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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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그들만의 ‘고래싸움’

삼각편대 내부 균열로 회사 위기 … 경영진 선임 및 후계자 양성 방안 논의 시급

  • 윤영호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장 yyoungho@donga.com

    입력2010-09-13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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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융, 그들만의 ‘고래싸움’
    신한금융지주의 내분 사태를 계기로 금융권의 지배구조가 또다시 논란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 들어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가 ‘관치 논란’ 속에 강정원 행장이 물러나고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인 어윤대 회장이 취임했다. KB금융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정착시켜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모범사례로 꼽혀왔지만 ‘외풍’에는 취약하다는 단점이 드러났다.

    KB금융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그 힘이 막강해 사외이사들이 중심인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할 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후보를 선임할 정도다. 이뿐 아니라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만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정한다. 과거 정권에서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냈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나 언론에선 ‘KB금융의 사외이사가 권력화됐다’고 비판했지만 사실 금융회사 경영자가 이사회를 무시하고 독단 경영을 하는 경우가 더 위험하다. 황영기 행장 시절 우리은행이 파생상품에 투자해 1조50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만 KB금융의 경우 명망 있는 사외이사가 아무도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후계구도 둘러싸고 벌이는 육박전

    그런데 이번에는 일사불란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던 신한금융에서 경영진 내분이 일어나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때문에 신한금융 사태를 계기로 지배주주가 없는 금융회사의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감시 장치는 말할 것도 없고, 경영진 선임 및 후계자 양성 방안 등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는 9월 2일 신한은행이 전 행장이자 그룹의 2인자인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을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소한 데서 비롯했다. 현재로선 양쪽의 주장이 엇갈려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진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의 본질을 후계구도를 둘러싼 경영진 간 갈등이라고 말한다. 신한금융 경영진은 라응찬 회장-신상훈 사장-이백순 행장으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로 구성돼 있다. 이 서열은 후계구도와도 맞물려 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삼각편대 내부에 균열이 생겼고, 라 회장이 이 행장을 내세워 2인자인 신 사장을 쳤다는 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해석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후 신한금융은 주가가 하락하고 외국인 주주들이 이탈 조짐을 보이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제2, 제3의 신한금융 사태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무엇보다 후계군을 어떻게 발굴하고 양성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한금융은 1982년 재일동포 주주들이 출자해 점포 3개로 시작한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1997년 동화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2003년엔 조흥은행을, 2007년엔 LG카드를 흡수했다. 올해 자산 규모 313조 원, 직원 수 1만7587명으로 직원 수와 자산은 3위지만 이익은 압도적인 1위다. 경쟁 그룹인 KB금융 어윤대 회장도 신한금융을 칭찬할 정도다.

    금융권이 가장 부러워하는 대목은 신한금융의 포트폴리오다. KB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주력인 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카드, 증권, 보험 등의 자회사가 각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잠재력에서 다른 금융지주사를 압도한다”고 말했다. 자산 규모 1, 2위를 다투는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은행업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다.

    재일동포 주주들 ‘나고야 청문회’

    신한금융, 그들만의 ‘고래싸움’

    2009년 말 인천 부평구 신한미소금융재단 개소식에 참석한 이백순 신한은행장,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맨 오른쪽부터).

    신한금융은 그동안 지배구조에 관해서도 모범생으로 꼽혀왔다. 신한금융의 이사회는 현재 2명의 상근이사와 2인의 기타 비상무이사, 8인의 사외이사 등 12인의 이사로 구성돼 있다. 또 이사회에는 이사회운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감사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6개의 소위원회가 있다. CEO와 이사회 의장도 분리해놓았다. 올 3월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전성빈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한 것. 한국거래소 산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원장 강병호 한양대 교수·이하 지배구조원)이 9월 9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는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 중 가장 높은 ‘우량’ 등급을 받았다.

    신한금융의 성장 과정을 얘기할 때 라응찬 회장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라 회장은 1991년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이래 3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2001년 신한금융 출범 이후엔 회장을 계속 맡고 있다. 금융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장기 집권이다. 라 회장은 올 3월 주총에서 비교적 손쉽게 회장 4연임에 성공했다. 당시 금융권에선 뒷말이 무성했다. 지난해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라 회장의 차명계좌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 이뤄진 결정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라 회장이 외부의 보이지 않는 힘을 빌렸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라 회장 본인은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사들이 적극 권유해 이를 받아들인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라 회장의 장기 집권은 그동안 강점으로 작용해왔다. 금융회사 CEO는 임기가 짧으면 단기 실적주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장이 그동안 임기 2년 차부터 외형 성장에 집착해온 것은 연임을 의식한 실적 과시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급속한 자산 성장은 부실 증가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 회장의 장기 집권은 경영권 독점으로 이어졌고, 이에 따라 CEO가 ‘주인’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면서 “이사회를 무시하고 경영진이 후계 다툼을 벌이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라 회장의 경영권 독점이 가능했던 것은 신한금융의 특이한 소유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신한금융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대 주주는 BNP파리바은행으로 6.35%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신한금융 우리사주조합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뒤를 잇는데, 이들의 지분은 각각 4.82%와 4.45%다. 신한금융의 모태인 신한은행을 설립한 재일동포 주주들의 지분은 17% 안팎. 이들은 개별 주주로 등록돼 있어 경영권보다는 배당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 ‘신한금융 경영진은 핵심 주주 몇 사람만 포섭해 장기 집권을 하는 게 아닌가’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일동포 주주들의 태도가 변하고 있다. 이들은 9월 9일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을 일본 나고야로 불러 사실상의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의 이런 태도 변화가 이번 사태는 말할 것도 없고,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변화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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