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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 특별전이 개막했다. 한국 문화재의 수집 및 보존을 대표하는 간송 전형필의 옛 그림과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세계적 작품이 도심 한 공간에서 처음 만난 전시회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한 조선 중기에서 말기까지 주요 화가의 그림과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전시해온 백남준의 대표작이 묶여 전시되고 있다. 17세기 김명국과 18세기 심사정의 남종화가 나오고, 숱한 기행으로 유명한 18세기 최북과 19세기 장승업의 작품이 백남준의 ‘TV첼로’ ‘인디언게이트’ ‘달에 사는 토끼’ ‘머리를 위한 선’ ‘코끼리 마차’ ‘비디오 샹들리에 1번’ 등과 자리를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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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북의 ‘관수삼매’는 가부좌한 스님이 물살이 빠른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그림이다. 스님 앞에 있는 작은 종이는 경전 일부를 쓴 것인 듯하다. 스님이 본인 내면의 참된 자아에 이르지 못했는지 아직 경전 구절에 집착하고 있다. 나와 물은 둘이 아니고 하나인 것을 직관한 깨달음을 담은 그림이다. 바로 그 옆에 백남준의 1974년 작품 ‘TV부처’가 전시된다. 부처는 TV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다. 관람객이 TV 속 부처를 바라보려면 폐쇄회로 카메라에 잡혀 오히려 관람객 본인의 모습이 나온다. 화면에서 관람객은 부처가 된다. 스스로 응시하고 집중할 때 자신도 모르게 깨달음이 다가온다. 이 설치 작품은 서구 철학계와 지식인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옛 그림과 현대 거장의 작품에서 우리는 성찰의 의미를 알게 된다. 또 다른 최북의 작품 ‘호계삼소’(虎溪三笑·호계 세 사람의 웃음소리)와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 ‘슈베르트’ ‘율곡’ ‘찰리 채플린’도 깨달음이 주제다. 본인이 물려받은 재능과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낸 인물들이 거기 있다. 깊은 울림을 전하는 이 전시는 내년 2월 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