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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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환자, 부족한 장기 참을 수 없는 매매 유혹?

인터넷 등엔 알선 브로커 더욱 활개 … 외국인 대대적 단속에도 중국 원정길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입력2007-08-08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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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박한 환자, 부족한 장기 참을 수 없는 매매 유혹?

    지난해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중국인들이 “중국에서 비윤리적인 장기적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시위하고 있다.

    간 부분절제 수술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B씨(29)는 착잡하고 불안하다. 사업 실패 후 목돈이 필요해 장기매매 시장에 몸을 맡겼기 때문이다. 두 달 전 그는 장기매매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 어떤 브로커를 만났습니다. 간 조직검사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80만원을 요구하더군요. 금액의 일부는 직접 만나 건네고 나머지는 통장으로 입금했는데 연락이 끊겼습니다.”

    브로커들은 신원을 밝히지 않는 데다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기를 당하기 쉽다는 게 취재과정에서 만난 장기기증자들의 말이다. B씨는 “현재 접촉 중인 브로커도 연락처가 자주 바뀌지만 믿을 만하다”고 밝혔다.

    7월 초 인터넷을 통해 만난 현재의 브로커는 간기능 검사 비용으로 30만원을 요구했고, 비용을 지급한 뒤 ‘서울의 이름난 병원’에서 검사받았다고 한다. 키 173cm, 몸무게 65kg의 체격을 가진 이 청년은 5000만원의 사례비를 기대하고 있다.

    장기이식 수술 대기자 1만7435명



    “간 수술은 3개월가량 지나면 회복되는데 사정이 절박해 4~5개월 후 다시 신장을 기증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요. 의뢰인에게 수수료를 받는 브로커는 전체 금액의 10~30%를 챙긴답니다. 브로커가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줬고, 수술 전에 가족임을 증명하는 공증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수혜자 가족의 가족관계나 이사 다닌 곳 등 개인정보를 암기했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카페, 블로그, 지식검색을 통한 장기매매 알선은 줄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곤궁한 이들이 웹을 통해 장기를 팔 곳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환자나 환자가족이 기증자를 찾는 사례도 많다. 장기를 팔겠다고 나선 미성년자를 찾는 일도 어렵지 않다. 장기를 팔겠다는 사람들이 웹에 올린 글은 절박하다.

    -30세 여성. O형. 아이가 있음. 남편은 사고로 누워 있음. 신장 팔고 싶음.

    -30세 남. 정말 급함. 모든 장기 가능함.

    -19세 남자. 브로커 말고 환자분만 연락 주세요. e메일 보낸 후 일주일 동안 연락 없으면 팔린 것으로 아세요.

    한국의 장기이식 수술 대기자는 1만7435명에 이른다. 그러나 장기기증자는 뇌사자 597명, 살아 있는 사람 2428명(한 사람이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등 5개 장기를 기증하면 5명으로 계산)에 그친다(2006년 현재). 장기매매를 거간하는 브로커가 활개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에서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중국 원정 장기이식 수술을 알선하는 한 인터넷 카페는 신장이식 3만5000달러, 간이식 5만5000달러, 심장이식 6만 달러, 폐이식 8만 달러를 받는다면서 한국인을 유혹하고 있다(5월1일 중국이 장기매매를 금지하면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사람은 크게 줄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환자는 여전히 많다).

    해외 원정 장기매매와 관련한 공신력 있는 연구로는 거의 유일한 대한이식학회의 2004년 10월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 원정 수술환자 236명 중 8명(3.4%)이 사망했고, 78명이 수술합병증(32.2%)을 앓았으며 면역거부 비율도 14.4%(34명)에 달했다. 더구나 한국인 수술환자에게 장기를 기증한 중국인 중 신원이 불분명한 사람이 76명에 달했다.

    기증자의 신원과 건강상태가 불분명한 가운데 수술이 진행되다 보니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국의 장기매매 실태는 다소 충격적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4월20일 미국 워싱턴 맥퍼슨파크에서 중국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진중’이라는 가명을 쓰는 중국의 한 반체제 인사가 연단에 올랐다.

    “중국이 날 가만두지 않으리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중국의 각 지역 교도소에서 장기를 훔쳐 파는 죄악을 고발한다.”(중국 정부는 본인과 가족의 동의를 전제로 사형수의 장기가 기증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국가기밀누설죄’ 등으로 수감됐던 전직 언론인으로 ‘워싱턴 타임스’의 중국 수감자 장기 적출 의혹 보도의 핵심 취재원이었다. 그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수감자들의 장기가 적출돼 중국과 외국의 환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장기가 적출된 시체는 보일러실에서 소각된다”고 밝혔다.

    한국인들 중국 공민증 위조해 이식수술

    “나는 중국의 여러 병원을 조사했다. 노동교양소, 감옥 등에서 수감자를 대상으로 장기를 적출해 매매하고 있다. 조사과정에서 여러 증인을 만났으며 그 가운데는 중국 병원에서 수술하는 의사들도 있다. 나는 한국인들이 중국으로 원정 이식수술을 가지 않기를 바란다. 그 배후에는 추악한 일들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 원정 장기이식 수술은 최근 까다로워졌다. 5월1일 중국 국무원이 장기매매를 금지한 ‘인체기관이식조례’를 발표, 시행한 뒤 대규모 단속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 조례는 외국인이 관광 형식으로 중국에 들어와 장기이식 수술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본인과 가족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중국 사형수의 장기 기증도 원활하지 못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국제 인권단체들이 사형수 인권을 문제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한국인은 공민증을 위조해 중국인으로 둔갑한 뒤 장기이식 수술을 받고 있다는 것이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장기매매를 일소하는 방법은 이타적 장기기증을 활성화하는 것이 유일하다. 선진국 중 장기기증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인 영국은 최근 ‘장기기증 의사가 없다’고 신고한 국민을 제외한 전 국민을 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장기기증 촉진 방안을 내놓았다. 이 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스페인의 뇌사자 장기기증률은 33.7%에 이른다. 영국의 장기기증률은 13%, 한국의 뇌사자 장기기증률은 0.8%다. 그러나 일부 선진국이 도입한 ‘추정 동의 (presumed consent)’ 방식은 또 다른 생명윤리 논쟁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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