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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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작품이야 자연이야

  • 김준기 미술평론가 www.gimjungi.net

    입력2007-08-08 16: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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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작품이야 자연이야

    부산시 기장군 소재 배밭 한가운데 자리한 ‘오픈스페이스 배’ 전경(큰 사진).<br>바깥 벽면에 설치된 작품 ‘산’의 나머지 반쪽이 벽을 사이에 두고 실내에 전시돼 있다(오른쪽).<br> 실내 한가운데 있는 작품은 산을 형상화한 또 다른 작품.

    부산 동북쪽에 자리한 기장군 삼성리 배밭에는 매우 특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부산을 거점으로 지역문화를 고민하는 젊은 미술인들이 만든 대안공간 ‘오픈스페이스 배’다.

    미술작가는 물론 건축가, 평론가 등 뜻있는 사람들이 운영위원을, 오랫동안 미술문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서상호 디렉터가 안팎살림을 맡아 분주히 뛰고 있다.

    이 공간은 4만 평에 이르는 드넓은 배밭 한가운데 자리한다는 것부터 독특하다. 배밭 주인이 5년간 무상 임대해준 덕분이다. 작가들은 이곳에서 창고를 개조한 작업실에 머물며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장기간 입주하는 작가도 있고, 몇 달씩 머무는 작가도 있다. 이들이 거둔 작업의 결실은 전시나 세미나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선보인다.

    조각가 박은생 씨는 이 공간의 대표적인 장기입주 작가다. 그가 최근 몰두해온 작업은 철판용접으로 만들어낸 단순한 형상의 산과 나무 연작이다. 그의 작품은 오랜 시간을 두고 녹이 슬어서 발그스레한 철판 특유의 색을 내야 비로소 완성된다. 전시장 바깥에 설치한 최근작들은 이미 녹슬어 제대로 색깔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 전시장 벽면에 기대 있는 커다란 철판이 눈에 띈다. 철판 가운데 빈 부분은 산 모양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건 전시장 내부 벽면에 그 철판의 반쪽이 마주하고 있다는 것. 실내의 철판은 아직 그대로여서 외부의 녹슨 철판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하지만 건물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서로 다른 철판이 하나의 형상을 완성한다.



    조각가 박은생 씨 배밭에서 야외전시회

    박씨는 이런 작품들을 모아 8월11일부터 9월7일까지 전시회를 연다. 박씨의 작품들이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산과 나무 등 실재 자연과 그것을 재현한 자연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쳐진다.

    옛날 사람들이 예술을 자연의 모방으로 보았던 점을 상기하면 박씨의 이번 작업은 더욱 주목된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생각과 관념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이던가.

    산은 무엇이고 나무는 무엇인가. 그 자연을 과연 우리의 언어로 모두 담아낼 수 있을까. 박씨는 배밭 한가운데서 산과 나무를 닮은 녹슨 철을 통해 우리에게 또 다른 차원의 자연과 예술의 의미를 일깨우고 있는 것 같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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