가장 많이 함유된 오메가3 계열의 불포화지방산(LCPUFA)인 DHA가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DHA는 두뇌발달뿐 아니라 시력개선, 항염증 작용, 혈전 방지 작용, 혈당치 저하 같은 생리기능에도 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DHA에 대한 궁금증이 기자를 북해로 이끌었다. 아무 생각 없이 먹는 식품에 함유된 DHA의 원형을 만나보고 싶었다. 세계 각지의 식품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DHA 함유량을 늘리려고 고심한다. 자녀의 두뇌발달에 관심이 많은 한국에선 영유아 우유시장을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에선 제빵업체를 중심으로 DHA 함유량을 늘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5월 출시한 매일유업의 ‘앱솔루트 W’는 노르웨이 연안 북극해에서 갓 잡은 대구에서 추출한 천연 DHA를 사용, DHA 함유량이 모유 수준인 16mg(100mℓ당)에 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곳의 어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부터 근해로 나가 물고기를 잡는다. 바다 한복판에 그물망을 설치해놓고 다음 날 찾으러 가는 식이다. 때로는 낚싯대를 이용해 45kg 짜리를 낚기도 한다. 배 한 척에는 20여 t의 물고기를 실을 수 있다. 이렇게 잡은 물고기를 공장으로 보내 정제과정을 거쳐 기름을 뽑아낸 것이 피시 오일이다.

    물고기로부터 피시 오일을 정제하는 매리텍스(Maritex)의 아르네 매그네 요한센 품질관리자는 노르웨이산 피시 오일이 뛰어난 이유로 “바다의 낮은 온도”를 꼽았다.

    “노르웨이 북서해안인 로포텐(Lofoten)제도의 온도가 낮은 점에 주목합니다. 어류 자체가 워낙 청정한 지역에서 잡히는데 노르웨이, 유럽연합(EU), 러시아가 쿼터를 정해 남획을 금지하므로 우수한 어류를 지속가능하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DHA 풍부한 ‘피시 오일’ 낙농제품과 만남 우연 아니다

    DHA에 대해 설명하는 에스펜 토마센 세일즈&마케팅 오마가3 디렉터(왼쪽). 피시 오일을 권하는 ‘토릴 몬센-아베세트’ 매니저 디렉터.

    다양한 식품과 음료에 적용

    어부가 잡은 물고기는 항구 창고에서 부위별로 나눠 인근 가공공장으로 보낸다. 물고기를 잡는 항구에서 매리텍스까지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처럼 가공 공장까지의 거리가 짧은 것도 피시 오일의 품질이 우수한 이유 중 하나다. 매리텍스의 토릴 몬센-아베세트(Torill Monsen-Abelseth) 매니저 디렉터는 “우리의 주요 임무는 피시 오일을 만들어 식품이나 음료를 만드는 회사에 전달할 때까지 피시 오일이 산화작용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매리텍스의 공장은 하루 50t가량의 피시 오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13명에 불과하다. 과정 대부분이 기계에 의해 자동화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느 공장의 내부 모습과 비슷하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기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이곳 한구석에 조용한 연구실이 마련돼 있는 것. 이곳에선 피시 오일 샘플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한다.

    “한번 마셔보세요.”

    실험실 이곳저곳을 신기한 듯 바라보자, 토릴 몬센-아베세트 매니저가 피시 오일이 담긴 작은 비커를 건넸다. 투명한 액체가 흡사 물과 같다. 벌컥 한 잔을 마셨는데 느낌이 묘했다. 피시 오일 자체는 무미, 무취이기 때문에 혀끝으로는 별다른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매리텍스는 피시 오일을 특수 포장한 뒤, 세계 각지의 기업에 수출한다.

    사실 피시 오일은 그 자체를 먹기보다 다른 식품이나 음료에 첨가해 섭취한다. 따라서 피시 오일에서 DHA나 EPA(역시 불포화지방산의 일종) 같은 성분을 추출하는 것이 관건이다. 노르웨이 최대의 유가공업체인 티나그룹(TINE)은 오슬로 인근에 자리한 연구개발(R·D)센터에서 피시 오일에서 추출한 DHA나 EPA를 다른 식품과 음료에 적용하는 실험을 한다. 티나그룹의 R·D센터 오브 요한센(Ove Johansen) 제품개발 매니저(Product Development Director)는 “고객사가 직접 첨가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DHA를 첨가하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일부 업체에선 DHA가 들어간 사료를 젖소에게 먹여 DHA를 함유한 우유를 얻는다. 티나그룹은 직접 식품에 DHA를 첨가하므로 그 함유량이 다른 업체에 비해 많다고 강조했다 . 티나그룹의 EPADHA 에스펜 토마센(Espen Thoma ssen) 세일즈·마케팅 오메가3 디렉터는 “지금도 우리는 우유, 치즈, 요구르트 같은 낙농제품에 오메가3(DHA 함유)를 첨가하는 데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노르웨이에선 청정해역에서 잡은 물고기를 실시간으로 공장으로 옮겨 피시 오일을 추출하고, 여기서 DHA를 뽑아내 다른 식품과 음료에 첨가하는 일련의 과정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빈틈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 속에서 신비롭게 가려졌던 천연 DHA의 속살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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