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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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은 ‘진정한 자유인’ 으로 살다 갔다

  • 입력2003-07-10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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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웰은  ‘진정한 자유인’ 으로 살다 갔다
    ‘동물농장’ ‘1984년’으로 알려진 조지 오웰의 탄생 100주년(공교롭게도 그는 1903년 6월25일에 태어나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에 사망했다)을 전후해서 오웰의 문학적 업적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영국에서는 오웰 탄생 100주년과 이라크전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맞물리면서 오웰이 제기했던 전체주의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접근들에 대한 논의가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교수신문 6월23일자).

    국내에서는 영남대 박홍규 교수(법학)가 ‘자유, 자연, 반권력의 정신 조지 오웰’(이학사 펴냄)이라는 제목의 평전을 썼다. 박교수는 먼저 조지 오웰과 한국의 ‘악연’을 공개했다. 영어로 씌어진 ‘동물농장’은 원서가 나온 지 3년 만인 1948년에 세계 최초로, 다른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로 번역됐다. 그리고 그해에 오웰의 또 다른 저서 ‘1984년’도 번역, 출간됐다. 출판계 입장에서 보면 반가워해야 할 일을 굳이 ‘악연’이라 표현한 이유는 오웰의 작품들이 미국 해외정보국이 수행한 ‘반공투쟁’의 수단으로 한국에 보급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의 작품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동안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비판한 민주적 사회주의자, 혹은 인간의 자유와 자치, 자연을 존중한 아나키스트로서의 오웰의 모습은 잊혀졌다.

    또 ‘동물농장’과 ‘1984년’이 대학입시 논술 참고도서, 혹은 영어 공부용으로 청소년층에서 읽히고 있을 뿐 새롭게 번역된 작품도 거의 없다. 오웰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해 서지원 출판사가 펴낸 ‘제국은 없다(원제 버마의 나날들)’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카탈로니아 찬가’ 정도가 있을 뿐이다.

    박홍규 교수는 ‘조지 오웰’ 평전에서 이미 세계문학의 고전이 된 오웰의 작품들을 새롭게 분석하고 작가이자 사상가이며 그 어떤 영역도 뛰어넘는 자유인으로서의 오웰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다. 권력 자체를 철저히 부정한 ‘진정한 야인’에 대한 흠모가 물씬 느껴지는 평전이다.

    “예술이 정치와 관계가 없다고 하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다”라고 했던 오웰의 사상적 편린을 엿볼 수 있는 산문집도 나왔다. ‘코끼리를 쏘다’(실천문학사 펴냄)를 엮은 대구대 박경서 교수는 ‘조지 오웰의 정치의식과 인간관’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오웰 전문가. 오웰이 남긴 13권의 작품과 수백 편의 수필 및 서평 가운데 메시지가 분명한 25편의 산문을 골랐다. 특히 4년 동안 식민지 인도에서 제국의 경찰로 일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교수형’과 ‘코끼리를 쏘다’에서 평생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에 저항한 오웰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오웰을 알고 나면 ‘동물농장’과 ‘1984년’의 의미도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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