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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픔을 맛본 한국 축구가 선택한 ‘구원투수’인 슈틸리케 감독은 2015년 역대 대표팀 사령탑 가운데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성적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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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돌이켜보면 ‘위기의 2016년’을 예고한 것은 6월이었다. 두 차례 유럽 원정 평가전에 나선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1-6이라는 충격적 패배를 당했다. 이전까지 탄탄하던 수비는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스페인 선수의 개인기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어진 체코와 A매치에서 2-1로 이겨 그나마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지만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드러난 대표팀의 수비 불안은 9월 시작된 최종예선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우즈베키스탄전 이전까지 4경기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은 2승1무1패였다. 중국과 카타르에게 각각 3-2로 이겼지만 매끄럽지 않은 수비 탓에 ‘불안한 승리’에 가까웠고, 약체로 꼽히던 시리아와 원정경기에선 0-0으로 비겼다. 시리아 내전의 영향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사실상 중립경기로 펼쳐졌지만, 승점 3점을 딸 수 있는 상대에게 승점 1점에 그친 것은 뼈아팠다. 더구나 0-1 완패로 끝난 이란전의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테헤란이 ‘원정국가의 무덤’으로 불린다지만 지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패배’를 보여줬어야 했다. 슈틸리케호는 그렇지 못했다. 유효 슈팅을 단 1개도 기록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 벤치는 경기 초반부터 수비 라인을 밑으로 내리는 소극적인 경기 운영을 보였고, 실점한 뒤에도 별다른 묘책을 내놓지 못해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또 한 번 노출했다.
더구나 그라운드 밖에서도 잡음을 일으켰다. 1차전인 중국과 경기를 앞두고 23명 엔트리보다 적은 선수를 선발해 ‘배려 엔트리’ 논란을 일으킨 슈틸리케 감독은 4차전인 이란과 졸전 이후 “우리에겐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다”며 설화(舌禍)를 자초해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자신의 무능 대신 선수를 탓하는 감독이란 인상을 줬고, 한동안 ‘갓틸리케’로 불리던 그는 ‘탓틸리케’라는 수치스러운 새 별명을 얻었다.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정말 많은 것이 걸린 경기”라고 했다. 사실상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그는 경질을 피할 수 없었다. 오직 승리만이 한국 지휘봉을 계속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운명의 대결에서 대표팀은 어이없는 수비 실수로 선제점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대표팀은 후반 김신욱과 이재성(이상 전북현대모터스)을 교체 투입한 뒤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남태희(레크위야)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연속 득점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패배는 물론 무승부로 끝나도 지휘봉을 놓을 위기에 처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로 대한축구협회와 여론의 재신임을 받았다.
2017년 한국 축구의 목표
월드컵 본선 직행 티켓을 확보할 수 있는 조 2위에 복귀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경질 여론은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최종예선 5경기에서 한국은 적잖은 숙제를 안게 됐다. 첫 번째가 수비 안정감 회복이다. 우즈베키스탄전의 황당한 실점에서 보듯 올해 슈틸리케호는 유독 수비 불안을 많이 노출했다.슈틸리케 감독 부임 초기만 해도 왼쪽에선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윤석영(브뢴뷔 IF), 김진수(TSG 1899 호펜하임) 등 유럽파가 선의의 경쟁을 펼쳤고, 오른쪽에는 베테랑 차두리(은퇴)와 김창수(전북), 이용(울산현대축구단) 등이 포진했다. 그러나 왼쪽을 책임지던 유럽파의 동반 부진과 오른쪽을 맡던 차두리의 은퇴 등이 겹치면서 최종예선 들어 측면 수비수 부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센터백 자원인 장현수(광저우 R&F)가 9~10월 측면 수비수로 나서기도 했지만 결과는 영 신통치 않았다. 우즈베키스탄전 실점 빌미가 됐던 김기희(상하이 선화)의 예에서 보듯, 센터백 자원의 안정감도 그다지 높지 않다. 수비라인 안정화는 최종예선 통과는 물론 본선에 대비해서라도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숙제다.
또 있다. 확실한 원톱 자원의 발굴과 육성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에 이정협(울산)을 선발 원톱으로 내세웠지만 이는 최악의 수에 가까웠다. 부임 초기 자신과 함께 좋은 성과를 낸 ‘올드보이’ 중 1명인 그를 ‘소속팀 성적 우선’이란 자신의 원칙을 뒤집으며 다시 불렀지만 이정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만약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패했다면 ‘패배 제1 원인’으로 꼽힐 만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원톱 자원으로 이정협을 비롯해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 김신욱 등을 골고루 테스트했지만, 자신의 축구 철학을 구현하면서 믿고 맡길 만한 확실한 킬러를 확보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목표는 단순히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이 아니라 본선 무대에서 16강, 나아가 8강 이상 성적을 거두는 데 있다. 비록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로 경질설은 사그라졌지만, 슈틸리케 체제하에서 최종예선은 통과하더라도 본선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는 건 힘들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사회생한 슈틸리케 감독으로선 내년 3월 재개될 최종예선에서 수비 불안 해소와 원톱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