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예찬’을 앞세운 KT&G의 광고는 ‘담배’와 ‘인삼’으로 정형화한 기존의 이미지를 지우는 동시에 신선하고 젊은 이미지를 심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의외로 KT&G측은 담뱃값 인상 논란이나 금연구역 확대 같은 환경변화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KT&G 황인선 기획부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소비자들의 성향을 확인해본 결과 한 갑당 3000원 정도까지의 담뱃값은 수용할 자세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판매되는 담배의 대부분이 2000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000원 인상 정도는 담배 판매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담뱃값이 오를 경우 소비자들의 저항심리가 양담배보다는 국산 담배 쪽으로 쏠릴 가능성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담뱃값이 오를 경우 명품 이미지가 강한 양담배를 선호하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기호가 돌아설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KT&G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현행 150원의 건강부담금을 1150원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불붙기 시작한 담뱃값 인상 논란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의사 표시를 자제한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담뱃값에 포함되는 각종 부담금을 정부가 정하는 것인 이상 왈가왈부해봤자 별다른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대신 중·장기적으로 담뱃값이 오르고 국내 흡연인구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내수시장보다는 수출시장 개척에 주력한다는 방침. 2000년까지만 해도 60억 개비에 불과하던 수출 물량은 2001년 116억 개비로, 지난해엔 213억 개비로 매년 두 배 가까운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여세를 몰아 올해는 300억 개비까지 수출 물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외적으론 무심한 척 … 광고 통해 이미지 변신 노력도
KT&G는 지난 2월 새로운 CI 선포식을 하고 민영화 이후 새로운 이미지 심기에 나섰다.
KT&G는 금연구역 확대나 담뱃값 인상과 같은 정부시책과 관련해 구체적 대응을 삼가면서 새로운 사명(社名)과 기업 이미지를 알리는 데에만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예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담배’와 ‘인삼’으로 상징되는 고정적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구사하고 있는 파격적인 광고전략. 민영화 이후 새로운 사명을 정할 때도 KT&G의 영문 명칭을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영문 이니셜인 ‘Korean Tobacco & Ginseng’ 이 아닌 ‘Korea Tomorrow & Global’로 정하는 등 기존 이미지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새로운 CI(Corporate Identity)를 선포하고 난 뒤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KT&G의 광고들은 기존 이미지 지우기 전략의 결정판이다. KT&G의 최근 TV 광고에는 노른자가 아닌 파란자가 박힌 계란 프라이가 등장하기도 하고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이 등장해 빨간 스카프로 장미꽃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담배나 인삼과는 아무 관계 없어 보이는 이러한 광고의 끝에는 늘 엉뚱하게도 ‘상상예찬’이라는 광고 카피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상상예찬’은 KT&G의 사업이나 기업이념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굳이 의미를 붙이자면 젊은이들의 자유롭고 다양한 상상을 통해 무한한 창조를 실현하자는 일반적 의미밖에는 없다. KT&G 박원락 홍보과장은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KT&G는 곧 상상’이라는 기업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KT&G는 아름다운재단(이사장 박원순)의 정책자문단이 금융감독원의 2002년 상장기업 감사보고서 내역을 토대로 지난해 30대 그룹의 매출대비 기부금 순위를 조사한 결과에서 1위를 기록했다. 또 7월5일에는 53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법인인 케이티앤지복지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양담배 점유율이 20%를 넘어서면서 급신장하고 있는 데다(그래프 참조) 금연구역 확대나 담뱃값 인상 같은 악재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지만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