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주용으로 재배되는 머스캣 품종으로, 독특한 향이 있어 생으로 먹어도 맛있다.
포도는 크게 생식용과 포도주용으로 나눈다. 국내 포도 중 포도주용으로 재배되는 양은 그리 많지 않다. 포도주는 주로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포도주용으로 재배하는 머스캣도 국내에서는 거의가 생식용으로 판매한다.
국내 생식용 포도 생산량의 대부분은 캠벨이 차지한다. 캠벨 뒤에 ‘얼리(Early)’가 붙기도 하는데, 조생종이란 뜻이다. 전체 포도 생산량의 70%가 넘는다. 캠벨은 미국 품종으로 국내 재배 역사는 100년이나 된다. 특유의 달콤하면서 시큼한 향이 있다. 이 향을 영어권 국가에서는 ‘foxy’라고 표현한다. 국내에서는 여우향, 호취향이라 하는데, 올바른 번역이 아니다. 적절한 비유를 들면 ‘맥주 상한 냄새’와 비슷하다. 청소를 잘 안 하는 생맥줏집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가 캠벨 품종의 ‘foxy’한 냄새다. 캠벨은 당도가 높지 않고 껍질도 두꺼워 맛있는 품종에 들지 못한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캠벨이 우리 땅에 크게 번진 것은 유럽종과 달리 겨울의 혹한과 여름의 혹서를 잘 견디며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많기 때문이다.
캠벨 다음으로 흔한 것이 거봉이다. 1940년대 일본에서 육종한 품종이다. 무척 달며 탐스럽게 보여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을 준다. 그러나 향이 약해 가을 과일이 주는 풍부한 맛을 기대하기 어렵다.
거봉과 함께 최근 10여 년 사이 큰 인기를 얻은 품종이 델라웨어다. 약간 흐린 색을 띠며 알이 작은데 당도가 18브릭스에 이를 정도로 달다. 또 과육이 부드럽고 껍질이 얇아 한 입에 몇 알씩 털어 넣기 편하다. 그러나 이 역시 향이 약하다. 나무가 추위에 강해 자연재해를 덜 입는다는 점이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생식용 포도 시장에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외국의 생식용 포도가 수입되면서 캠벨과 거봉, 델라웨어 중심의 몇몇 품종만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맛과 향이 독특하고 다양한 유럽종이 도입되고, 국내 기술로 육종한 품종도 농가에 보급되고 있다. 이런 포도 재배 품종의 다양화는 엉뚱하게도 한반도 온난화의 ‘도움’을 받고 있는 바가 크다. 특히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냉해에 약한 유럽종이 좋은 작황을 보이기도 한다.
유럽계 포도 중 특히 관심을 둘 만한 것은 머스캣이다. 머스캣은 한 송이에 달린 포도 알이 크거나 작아서 예전에는 ‘거지포도’라 불렀다. 그래도 그 향은 묘한 매력이 있다. 머스캣 향은 서양 요리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데, 프랑스 레스토랑 같은 곳에서 ‘무스카 향의 어쩌고’ 하는 요리 설명이 있으면 이 머스캣 포도의 향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머스캣 향을 굳이 설명하자면, 약간 고구마 썩는 냄새가 난다.
머스캣은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 재배가 까다롭고 수확량도 많지 않으므로 농가에서 재배를 기피해 생산량이 적기 때문이다. 경기 안성에는 오래된 머스캣 포도나무를 가진 농장이 제법 있다. 또 최근 충북 영동에서 포도주용으로 머스캣 재배면적을 늘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