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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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수정 경쟁’다룬 한국현대미술 자성록

  •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

    입력2005-02-21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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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수정 경쟁’다룬 한국현대미술 자성록
    한국 현대미술의 ‘산 역사’로 통하는 ‘묘법’의 작가 박서보(71), 백남준과 함께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가로 통하는 이우환(66), 추상 한국화의 개척자로 꼽히는 서세옥(73). 현대미술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 세 사람이 선구자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벌인 치열한 싸움의 전모를 낱낱이 밝히려는 이가 있다.

    재독 평론가 겸 전시기획자인 류병학씨는 99년 10월부터 2000년 6월까지 ‘미술세계’에 연재한 ‘한국미술따라잡기’에서 미술계의 추악한 ‘연도수정경쟁’을 파헤쳤다. 당시 연재물 중 박서보 이우환 서세옥 부분을 재정리해 엮은 것이 한국현대미술 자성록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아침미디어 펴냄)이다.

    박서보의 ‘묘법’ 첫 제작시기는 1967년일까, 아니면 1972년일까. 왜 박서보 이우환 서세옥은 부단한 도판편집으로 과거사 ‘수정’에 집착하는 것일까. 왜 미술평론가들은 이런 미술계 스캔들에 한결같이 침묵하는 것일까. ‘왜’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위에 언급한 세 작가가 각자 화집(畵集)을 제작할 때마다 상대편 작가의 초기 작품보다 앞선, 새로운 작품을 추가해 편집-제작함으로써 자신이 한국현대미술의 선구자임을 주장해온 사실에 이르게 된다. 이런 도판편집 행위는 개인의 한순간 욕망 때문에 시작됐을지 모르나 미술사가와 미술평론가들의 묵인 하에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결국 한국현대미술사 자체가 왜곡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정확한 연대가 없으니 대학에서는 한국현대미술사를 가르칠 수 없게 됐고 자연히 한국근대미술사나 서양미술사만 가르치다 보니 한국인들은 우리 미술보다 서구미술을 더 가깝게 느끼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말았다.

    한국현대미술사의 치부를 건드린 류병학은 ‘미술계의 강준만’으로 통한다. ‘침묵의 카르텔’로 일관해온 미술계에 류병학이 던진 파문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지만, 우리 사회 각계에 류병학 같은 독립군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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