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 지음/ 이한음 옮김/ 지호 펴냄/ 364쪽/ 2만2000원
‘초록 덮개(The Green Mantle)’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성스러운 식물들에 관련된 폭넓은 고고학적 자료와 문헌을 동원, 인간과 식물의 관계를 복원하는 이야기다. 선사 인류는 특정한 식물들이 유체이탈(有體離脫)을 하게 하고, 체력을 크게 강화하며,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믿었다. 일종의 환각 물질이다. 이 식물은 오직 특권을 지닌 집단의 사람들만이 독점했고, 권력의 견고한 성벽이자 정령세계로 가는 통로였다. 물론 보통 사람들에겐 엄격한 금기였다. 금기는 곧 수많은 설화를 낳았다.
인류는 지구에 나타난 이래로 식물을 주식으로 섭취했다. 식물을 먹거나 상처와 질병을 치유하는 식물의 특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기록되기 시작한다. “최초의 의사들은 그런 식물들을 상처를 치료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천연 약재로 삼았다. 사람들은 식물을 이용, 취하게 하는 물질을 추출하거나 만들 수도 있었다. 중세 시대뿐 아니라 17세기 말까지 진통제나 항생제는 아직 발명되지 않았다. 치료제가 되거나 질병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식물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18세기에는 식물을 보는 태도가 급변하기 시작한다. 뱃사람이나 탐험가들이 전해주는 상상 속의 이국적 식물들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많은 학자들 사이에 전 세계 식물을 찾아내 채집하는 식물 사냥 열풍이 몰아친다. 약초에 머물던 대중의 시선도 조경으로 점차 옮아간다. “이국적인 식물 사냥으로 19세기에는 왕실은 물론 많은 대저택에 높은 벽이나 생울타리로 둘러싸인 비밀의 정원들이 하나 둘 생겨난다.”
현대에 사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식물의 신비주의 전통은 무수히 살아 있다. 특히 꽃의 색깔에 대단히 민감하다. 흰 꽃을 집안에 가져오면 불행을 불러온다고 여긴다. 흰 꽃은 동정과 순결의 상징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죽음과도 연관돼서 여전히 접촉하기를 꺼려한다.
식물 중 사회적으로 손가락질받으며 가장 오용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탈 많은 양귀비다. 주로 한해살이로 세계적으로 약 50종이 있다. 양귀비는 꽃이 아주 화려해 마약의 원료뿐 아니라 원예식물로도 가치가 있다. 다만 아름다운 꽃을 넘어서는 치명적인 중독성 때문에 전 세계 곳곳에서 금지된 식물이다.
지구는 급속한 온난화로 오존층에 구멍이 뚫리고 기후가 급변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에 대한 피해나 위기를 논하지만, 식물에 대한 논의는 부족하다. 상황이 심각한 지역에서는 야생식물이 해마다 한 종 이상씩 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인류는 식물을 식량과 상품가치를 지닌 존재로만 여기고 마음껏 착취하고 학대해왔다. 초록 덮개가 사라진 곳을 사막이라 부른다. 많은 생물들이 살았던 숲들이 해마다 점점 더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지구의 살에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있지만 치유 논의의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이 시간에도 초록 덮개는 소리 없이 신음하고 있다.
번역자의 말처럼 “우리나라 식물을 대상으로 이런 책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식물들의 사진과 그 초록빛으로 섭섭함을 달랜다.
Tips
겨우살이 둥지같이 둥글게 자라 지름이 1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잎은 마주나고 잎자루가 없다. 가지는 둥글고 황록색을 띠며 털이 없고 마디 사이는 3~6cm다. 열매에는 끈적끈적한 점액이 많이 들어 있는데, 혈압을 낮추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또 강력한 항암식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